[한국공공정책신문=김유리 기자] [편집자주] 박동명 박사는 법학박사로, 지방자치·지방의회·공공정책·기업 규제 대응 분야에서 연구와 강의를 이어 오고 있다. 저서로는 『FDA는 장막이 아니라 사다리다』, 『지방의회 운영실무』 등이 있다. 이번 칼럼에서는 미국 FDA 대응을 개별 기업의 부담이 아니라 국가 산업경쟁력과 지역경제 활성화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함께 구축해야 할 지원체계의 방향을 제시한다.
미국 FDA 대응은 더 이상 일부 대기업이나 특정 업종만의 문제가 아니다. 식품, 의약품, 의료기기, 화장품, 건강 관련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이라면 세계 시장 진출 과정에서 FDA 기준을 피하기 어렵다. 흔히 ‘FDA 인증’이라는 말로 표현하지만, 실제로는 품목과 제도에 따라 등록, 신고, 허가, 승인, 심사, 실사 대응 등 절차와 요건이 다르다. 그만큼 FDA 대응은 단순한 행정절차가 아니라 기업의 품질경영 수준과 수출역량을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시험대이다.
문제는 많은 중소기업이 여전히 FDA를 높은 비용, 복잡한 서류, 까다로운 절차의 부담으로만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기업 스스로 준비해야 할 몫이 있다. 그러나 이 문제를 개별 기업의 책임으로만 돌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FDA 대응 능력은 기업 경쟁력의 문제이면서 동시에 국가 산업정책의 문제이다. 우리 기업이 세계 시장에서 신뢰를 얻고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함께 지원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FDA 대응의 본질은 ‘시스템’에 있다. FDA는 단순히 서류를 제출하면 통과되는 절차가 아니다. 제품의 안전성, 제조공정의 일관성, 품질관리 수준, 문서화 체계, 교육훈련, 사후관리 능력까지 종합적으로 살펴본다. 실사나 심사 과정에서 문제가 되는 부분도 대개 기술 자체의 부족보다 기록 미비, 절차 불일치, 책임체계 부재, 내부교육 부족 등 운영상의 허점에서 비롯된다. 결국 FDA 준비는 인증비를 지원받아 한 번 통과하는 문제가 아니라 기업 내부의 품질관리 체계를 고도화하는 과정이다.
따라서 중앙정부는 FDA 대응을 단순한 수출지원 사업의 하나로 보아서는 안 된다. 이는 제조업 고도화, 품질혁신, 수출시장 다변화와 직결되는 전략과제이다. 단발성 컨설팅이나 일회성 설명회만으로는 부족하다. 시험·분석, 기술문서 작성, 품질관리 체계 정비, 현장 실사 대응, 전문인력 양성까지 이어지는 종합지원체계가 필요하다. 특히 중소기업은 비용과 전문인력 부족 때문에 준비를 미루는 경우가 많다. 정부가 단계별 지원체계를 설계하지 않으면 유망한 기술과 제품을 가진 기업도 세계 시장의 문턱에서 주저앉을 수 있다.
지방정부의 역할도 결코 작지 않다. 지방정부는 FDA 절차를 직접 담당하는 기관은 아니지만, 지역기업이 준비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데 중요한 행정 주체이다. 지역 기업이 가장 먼저 찾는 곳은 중앙부처가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와 지역의 기업지원기관인 경우가 많다. 지방정부가 시험분석기관, 지역대학, 연구기관, 테크노파크, 상공회의소 등과 연계하여 현장 중심의 지원망을 구축한다면 기업의 비용과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
특히 산업단지와 지역 특화산업을 고려한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 식품기업이 많은 지역, 의료기기 기업이 모여 있는 지역, 화장품 또는 바이오산업을 육성하는 지역은 각기 다른 규제 대응 전략을 가져야 한다. 획일적인 해외인증 지원사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지역 산업구조에 맞는 FDA 교육, 사전진단, 문서작성 지원, 모의실사 프로그램, 품질관리 역량강화 사업이 병행되어야 한다.
지방의회의 역할도 중요하다. 지방의회는 지역기업 지원예산이 단순한 보조금 집행에 그치지 않도록 점검해야 한다. 해외규격 인증지원사업이 실제 수출성과로 이어지고 있는지, 컨설팅 지원이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지는 않은지, 지역기업의 수요가 제대로 반영되고 있는지 살펴야 한다. 지역경제를 살리는 일은 구호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기업이 세계시장에서 버틸 수 있도록 제도와 예산을 정교하게 설계하는 일이 곧 지역경제정책의 핵심이다.
정책 방향을 아래와 같이 네 가지로 제시해 본다. 첫째,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함께하는 원스톱 지원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기업이 어느 기관에 무엇을 신청해야 하는지 몰라 시간을 허비하지 않도록 지원 창구를 단순화해야 한다. 둘째, 업종별 맞춤형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식품, 의약품, 의료기기, 화장품은 규제 구조가 다르므로 분야별 전문 컨설턴트와 실무형 교육과정이 필요하다. 셋째, 단순한 인증비 지원을 넘어 품질관리 시스템 구축 지원으로 범위를 넓혀야 한다. FDA 대응의 핵심은 ‘한 번의 통과’가 아니라 ‘지속적인 유지와 개선’에 있기 때문이다. 넷째, 지역 대학과 연구기관, 시험기관을 연결한 지역형 지원 네트워크를 만들어야 한다. 지역 안에서 사전점검과 교육, 기술지원이 가능해야 중소기업의 부담도 줄어든다.
기업과 행정의 역할도 분명히 구분되어야 한다. 기업은 스스로 내부 시스템을 정비하고 품질관리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 정부가 모든 것을 대신해 줄 수는 없다. 그러나 행정은 기업이 도전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과 정책 인프라를 마련해야 한다. 중앙정부는 제도와 재원을 설계하고, 지방정부는 현장밀착형 지원을 수행하며, 기업은 이를 활용해 제품의 품질과 신뢰를 높여야 한다. 이 구조가 제대로 작동할 때 FDA 대응은 개별 기업의 부담을 넘어 국가 경쟁력으로 확장된다.
이제 FDA를 단순한 규제로만 볼 일이 아니다. FDA는 우리 기업의 품질 수준, 행정의 지원역량, 국가의 산업전략을 함께 평가하는 세계 시장의 관문이다. 그 관문을 넘는 기업이 많아질수록 우리 산업의 신뢰도는 높아지고, 지역경제의 가능성도 커진다. FDA 대응은 비용이 아니라 투자이다. 규제가 아니라 기회이다. 그리고 그 기회를 현실로 만드는 일은 기업만의 몫이 아니라 중앙정부, 지방정부, 지방의회가 함께 감당해야 할 공공정책의 과제이다.
▷법학박사, 선진사회정책연구원 원장
▷한국정책연구원 원장
▷(사)한국공공정책학회 부회장, 상임이사
▷(전)국민대학교 행정대학원 외래교수
▷(전)서울특별시의회 전문위원
<저서> 「FDA는 장막이 아니라 사다리다」 (2026), 「지방의회 운영실무」 (2026년) 등 다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