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기감이 좋아 오랫동안 자주 쓰던 볼펜이 하나 있다.
그런데 오늘은 평소와 다르다.
볼이 굴러가는 느낌이 어색하고, 잉크도 부드럽게 이어지지 않는다.
버릴까, 조금 더 써볼까.
잠시 고민한다.
일단 다른 볼펜을 집어 들지만,
왠지 아쉬운 마음이 남는다.
볼펜 하나 바꾸는 일인데도 쉽지 않다.
좋아하던 소소한 물건은
그만한 익숙함이 함께 담겨 있기 때문일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 한번 써 본다.
역시, 예전의 그 느낌은 돌아오지 않는다.
이제는 보내줄 때가 된 것 같다.
고장이 아니라 제 역할을 충분히 해낸 것일지도 모른다.
볼펜도, 물건도, 인연도
억지로 붙잡기보다 고맙다고 인사하며 보내주는 일이
더 자연스러울 때가 있다.
오늘은 애매하게 잘 나오지 않는 볼펜 하나를 보며,
좋았던 것들과도 때가 되면 담담히 이별하는 법을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