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업하면 독립한다'는 공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시대다.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얻은 뒤에도 부모와 함께 살거나, 독립했다가 다시 부모의 집으로 돌아오는 청년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을 일컫는 말이 바로 '리터루족(Return + Kangaroo)'이다.
과거 캥거루족이 '독립하지 않은 청년'을 의미했다면, 리터루족은 한 번 사회에 나와 독립을 경험한 뒤 현실의 벽에 부딪혀 다시 부모의 품으로 돌아온 세대를 의미한다. 이 현상은 게으름이나 의존성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노동시장과 주거환경, 그리고 커리어 구조가 만들어낸 결과라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직장을 가져도 독립하기 어려운 현실
취업은 했지만 경제적 안정은 보장되지 않는다. 높은 전월세 비용과 생활물가, 학자금 대출, 자동차 유지비, 각종 고정지출은 사회초년생의 월급 대부분을 소비한다. 연봉은 올랐다고 하지만 체감소득은 오히려 줄어들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특히 수도권에서 근무하는 청년들에게 주거비는 가장 큰 부담이다. 월급의 상당 부분이 주거비로 빠져나가면서 독립 자체가 경제적으로 비효율적인 선택이 되는 경우가 많다. 결국 부모의 집으로 돌아가는 것은 실패가 아니라 생활비를 줄이고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현실적인 전략이 된다.
커리어는 길어졌지만 안정은 사라졌다
예전에는 한 직장에서 오래 근무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지금은 이직이 자연스럽고 계약직, 프리랜서, 프로젝트 단위의 업무도 크게 늘었다.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청년들은 고정비를 줄이는 방향을 선택한다. 부모와 함께 생활하면 주거비 부담을 줄일 수 있고, 그만큼 자기계발이나 자격증 취득, 이직 준비에 투자할 여유가 생긴다. 리터루족은 단순히 집으로 돌아온 사람이 아니라, 다음 커리어를 준비하는 과정에 있는 사람인 경우도 적지 않다.
부모도, 자녀도 달라진 가족의 모습
부모 세대 역시 자녀와 함께 사는 것에 대한 인식이 과거보다 유연해졌다. 예전에는 독립을 성인의 기준으로 여겼다면, 지금은 경제적 협력이 가족의 경쟁력이라는 인식도 확산되고 있다. 생활비를 함께 부담하거나 가사를 분담하며 하나의 경제공동체로 살아가는 사례도 늘고 있다. 물론 세대 간 생활방식과 가치관 차이로 갈등이 발생하기도 한다. 하지만 '같이 사는 것' 자체를 실패로 규정하는 시각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커리어온뉴스가 바라본 리터루족
리터루족을 단순히 사회현상으로 소비해서는 안 된다. 이 현상은 청년들의 의지 부족이 아니라 현재의 커리어 환경이 보내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기업은 여전히 경력을 요구하지만 사회초년생은 충분한 경험을 쌓기 어렵다. 임금 상승 속도보다 생활비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안정적인 일자리는 줄어드는 반면 직무 역량에 대한 요구는 계속 높아지고 있다. 이런 환경 속에서 부모의 집은 청년들에게 '의존의 공간'이 아니라 '재도약을 위한 베이스캠프'가 되고 있다. 중요한 것은 리터루족이라는 이름이 아니다. 더 중요한 질문은 왜 열심히 일하는 청년들이 독립을 미루거나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는 사회가 되었는가이다.
새로운 기준이 필요한 시대
독립의 시기를 개인의 성공 여부로 평가하는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이제는 얼마나 빨리 집을 나왔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지속 가능한 커리어를 설계하고 경제적 자립을 준비하는지가 더 중요한 경쟁력이 되고 있다. 리터루족은 청년들의 현실을 보여주는 하나의 사회적 지표다. 이 현상을 개인의 선택으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노동시장, 주거정책, 기업의 고용문화, 그리고 커리어 생태계 전반을 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청년들이 다시 부모의 집으로 돌아가는 이유는 집이 편해서가 아니다. 다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리터루족의 증가는 청년들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커리어 환경이 우리 사회에 던지는 질문일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