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처발라도 사막이라면 화장품을 바꿀 게 아니라, 피부를 과식의 감옥에 가둬둔 당신의 화장대부터 단식시켜야 합니다.

자, 가슴에 손을 얹고 솔직해져 봅시다. 지금 화장대 위에 모셔둔 화장품 라인업만 보면 거의 프랑스 왕실이나 국빈급 대접이 따로 없습니다. 알프스 빙하수를 갈아 넣었다는 토너로 시동을 걸고, 이름도 어려운 희귀 성분의 에센스를 치덕치덕 얹은 뒤, 마지막으로 번쩍이는 영양 크림으로 뚜껑을 덮죠. 통장 잔고는 멸종 위기 동물처럼 처참해졌지만, 이 정도 정성이면 내 피부는 탕후루처럼 번쩍번쩍 윤기가 흘러야 정상입니다.
그런데 웬걸요. 세수하고 방으로 걸어오는 그 짧은 몇 초 사이에 뺨이 찢어질 것처럼 당겨옵니다. 오후 3시만 되면 어김없이 입 주변에 하얗게 각질이 들뜨고, 거울 속 몰골은 영락없이 가뭄 든 논바닥입니다. 이쯤 되면 슬슬 배신감이 밀려옵니다. 대체 뭘 얼마나 더 처발라야 촉촉해진다는 건데 확언하건대, 이건 당신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10대의 파릇한 살결도, 60대의 성숙한 피부도 똑같이 앓고 있는 현대 화장대의 고질병입니다.
이 미스터리의 정체는 역설적이게도 우리가 맹신했던 과도한 채움 에 있습니다. 우리 피부 표면에는 수분을 지키는 장벽 이라는 일꾼들이 살고 있습니다. 이 녀석들은 나름대로 자존심이 세서, 가만히 두면 지들이 알아서 기름도 짜내고 물도 길어 올리며 피부를 지킵니다. 그런데 위에서 수십만 원짜리 영양 폭탄을 매일 5단계씩 때려 부으니 일꾼들이 파업을 선언한 겁니다. 주인장이 알아서 다 깔아주네.
얘들아, 연차 쓰자, 하고 누워버린 거죠. 결국 피부는 스스로 촉촉해지는 방법을 까먹은 배짱이가 되고, 소화도 못 한 화장품 찌꺼기들이 모공을 막아 속건조의 지옥을 완성합니다. 관리를 안 해서가 아니라 피부를 과식시켜 발생한 참사입니다.
재미있는 건, 이 피부 가뭄의 풍경이 우리가 발을 딛고 선 지구의 모습과 똑 닮아 있다는 점입니다. 우리가 어머, 이건 사야 해 를 외치며 화장대를 빼곡하게 채우는 동안, 지구도 같이 체하고 있었습니다. 화려하게 코팅된 플라스틱 케이스, 무심코 낭비되는 화장솜들... 예뻐지겠다는 일념으로 사들인 이 예쁜 쓰레기들은 고스란히 지구의 등에 업혀 썩지 않는 재앙이 됩니다. 그렇게 지구가 열을 받으니 기후가 미쳐 날뛰고, 미세먼지와 폭염이 되어 다시 당신의 피부를 사막으로 만듭니다. 내가 돈 쓰고 사들인 화장품이 결국 내 피부를 공격하는 부메랑이 되는 눈물겨운 대환장 파티인 셈입니다.
결국 밑 빠진 독에 에센스 붓기였습니다. 깨진 독을 고치는 방법은 더 비싼 명품 물을 부어주는 게 아니라, 독이 스스로 단단해지도록 화장품 가짓수를 과감하게 쳐내는 비움에 있습니다. 화장품 단계를 줄이는 화장대 다이어트 는 내 피부가 스스로 물을 길어 올리게 만드는 가장 정직한 방법이자, 지구에 쌓이는 탄소 발자국을 지우는 나직한 실천입니다. 오늘 밤엔 그 대단하신 기초 라인을 딱 3개로 반 토막 내보세요. 처음엔 좀 허전하겠지만, 파업했던 피부 일꾼들이 다시 움직이고 화장대 위의 쓰레기가 줄어들 때, 당신의 살결도 이 지구도 비로소 시원하게 심호흡을 시작할 테니까요.

일상 속 초간단 실천사항 3가지
1.화장솜 대신 손으로
-토너를 쓸 때 화장솜 대신 깨끗한 손으로 톡톡 두드려 흡수시켜 주세요. 쓰레기도 줄고 피부 자극도 줄어듭니다.
2.공병은 깨끗이 씻어서 분리배출
-다 쓴 화장품 용기는 내용물을 깨끗이 비우고 라벨을 떼서 버려주세요. 새로운 화장품 용기로 다시 태어납니다.
3.화장대 다이어트 시작하기
-이것저것 많이 바른다고 피부가 다 먹지 못합니다. 내 피부에 꼭 필요한 2~3가지 제품만 집중해서 발라주세요.
설민규 대표는 수하코스메틱의 대표이자 건강뷰티큐레이터로서 천연화장품 분야의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국내전문메디컬코스메틱회사에서 쌓은 4년간의 경력을 바탕으로, 50여 곳의 피부과와 성형외과 원장들을 대상으로 전문적인 코칭과 컨설팅을 진행해왔다. 100여 건의 피부 관련 병원 및 업체 담당자 제품시연과 코칭을 통해 현장 중심의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으며, 서울 피부과 학술세미나 및 포럼에서 상담 및 부스참여의 경험으로 현재 친환경적이고 건강한 뷰티 솔루션을 추구하며, 현재 비건 기초화장품 및 필링제품 연구개발에 주력하고 있으며, 자체 개발한 천연 화장품을 통해 건강한 아름다움을 전파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