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와 경기 불확실성이 이어지면서 가계마다 생활비 절약이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과거에는 재테크가 투자와 저축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는 생활 습관도 중요한 재테크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중 가장 손쉽게 실천할 수 있는 방법으로 '정리정돈'이 떠오르고 있다.
정리정돈은 단순히 집을 깨끗하게 만드는 일이 아니다. 집 안에 무엇이 있는지 정확히 파악하고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는 경제활동이기도 하다. 냉장고 속 식재료를 제때 사용하지 못해 버리거나, 같은 생활용품을 중복 구매하는 일, 입지 않는 옷이 옷장을 가득 채우는 현상 모두 관리되지 않은 생활이 만들어낸 경제적 손실이다.
직장인 이모 씨(46)는 최근 냉장고를 정리하다 유통기한이 지난 식재료와 사용하지 않은 반찬을 대량으로 버렸다. 그는 "필요한 식재료가 있는 줄 모르고 또 사는 일이 반복됐다"며 "냉장고를 정리한 뒤부터는 장보기 전에 냉장고부터 확인하는 습관이 생겨 식비가 눈에 띄게 줄었다"고 말했다.
주부 김모 씨(54)도 옷장 정리를 통해 소비 습관이 달라졌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같은 종류의 옷을 반복 구매했던 그는 옷장을 정리한 뒤 비슷한 디자인의 옷이 여러 벌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후 필요한 품목만 구입하는 소비 습관이 자리 잡으면서 의류 지출이 크게 감소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리정돈이 소비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한다. 물건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필요한 만큼만 구매하면 충동구매와 중복구매를 줄일 수 있으며, 음식물 쓰레기와 생활 폐기물도 자연스럽게 감소한다. 결국 정리정돈은 환경 보호뿐 아니라 가계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셈이다.
조상권 박사(수원대 경영학전공)은 "정리정돈은 공간을 관리하는 일이 아니라 소비를 관리하는 습관"이라며 "많은 가정에서 돈이 새는 원인은 수입 부족보다 관리 부족인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냉장고와 옷장, 창고 등을 정기적으로 점검하면 중복 구매와 불필요한 소비를 줄일 수 있으며, 이것이 곧 가장 현실적인 재테크가 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정리정돈을 생활화하기 위해서는 '하나를 사면 하나를 비운다'는 원칙을 실천하고, 냉장고는 일주일에 한 번, 옷장은 계절이 바뀔 때마다 점검할 것을 권한다. 또한 사용하지 않는 물건은 중고거래나 기부를 통해 공간과 자원을 함께 절약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재테크는 거창한 투자에서만 시작되지 않는다. 집 안을 정리하는 작은 습관 하나가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고 생활비를 절약하며, 더 나아가 건강한 소비문화를 만드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고물가 시대일수록 정리정돈은 깨끗한 집을 만드는 일을 넘어 가정경제를 지키는 가장 실용적인 생활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