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동의 화약고가 또 한 번 들썩인다. 주말에 스위스에서 마주 앉기로 했던 미국과 이란의 협상 테이블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되살아난 충돌과 함께 무너졌다는 보도가 나왔다. 세계 원유의 5분의 1이 지나는 이 좁은 바닷길에서 상선이 공격받고 군사 시설이 불타는 순간, 외교의 언어는 다시 포성에 묻혔다. 한 달 전 어렵게 잉크를 말린 합의가 흔들리는 지금, 국제 사회는 또다시 유가 급등과 확전이라는 익숙한 공포 앞에 선다.
이 위기를 이해하려면 한 달 전으로 시계를 돌려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6월 초 이란과 양해각서에 서명했다. 그 문서의 핵심 가운데 하나가 바로 호르무즈 해협이다. 이란은 이 길을 상업 선박의 통행에 열어 두어야 할 의무를 졌다. 전쟁의 한복판에서 이란이 한때 이 해협을 봉쇄해 세계 에너지 공급을 옥좼던 전례가 있기에, 합의문은 바닷길의 재개와 안전을 명문화한 것이다. 그러나 종이 위의 약속과 바다 위의 현실 사이에는 늘 간극이 있다. 휴전은 갈등을 끝낸 것이 아니라 잠시 멈춰 세웠을 뿐이었고, 그 정지선은 한 달을 버티지 못한 채 다시 흔들린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사안에 정통한 인사들을 인용해, 주말 스위스에서 재개될 예정이던 미·이란 회담이 호르무즈의 최근 충돌 이후 중단됐다고 전한다. 양측은 서로를 합의 위반자로 지목하며 책임을 떠넘긴다. 보도에 따르면 이란은 카타르산 원유를 싣고 가던 컨테이너선과 유조선을 겨냥해 공격을 감행했고, 미국은 이에 맞서 이란의 통신망과 무인기, 미사일 기지를 타격했다. 보복이 보복을 부르는 악순환이 다시 가동된 것이다. 미국 측 인사 마이크 왈츠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테헤란이 호르무즈의 국제 해상 교통을 위협한다면 미국은 이란의 군사 기반 시설을 계속 겨냥하겠다고 분명히 했다. 협상의 문을 열어 두면서도 방아쇠에서 손을 떼지 않겠다는 이중의 신호다.
날짜는 또렷하다. 이 보도는 2026년 6월 28일, 협상이 예정된 바로 그 주말을 코앞에 두고 터져 나왔다. 무대는 두 곳으로 갈린다. 하나는 평화를 조율하려던 중립국 스위스의 회담장이고, 다른 하나는 포연이 가시지 않은 호르무즈의 물길이다. 한쪽에서 외교관들이 의제를 다듬는 동안, 다른 한쪽에서는 유조선의 선원들이 항로를 두고 목숨을 셈한다. 좁은 해협을 사이에 둔 이 거리감이야말로 지금 중동이 처한 모순을 압축한다. 책상 위의 합의와 바다 위의 화염이 같은 시간, 같은 사안을 두고 정반대 방향으로 달리는 것이다.
결국 이번 사태는 한 장의 합의문이 분쟁을 끝내지 못한다는 오래된 진실을 다시 일깨운다. 미국과 이란은 협상의 끈을 완전히 놓지는 않았으나, 호르무즈라는 화약 위에서 그 끈은 위태롭게 흔들린다. 이 좁은 바닷길의 안위가 곧 세계 경제의 맥박과 직결된다는 사실 앞에서, 누구도 이 위기를 강 건너 불로 여길 수 없다. 협상장이 다시 열릴지, 아니면 포성이 외교를 끝내 삼킬지 — 세계는 지금 그 갈림길에서 숨을 고르며 중동을 응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