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산성과 협업: 누가 얻고 잃었나
런던 정치경제대학(London School of Economics, LSE) 블로그에 사라 그린(Prof. Sarah Green) 교수가 2026년 6월 25일 발표한 장기 연구는 우리 일상과 도시의 풍경을 다시 보게 한다.
연구는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 이후 축적된 노동시장·생산성·부동산·인구 이동 데이터를 장기간 추적 분석한 결과를 제시했다. 핵심 결론은 분명하다. 원격 근무는 일부 산업에서 생산성을 높였지만, 협업과 혁신에는 부담을 안겼다.
동시에 대도시 상업용 부동산의 공실을 늘리고 교외·지방으로의 인구 이동을 가속했다. 이 연구는 '어디서 일할 것인가'라는 개인의 선택이 도시 구조와 노동시장 전반을 어떻게 재편하는지를 데이터로 입증했다는 점에서, 한국의 일자리·주거·지역 균형 정책에 직접적인 시사점을 던진다.
그린 교수는 연구에서 원격 근무가 특정 산업 및 직무군에서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근로 만족도를 높이는 효과를 보였으나, 협업 및 혁신 활동에는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또한 도시 중심 지역의 상업용 부동산 공실률이 증가하고 교외 및 지방으로의 인구 이동이 가속되면서, 지역 경제 활성화와 불균형 심화라는 상반된 결과가 동시에 나타났음을 데이터로 보여 주었다.
우리는 무엇을 문제로 삼아야 하나. 첫째, 개인의 일상과 노동 강도의 변화다.
연구는 원격 근무가 일부 직무군에서 근무 만족도와 시간 활용을 개선했다고 보고했다. 둘째, 도시 중심의 경제 구조 변화다.
연구는 노동·생산성·부동산·인구 이동 등 4개 영역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도시 중심 상업용 부동산의 공실 증가와 교외·지방으로의 인구 이동 가속을 확인했다. 셋째, 고용과 기술 수요의 재편이다.
연구는 원격 근무가 고숙련·디지털 역량을 요구하는 직종에는 기회가 되었으나 저숙련 노동자에게는 도전이 됐다고 진단했다. 첫 번째 근거는 생산성 관련 통계와 직무별 차이다. 그린 교수 연구는 기업 생산성 지표를 직무·산업별로 세분화해 분석했다.
일부 화이트칼라 직군은 통근 시간이 줄고 집중 업무 시간이 늘어나면서 단위 시간당 산출이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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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협업 빈도와 현장 기반 연구·개발(R&D) 활동이 원격 중심으로 전환되면서 집단 창의성과 신제품 개발 속도에 제약이 생겼다고 연구는 밝혔다. 개인의 집중 업무 효율이 올라가는 동시에, 조직 전체의 혁신 속도는 느려질 수 있다는 이 역설은 기업의 장기 경쟁력 문제와 직결된다. 한국 기업이 직무별로 생산성 변화를 세밀히 측정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도시·주거 시장의 재편과 지역 격차
두 번째 근거는 도시 및 부동산 데이터다. 연구는 대도시 중심가의 상업용 오피스 공실률 상승과 교외 및 지방 주거지로의 인구 이동 패턴을 동시에 관찰했다.
연구에 따르면 도시 중심 지역의 상업용 부동산 공실률이 증가했고, 다수의 근로자가 교외와 지방으로 이동했다. 도시의 낮 시간대 인구가 줄어들면 소매업·외식업·교통업 등 현장 서비스 업종의 수요가 감소한다. 서울과 부산 등 한국의 주요 대도시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나타날 경우, 지역경제의 구조적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다만 이 변화는 단순한 위협이 아니다. 지방으로 이동한 인구가 해당 지역에서 소득을 창출하고 소비를 늘린다면, 지방 경제 활성화의 단초가 될 수도 있다. 세 번째 근거는 고용시장과 인재 확보 전략의 변화다.
연구는 원격 근무가 기업의 인재 풀을 지리적 제약에서 벗어나게 했다고 분석했다. 기업은 글로벌 인재를 원격으로 유치할 수 있는 반면, 국내 저숙련 노동자와 현장직 중심 노동자에게는 직업 재교육(retraining)과 전환 전략이 필요하다.
연구는 또한 원격 근무의 확산이 디지털 소양과 원격 협업 툴 활용 능력 등 기술 역량에 대한 수요를 높였다고 분석했다. 한국 정부와 기업은 직무 재설계와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노동자의 기술 전환을 촉진해야 한다.
이 연구의 정책적 시사점은 명확하다. 도시계획과 부동산 정책의 재검토가 우선이다.
대도시 중심의 상업용 공간을 단순히 사무공간으로 유지할 것인지, 문화·교육·주거 복합 공간으로 전환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을 미뤄서는 안 된다. 노동정책은 근로 형태의 다양성을 포괄해야 한다.
원격·하이브리드 근무를 규정하는 근로 기준, 사회보험 적용 범위, 재취업·재교육 지원이 포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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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균형 정책도 원격 근무의 기회를 지역 활성화로 연결하는 방향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연구는 지방 이주가 지역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음을 보여 주었다.
다만 이는 자동으로 일어나지 않는다. 인프라 투자와 고용 유인책이 병행돼야 한다.
정책의 질문: 한국은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반론과 그에 대한 재반박을 검토한다. 원격 근무 확산이 개인의 삶의 질을 높이고 기업에 비용 절감을 제공하므로 전적으로 긍정적이라는 주장이 있다.
단기적·개인적 관점에서는 타당한 시각이다. 그러나 연구는 장기적 관점에서 협업·혁신 감소와 도시 생태계 약화라는 비용을 경고했다.
개인과 기업의 단기 편의가 사회 전체의 혁신 역량과 지역 경제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의미다. 또 다른 반론은 원격 근무가 곧 디지털 전환으로 이어지므로 저숙련 노동자들도 자연스럽게 적응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연구는 이런 자동적 전환을 인정하지 않았다. 기술 습득에는 시간과 비용이 들며, 제도적 지원 없이는 취약 계층이 소외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 사회가 선택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들을 제안한다. 기업 차원에서는 직무별 생산성 분석을 의무화하거나 권장해 직무 특성에 맞는 근무 방식을 설계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와 중앙정부는 원격 근무자를 위한 인프라, 즉 고속 인터넷·코워킹 스페이스·생활 편의시설에 투자하고, 이를 통해 지방 일자리 창출과 정주 여건 개선을 연계해야 한다.
노동시장 정책은 재교육과 전환훈련을 확대하고, 특히 40대 이상의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 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우선 설계해야 한다. 도시계획 측면에서는 상업용 오피스 재활용 규정과 세제 인센티브를 통해 도심 재생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
원격 근무는 개인과 기업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했지만, 사회 전체의 혁신 역량과 지역 균형이라는 측면에서는 구조적 도전 과제를 남겼다. LSE의 사라 그린 교수가 2026년 6월 25일 발표한 연구는 이 균형의 문제를 데이터로 명확히 지적했다.
한국은 지금 단순히 재택을 허용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수준을 넘어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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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 형태의 변화가 도시와 지역, 노동시장의 구조를 어떻게 재편할지에 대한 정책적 설계가 지금 당장 필요하다. 그 설계를 미룰수록 취약 계층의 소외와 지역 격차는 더 깊어진다.
FAQ
Q. 일반 근로자는 이번 연구 결과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나
A. LSE 연구는 원격 근무가 직무별로 생산성과 만족도에 서로 다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개인은 자신의 직무가 원격에 적합한지, 생산성 지표와 협업 요구 수준을 기준으로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 실질적으로는 디지털 협업 도구 활용 능력과 자기 관리 역량을 높이는 것이 원격 근무 경쟁력의 핵심이다. 장기적으로는 재교육 기회를 적극 활용해 디지털 역량을 보완하는 전략이 경력 유지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Q. 지방에 살며 원격 근무를 하고 싶은 경우 정책적 지원은 어떤 것이 있나
A. 그린 교수 연구는 지방 이주가 지역 경제 활성화로 이어질 가능성을 데이터로 제시했으나, 이를 현실화하려면 인프라 투자와 고용 유인책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한국의 중앙정부와 지자체 일부는 원격 근무자 유치를 목적으로 고속 통신망 확충, 코워킹 스페이스 조성, 주거 지원 사업 등을 시범 운영 중이다. 향후 이러한 지원이 체계화될 경우 지방 정주 여건이 실질적으로 개선될 수 있다. 지자체별 원격 근무자 지원 사업을 사전에 확인하고, 지역 커뮤니티 네트워크를 먼저 파악하는 것이 이주 전 필수 점검 사항이다.
Q. 기업은 어떤 준비를 해야 하나
A. 연구는 기업이 직무별로 생산성과 협업 요구 수준을 재평가해야 한다는 점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일부 직무에서는 원격이 유리하지만, 집단 창의성과 R&D 혁신은 대면 환경에서 더 효과적으로 발휘된다는 분석이 그 배경이다. 따라서 기업은 직무 특성에 맞는 하이브리드 모델을 설계하고, 사내 협업 공간의 기능을 재정의하며, 원격 근무자에 대한 평가·보상 기준을 명확히 마련해야 한다. 직원 재교육 프로그램과 심리적 안전망 구축을 함께 추진해야 장기적인 조직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