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순살 직장인의 생각주머니) 삶이 흔들리면 촛불을 켜세요

촛불



삶이 흔들릴 때면, 상습적으로 무심한 전등을 끄고 촛불의 켜세요.

순간, 염치없이 밝았던 방은 사라지고이내 태초인 듯한 우주 공간이 나타납니다.

 

촛불은 고요한 수도자입니다.

말이 없는데 위안이 되고, 가르침이 없는데 영감을 얻습니다.

촛불이 밝히는 방의 백성들은 모두 순해집니다.

그러면 저도 어쩔 수 없이 순한 양이 되려고 다짐합니다.

사람이 양이 될 수 없듯이 저도 순해질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요.

 

촛불은 위대한 연금술사입니다.

촛불에 비친 작은 알람 시계의 그림자는 성당 종탑의 시계같이 웅장합니다.

촛불 앞에 있는 사람의 그림자는 반대쪽 벽면이 모자라 어깨 위를 꺾어서 천정에 매달아 놓습니다.

이제 방에 있는 모든 존재는 물질문명의 시대에서 신화(神話)의 시대로 들어갑니다.

저는 촛불 앞에서는 거인이고, 초인이 됩니다.

그리고 바람에 흔들리는 커다란 상수리나무가 됩니다.

 

무엇보다 촛불은 움직이는 바다입니다.

바다는 고요할 때조차 쉬지 않고 파도를 만들어 내듯이, 촛불은 단정할 때조차 흔들림을 축적합니다.

그리고 기차 소리처럼 일정한 간격으로 폭폭폭 흔들립니다.

그러면 방 안에 있던 모든 백성이 일제히 파르르 흔들립니다.

벽돌처럼 무거운 책, 원목 책장이 흔들리는 것을 보면 까닭없이 깊은 위안을 얻게 됩니다.

나만 흔들리는 게 아니구나!’

팔다리가 없는 책도 흔들리는데, 멀쩡히 살아있는 내가 흔들리고 고꾸라진들 이상할 게 없습니다.

 

나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큰 존재이고,

나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유약한 존재이고,

나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단단한 존재입니다.

촛불 하나 밝히고 내가 밝아졌습니다.


K People Focus 김황종 칼럼니스트 (ueber3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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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황종 칼럼니스트 기자 yc1401@naver.com
작성 2026.06.28 23:35 수정 2026.06.28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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