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칼럼] 관계의 자산, 다정한 응원이 만드는 삶의 알고리즘

'나와 너'로 연결되는 인연의 선순환: 다정과 존중이 증명한 살만한 세상

우리는 흔히 인간관계를 주고받는 경제적 논리로 설명하곤 한다. 현대 사회에서 관계란 종종 자산 가치나 인맥이라는 숫자로 치환되기도 한다. 하지만 삶의 여정 속에는 계산기로는 결코 두드릴 수 없는 신비로운 순간이 존재한다. 아무런 홍보도, 그 흔한 자랑 섞인 연락 한 통도 없었음에도 누군가 나의 흔적을 찾아내고 조용히 지지를 건네올 때가 그렇다. 세상은 눈에 보이는 숫자나 이익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다정한 마음의 연결망으로 유지되고 있음을 우리는 비로소 깨닫게 된다.

 

많은 기업과 기관에서 조직 소통과 리더십, 회복 탄력성을 강의하며 ‘관계’의 본질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해 왔다. 오랜 시간 타인의 성장을 돕고, 상처받은 조직의 소통을 치유하는 자리에 전문가로 서 있었지만, 정작 내 삶의 가장 깊은 고립을 마주했을 때 나를 일으켜 세운 것은 거창한 이론이나 세련된 소통 공식이 아닌 작은 인연들이었다.

 

과거 아이를 기르며 깊은 정서적 침체기를 겪던 시절이 있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독박 육아의 터널 속에서 스스로가 그리 매력적이지도, 당당하지도 않다고 느끼며 외로운 섬에 갇혀 있을 때였다. 세상으로부터 소외되었다는 생각에 마음이 한없이 작아지던 그때, 편견 없이 나의 곁을 지켜주고 어울려주었던 마음 착한 동생들이 있었다. 바로 ‘다담’과 ‘초심’이다. 조건 없는 수용과 다정함으로 나의 초라했던 시간마저 너그럽게 품어주었던 그들의 존재는, 그 자체로 내 삶을 지탱하는 단단한 정서적 지지 기반이자 자산이 되어주었다.

 

그 고마운 인연들이 최근 나에게 또 한 번 깊은 울림을 주었다. 북랩을 통해 출간한 공저 『사랑을 배우는 시간』에 대해 나는 그들에게 그 어떤 말도, 홍보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두 사람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내 책을 찾아내어 별도로 구매해 주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순간, 가슴 깊은 곳에서 밀려오는 고마움과 감동은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려웠다. 내가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 곁을 지켜준 이들이, 이제는 나의 생각과 지식이 담긴 책을 통해 다시 영혼으로 연결되는 과정은 인연의 아름다운 선순환을 보여준다. 이 고마운 동생들에게는 올해 하반기에 출간될 나의 저서이자, 오랫동안 준비해 온 『존중 인문학』을 꼭 가장 먼저 선물하겠다고 마음을 담아 단단히 일러두었다.

이미지 제공=AI 생성 이미지 

심리학자 알프레드 아들러는 인간의 모든 고민은 인간관계에서 비롯된다고 말했지만, 역설적으로 그 고민을 치유하는 유일한 열쇠 또한 관계에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나 자신이 가장 초라하다고 느낄 때 타인이 건네는 무조건적인 긍정적 존중은 인간의 존재 가치를 다시금 증명하는 치유의 힘을 가진다.

 

또한 철학자 마르틴 부버는 인간의 만남을 ‘나와 그것(I-It)’의 관계와 ‘나와 너(I-Thou)’의 관계로 구분했다. 상대를 나의 필요나 수단으로 대하는 것이 ‘나와 그것’의 관계라면, 상대를 온전한 인격체이자 존엄한 존재로 마주하는 것이 바로 ‘나와 너’의 관계다. 다담과 초심이 보여준 행동이 바로 그러하다. 그들은 나의 과거를 기억하고, 현재를 응원하며, 미래를 기대하는 마음을 ‘책’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증명해 보였다. 수많은 세계 인구 중 내가 살면서 맺는 인연은 아주 일부에 불과하지만, 결국 이러한 ‘나와 너’의 경험 하나하나가 메마른 마음을 채우고 세상을 살만한 곳으로 느끼게 만드는 근원적인 원동력이 된다.

 

사람의 관계란 무엇일까. 그것은 서로의 삶에 존중이라는 선한 영향력을 축적해가는 과정이다. 아무리 척박한 현실과 고립의 시간 속이라도 다담과 초심처럼 처음의 마음을 잃지 않고 정성을 다하는 귀한 인연들이 곁에 있다면, 우리는 언제든 다시 일어설 회복 탄력성을 얻는다. 관계의 기적은 대단한 이벤트가 아니라, 서로의 존재를 잊지 않고 조용히 존중과 응원을 송신하는 그 한 줌의 진심에서 시작된다. 다가오는 하반기, 세상에 내놓을 『존중 인문학』 역시 바로 이러한 다정한 연결과 인간에 대한 깊은 존중에서 출발한 나의 고백록이 될 것이다.

 

 

 

작성 2026.06.28 23:05 수정 2026.06.28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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