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한식 디렉터 장윤정]의 경남 향토음식 42회, 고성 멸치쌈밥

경남 향토음식 42회, 고성 멸치쌈밥의 깊은 감칠맛

고성 앞바다의 멸치를 조림으로 끓여 쌈과 함께 먹는 남해안 향토 밥상

한식명인 장윤정이 바라본 멸치쌈밥의 서민성과 음식문화적 가치

K-한식 디렉터 장윤정의 경남 향토음식 42회, 고성 멸치쌈밥 사진 미식 1947

 

 

 

남해안 멸치를 밥상에 올리다, 고성 멸치쌈밥 이야기

 

경남 향토음식 마흔두 번째 이야기는 고성 멸치쌈밥입니다. 41회차에서 소개한 고성 가리비찜이 자란만 바다가 품은 가리비의 달큰한 감칠맛을 정갈하게 살린 음식이었다면, 고성 멸치쌈밥은 남해안 멸치의 진한 맛과 쌈 문화가 만나 완성되는 생활형 향토 밥상입니다.

 

멸치는 한식에서 매우 중요한 식재료입니다. 국물의 바탕이 되고, 볶음 반찬이 되며, 젓갈과 액젓으로 발효되어 김치와 장맛을 깊게 만듭니다. 그러나 멸치는 단순히 육수를 내고 버리는 재료가 아닙니다. 제철의 싱싱한 멸치는 조림이나 찌개, 쌈밥으로도 훌륭한 한 끼가 됩니다.

 

고성 멸치쌈밥은 멸치를 양념에 자작하게 조려 밥과 함께 쌈채소에 싸 먹는 음식입니다. 멸치조림은 고추장이나 된장, 고춧가루, 마늘, 양파, 대파, 무를 넣어 끓이면 깊은 감칠맛이 살아납니다. 멸치의 짭조름한 맛과 무의 시원한 단맛, 양념의 칼칼함이 어우러지면 밥 한 숟가락을 부르는 강한 밥상 음식이 됩니다.

 

멸치쌈밥의 매력은 작은 생선이 가진 큰 맛에 있습니다. 멸치는 크기는 작지만 맛은 깊습니다. 살과 뼈, 내장에서 우러나는 감칠맛이 진하고, 양념과 만나면 밥을 감싸는 힘 있는 맛이 됩니다. 한입 크기로 싸 먹기 좋고, 쌈채소와 만나면 짠맛과 매운맛이 부드럽게 정리됩니다.

 

좋은 멸치쌈밥은 멸치 손질에서 시작됩니다. 큰 멸치를 쓸 때는 쓴맛이 과하지 않도록 내장을 정리하고, 너무 오래 끓여 살이 흐트러지지 않게 해야 합니다. 잔멸치를 쓰는 볶음과 달리 쌈밥용 멸치조림은 살이 어느 정도 살아 있어야 먹음직스럽습니다. 조림 국물은 너무 흥건하지 않고, 밥에 살짝 얹었을 때 촉촉하게 스며들 정도가 좋습니다.

 

양념의 균형도 중요합니다. 고추장만 강하면 텁텁하고, 된장만 강하면 무거울 수 있습니다. 고추장과 된장을 적절히 섞고, 고춧가루로 칼칼함을 더하며, 조청이나 매실청을 아주 조금 넣으면 멸치의 짠맛이 부드럽게 정리됩니다. 마늘과 대파는 향을 살리고, 무는 국물의 시원함을 더합니다.

 

한식명인 장윤정의 시선에서 고성 멸치쌈밥은 작은 생선을 한 상의 중심으로 끌어올린 음식입니다. 한식은 큰 재료만 귀하게 여기지 않습니다. 작고 소박한 재료도 손질과 조리법을 만나면 충분히 깊은 음식이 됩니다. 멸치쌈밥은 바로 그런 한식의 지혜를 보여줍니다.

 

멸치쌈밥은 쌈채소가 함께해야 완성됩니다. 상추, 깻잎, 배추속대, 쑥갓, 케일, 미나리 같은 채소는 멸치조림의 진한 맛을 산뜻하게 받쳐줍니다. 쌈 위에 밥을 조금 올리고, 멸치조림 한 점과 무조림, 양념을 살짝 얹어 싸 먹으면 바다의 감칠맛과 들의 싱그러움이 한입 안에서 만납니다.

 

이 음식은 고급스럽게 표현할 여지도 충분합니다. 요리책에 담는다면 깊은 도자기 그릇에 멸치조림을 자작하게 담고, 옆에는 쌈채소를 가지런히 펼쳐 놓으면 좋습니다. 밥은 작은 공기에 단정히 담고, 조림 위에는 송송 썬 대파와 통깨를 아주 절제해 올리면 한식 쌈밥의 품격이 살아납니다.

 

고성 멸치쌈밥은 남해안 사람들의 생활과도 닿아 있습니다. 바다에서 나는 작은 생선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장맛과 채소를 더해 든든한 밥상으로 만들어 온 음식입니다. 향토음식은 특별한 날의 화려한 음식만이 아닙니다. 매일의 밥상에서 오래 먹히고, 지역 사람들의 입맛을 지켜온 음식이야말로 향토음식의 뿌리입니다.

 

오늘날 K-한식의 관점에서도 멸치쌈밥은 의미가 큽니다. 쌈 문화는 한식의 중요한 특징입니다. 밥과 반찬을 따로 먹는 것이 아니라, 채소 위에 밥과 조림을 얹어 한입으로 조화시키는 방식은 매우 한국적입니다. 고성 멸치쌈밥은 바다 식재료와 쌈 문화가 만난 좋은 예입니다.

 

또한 멸치쌈밥은 지속 가능한 음식문화의 가치도 품고 있습니다. 비싼 식재료를 많이 쓰지 않아도, 지역에서 나는 재료를 잘 다루면 충분히 깊은 음식이 됩니다. 멸치, 무, 된장, 고추장, 쌈채소처럼 익숙한 재료들이 모여 한 상을 이루는 모습은 한식의 건강성과 실용성을 잘 보여줍니다.

 

미식1947요리전문신문은 이번 연재를 통해 경남 향토음식을 단순한 음식 소개가 아니라, 지역의 자연과 사람, 식재료와 조리 철학이 담긴 문화 기록으로 다루고자 합니다. 한식명인 k-한식디렉터장윤정은 고성 멸치쌈밥을 통해 남해안 멸치 음식문화와 한식 쌈밥의 깊이를 다시 바라봅니다.

 

저서 장윤정의요리에세이사철가와 야무진장윤정의간편한중식요리에서 보여준 음식 기록의 감각처럼, 고성 멸치쌈밥 역시 한 접시의 조림을 넘어 지역의 바다와 사람의 밥상을 읽게 하는 음식입니다. 멸치의 감칠맛, 장맛의 깊이, 쌈채소의 싱그러움, 밥 한 숟가락의 든든함이 모두 이 음식 안에 담겨 있습니다.

 

고성 멸치쌈밥은 한식명인이 기록할 만한 향토음식입니다. 작은 생선을 깊은 조림으로 완성하는 기술, 장맛의 균형, 쌈으로 먹는 방식, 지역 바다의 이야기가 모두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장윤정의 한 줄 해석
고성 멸치쌈밥은 남해안 멸치의 진한 감칠맛과 장맛, 싱싱한 쌈채소가 어우러져 작은 생선을 한 상의 중심으로 끌어올린 경남의 생활형 향토 밥상입니다.

 

 

 

 

작성 2026.06.28 18:19 수정 2026.06.28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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