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풍에 섞인 전란의 먼지
기울어진 처마 끝
강물로 흐르는 굶주린 곡소리
해진 소맷단엔 젖은 시대의 결로(結露).
내던진 잔(盞)이 허공을 가르자
구름 찢고 솟구치는 청룡의 갈기
천지는 한낱 교거(僑居)
달빛 딛고 선 발끝에 대지의 맥박이 뛴다.
장미 가시 돋친 고독의 성소(聖所)
어둠을 등불 삼아 건너는 비극의 심연
서늘한 옷자락 끝에 닿는 신의 숨결
그것은 가눌 길 없는 사랑의 다른 이름.
보라,
수선화가 터는 비의 무게
비탄을 거름 삼아 솟구친 초록의 뼈
숲의 심장을 관통하는 무지개.
붉은 말갈기 휘날리며
어둠을 헤쳐 달려오는 서광(曙光)
고통의 재를 털어낸 저 뜨거운 이마 위로
내일의 눈동자가 눈부시게 열린다.
-파이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