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흔들리는 성인들, 문제는 의지가 아니라 ‘해석의 부재’일 수 있다.

- 답을 찾기 전에 필요한 것, 나의 상태를 번역하는 기록의 힘

 

성인기 혼란 · 전환기 · 자기 이해

 

성인들의 마음 건강 문제는 더 이상 일부의 이야기가 아니다.

 

보건복지부와 국립정신건강센터가 2024년 7월 발표한 ‘2024년 국민 정신건강 지식 및 태도 조사’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정신건강 문제를 경험했다고 답한 비율은 73.6%로 나타났다. 심각한 스트레스를 경험했다는 응답은 46.3%, 수일간 지속되는 우울감을 경험했다는 응답은 40.2%였다.

 

겉으로는 일상을 유지하고 있지만, 많은 성인들이 내면에서는 스트레스, 우울감, 불안, 압박감 등을 경험하고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이러한 흔들림이 자주 개인의 의지 부족으로 해석된다는 점이다. 계획대로 살지 못했을 때, 커리어가 멈춘 것처럼 느껴질 때, 관계와 일상에서 이전처럼 버티기 어려울 때 사람들은 쉽게 자신을 탓한다.

 

“내가 약해서 그렇다.”
“의지가 부족하다.”
“다른 사람은 잘 버티는데 나만 이렇다.”

 

그러나 상담심리의 관점에서 보면 모든 혼란을 실패나 의지 부족으로만 볼 수는 없다. 어떤 혼란은 현재의 삶을 유지하던 방식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신호일 수 있다. 즉, 흔들림은 무너짐의 증거가 아니라 변화가 필요하다는 마음의 알림일 수 있다.

 

감정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해석되어야 한다

 

국가정신건강정보포털은 불안과 공포가 스트레스 상황에서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정상 반응이며, 위험에 대비하고 스트레스에 적응하게 하는 자기 방어 기능을 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다만 불안과 공포에 압도돼 대처가 어렵거나, 과도한 반응으로 일상생활과 업무 수행에 지장이 생긴다면 전문적인 도움이 필요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상태를 단순히 “힘들다”는 말로 표현한다. 그러나 불안, 분노, 수치심, 무기력, 피로감은 서로 다른 감정이다. 이 감정들을 구분하지 못하면 문제의 원인도 흐려진다. 결국 사람은 자신이 왜 멈췄는지 모른 채, 빠른 해결책만 찾게 된다.

 

이때 필요한 것이 ‘상태 번역’이다.

 

상태 번역은 막연한 감정과 생각을 구체적인 언어로 바꾸는 과정이다. 예를 들어 “나는 불안하다”에서 멈추지 않고, “나는 실패할까 봐 두렵다”, “나는 오래 버티느라 지쳐 있다”, “나는 다음 방향을 정하지 못해 압박감을 느낀다”처럼 자신의 상태를 조금 더 정확하게 읽어내는 일이다.

 

2007년 국제학술지 ‘Psychological Science’에 발표된 리버먼 연구팀의 연구는 감정에 이름을 붙이는 과정이 부정적 정서 반응을 낮추는 신경 과정과 관련될 수 있음을 보고했다. 감정에 언어가 붙으면, 막연했던 불편감은 조금 더 분명한 형태를 갖게 된다. 형태를 갖는 순간 사람은 그것을 한 걸음 떨어져 바라볼 수 있다.

 

기록 · 상태 번역 · 자기 관찰

 

기록은 감정 배출이 아니라 자기 관찰의 도구다

 

상태 번역을 돕는 현실적인 방법 중 하나는 기록이다.

 

여기서 말하는 기록은 단순히 감정을 쏟아내는 일기와는 다르다. 기록은 머릿속에서 반복되는 생각을 눈앞에 꺼내놓고, 자신의 상태를 관찰하는 과정에 가깝다.

 

“나는 왜 이렇게 불안한가”라는 질문은 중요하다. 그러나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나는 무엇을 잃을까 봐 두려운가.
지금 내 삶에서 가장 부담스러운 것은 무엇인가.
내가 원하는 것은 해결인가, 휴식인가, 인정인가, 방향인가.
지금 당장 해결하지 못하더라도, 먼저 알아차려야 할 감정은 무엇인가.

 

질문이 구체화될 때 기록은 단순한 감정 배출을 넘어 자기 이해의 도구가 된다. 기록은 답을 즉시 주지 않는다. 대신 현재 상태를 확인하게 한다. 그리고 자신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을 때, 사람은 자책에서 조금씩 벗어날 수 있다.

 

전환기의 혼란을 실패로만 볼 수 없는 이유

 

성인기의 혼란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늦은 출발, 커리어 공백, 관계의 어려움, 경제적 압박, 가족 안에서의 역할 변화 등이 그 배경이 될 수 있다. 겉으로는 특별한 사건이 없어 보여도, 내면에서는 삶의 기준이 바뀌고 있을 수 있다.

 

필자는 이러한 전환기의 시간을 ‘Blue Season’이라는 개념으로 바라본다.

 

Blue Season은 단순한 우울이나 무기력의 시간이 아니다. 아직 명확한 언어를 얻지 못한 변화의 계절에 가깝다. 과거의 방식으로는 더 이상 버티기 어렵지만, 새로운 방향은 아직 정리되지 않은 시간이다.

 

이 시기의 사람은 겉으로 멈춘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삶의 방향 감각을 다시 조정하는 중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 시간을 무조건 실패로 단정하지 않는 것이다. 혼란은 제거해야 할 약점이 아니라, 지금의 삶을 다시 읽어보라는 신호일 수 있다.

 

답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자기 상태에 대한 이해다

 

현대 사회는 빠른 결론을 요구한다. 불안하면 해결책을 찾아야 하고, 멈춘 것 같으면 즉시 움직여야 하며, 흔들리면 다시 강해져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마음의 문제는 속도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상담에서 중요한 과정 역시 당장의 정답을 주는 것이 아니다. 내담자가 자신의 감정과 생각, 반복되는 선택의 패턴을 이해하도록 돕는 데 있다. 자신을 이해하지 못한 채 내리는 결정은 또 다른 혼란을 만들 수 있다.

 

흔들리는 성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더 강한 의지라는 말보다, 자신의 상태를 해석할 수 있는 언어다. 지금 느끼는 불안이 실패의 증거인지, 휴식의 신호인지, 변화의 요구인지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혼란은 인생의 결함이 아니다. 때로 그것은 기존의 방식으로는 더 이상 충분하지 않다는 마음의 신호다.

 

답을 당장 찾지 못하더라도, 먼저 내가 어디에서 지쳤는지, 무엇 앞에서 멈췄는지, 어떤 변화의 문턱에 서 있는지 기록해보는 일. 그것이 흔들리는 성인들에게 필요한 첫 번째 자기 이해의 과정일 수 있다.

 

 

자료 출처: 보건복지부·국립정신건강센터 「2024년 국민 정신건강 지식 및 태도 조사 발표」, 국가정신건강정보포털, Lieberman et al.(2007), 「Putting Feelings Into Words」, Psychological Science.


 


 

작성 2026.06.28 03:45 수정 2026.06.28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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