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만 있고 일은 없다"… 장애인 일자리의 구조적 한계,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보호의 복지를 넘어 장애인의 역량과 가능성을 발휘할 수 있는 일자리 생태계가 필요하다

장애인 고용 정책은 확대됐지만 여전히 '일할 기회'는 부족하다

단기·저임금 중심의 일자리 구조가 장애인의 경제적 자립을 가로막고 있다

"일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일할 곳이 없습니다."

많은 장애인이 취업 상담 현장에서 가장 먼저 꺼내는 이야기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해마다 장애인 일자리 예산을 확대하고 다양한 고용지원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겉으로 보면 지원은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일할 자리가 없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우리 사회는 오랫동안 장애인을 보호와 돌봄의 대상으로 바라봤다. 그 결과 장애인 복지정책 역시 생계지원과 돌봄서비스 확대에 초점을 맞춰 발전해 왔다. 물론 이러한 지원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인간다운 삶은 단순히 보호받는 데서 완성되지 않는다.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고 사회 구성원으로 역할을 수행하며 경제적 자립을 이뤄갈 때 비로소 삶의 존엄과 자아실현도 가능해진다.

 

실제 사례를 보자.

지체장애가 있는 30대 김씨는 컴퓨터 활용 능력이 뛰어나고 관련 자격증까지 취득했다. 하지만 여러 차례 입사지원에도 번번이 탈락했다. 결국 공공일자리 사업에 참여했지만 하루 몇 시간, 몇 개월 단위의 단기 일자리에 머물렀다. 사업이 종료되면 다시 구직활동을 반복해야 했다.

 

발달장애인 이씨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취업을 희망했지만 선택 가능한 일자리는 제한적이었다. 단순 반복 업무나 단기 공공일자리가 대부분이었고, 자신의 적성과 강점을 살릴 수 있는 직무를 찾기 어려웠다. "일하고 싶어도 오래 일할 수 있는 직장이 없다"는 말은 장애인 구직자들이 공통적으로 토로하는 현실이다.

 

문제는 장애인 일자리 정책이 여전히 양적 확대에 치우쳐 있다는 점이다. 취업 인원 숫자와 참여 실적은 늘었지만, 상당수는 단기·저임금·한시적 일자리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일자리가 생계유지와 경력 형성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사업 종료와 함께 다시 구직 상태로 돌아가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민간기업 고용 역시 여전히 높은 장벽이 존재한다. 장애 특성에 대한 이해 부족, 편의시설 미비, 생산성에 대한 편견, 직무 개발 부족 등으로 인해 장애인 채용을 부담으로 인식하는 기업도 적지 않다. 법정 의무고용률을 채우지 못하면서도 부담금을 납부하는 방식으로 대체하는 사례 역시 계속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장애인 고용이 단순히 일자리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장애인이 자신의 역량과 적성에 맞는 직무를 선택하고 지속적으로 경력을 쌓을 수 있는 구조가 부족하다는 데 있다. 직업훈련, 맞춤형 직무 개발, 근로지원 서비스, 디지털 역량 강화, 재택근무와 유연근무 확대 등 질적인 접근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특히 인공지능과 디지털 전환 시대는 장애인 고용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있다. 온라인 사무 업무, 콘텐츠 제작, 디지털 마케팅, 원격 상담, 데이터 관리 등 신체적 제약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새로운 직무들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제는 장애인을 보호의 대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디지털 경제를 함께 만들어 갈 인적 자원으로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장애인에게 일은 단순한 소득 활동이 아니다. 사회와 연결되고 자신의 존재 가치를 확인하며 독립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중요한 권리다. 지원금과 일시적 사업만으로는 진정한 자립을 이룰 수 없다.

복지는 보호에서 끝나서는 안 된다. 장애인이 일할 권리를 보장받고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일자리 생태계를 만드는 것, 그것이 초고령사회와 디지털 전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사회가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다. 이제는 "지원은 있는데 일은 없는 사회"를 넘어 "일할 기회와 성장의 사다리가 있는 사회"로 나아가야 할 때다.
 

 

(Image: Generated by Gemini)

작성 2026.06.27 13:41 수정 2026.06.27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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