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평화를 깨지 않았다" — 트럼프, 이란 공습을 정당화하다

같은 합의문 5조, 두 개의 진실… 휴전은 핫라인 한 가닥에 매달렸다

사건의 본질은 누가 먼저 쐈느냐가 아니라, 같은 문장을 누가 어떻게 읽느냐에 있다

트럼프 공습 정당화·혁명수비대 반박·핫라인 가동 — 호르무즈 사태 정리

▲ AI 이미지, 중동디스커버리신문 제공

폭격하고도 평화를 말한다. 6월 26일, 미국이 이란 본토를 타격한 직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휴전이 여전히 살아 있다고 강조했다. 화물선을 노린 이란의 드론이 합의 위반이며, 자신의 공습은 그 합의를 지키기 위한 강제 집행이라는 논리다. 그러나 테헤란의 셈법은 정반대다. 서명한 지 열흘 된 평화는 왜 이토록 위태로운가. 정당화의 언어가 오가는 호르무즈의 한복판을 들여다본다.

 

전쟁은 2026년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테헤란 타격으로 시작되었다. 분노한 이란은 세계 원유의 약 5분의 1이 지나는 호르무즈를 닫아걸었고, 4월부터 미국이 이란 항구를 봉쇄하며 맞섰다. 넉 달의 충돌 끝에 두 나라는 협상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6월 17일, 14개 조항의 양해각서에 서명하며 60일짜리 휴전에 합의했다. 

 

그러나 이 휴전은 처음부터 위태로웠다. 합의문 5조는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 관리를 이란과 오만이 협의해 정한다고만 적었다. 누가 최종 결정권을 쥐는지는 비워 두었다. 미국은 자유항행을, 이란은 자국 관할권을 읽었다. 같은 조항을 두고 서로 다른 결론에 도달한 것이다. 합의가 깨지기 전, 이미 해석이 갈렸다. 더구나 이 휴전은 첫 단추부터 헐거웠다. 4월의 임시 휴전은 양쪽이 수차례 어겼고, 이번 60일 합의 역시 서명 직후부터 삐걱댔다. 평화는 늘 전쟁보다 정교한 설계를 요구한다.

 

방아쇠는 6월 25일에 당겨졌다. 호르무즈를 빠져나가던 싱가포르 선적 화물선 '이버 러블리'호가 이란 드론에 맞았다. 배는 손상을 입었으나 항해를 이어 갔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를 휴전의 "어리석은 위반"이라 규정했다. 그는 이란이 드론 네 대를 쐈고, 미군이 세 대를 떨어뜨렸으며, 한 대가 윗갑판에 명중했으나 배는 계속 나아갔다고 적었다. 

 

트럼프는 동시에 이번 합의가 "매우 성공적"이라 자평했다. 기름값이 내렸고, 해협이 열렸으며, 이란이 핵무기를 포기했다는 이유다. 26일 미국 중부사령부(CENTCOM)는 "강력한 대응"을 선언하며 이란의 미사일·드론 저장고와 해안 레이더를 타격했다. 양해각서 서명 이후 미군이 이란 본토를 친 첫 사례다. CENTCOM은 이란의 위험한 행동이 핵심 교역로의 항행 자유를 훼손했다고 적었다.

 

흥미로운 지점은 트럼프의 어조다. 그는 보복을 인정하면서도 휴전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백악관에서 기자들을 만난 그는 "어제 그들이 배에 쏜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그 배가 "동맹의 배는 아니지만 매우 비싼 배"였다고 말했다. 공습은 합의를 깨려는 행위가 아니라, 합의를 지키기 위한 강제 집행이라는 논리다. 부통령 밴스도 거들었다. 그는 "이란은 휴전에 서명했고, 우리는 그것을 지켜 왔다"고 적었다. 이어 합의 적용에 이견이 있으면 전화를 걸라면서도, "폭력은 폭력으로 갚는다"고 못 박았다. 

 

미국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우리는 평화를 깨지 않았으며, 다만 규칙을 어긴 쪽을 응징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트럼프는 이란이 "아직 쏠 능력은 있으나 많지는 않다"며, 승기는 미국에 있다고 강조했다. 정당화의 핵심은 결국 하나다. 이 공습은 전쟁의 재개가 아니라, 휴전을 지키기 위한 경고라는 주장이다.

 

테헤란의 셈법은 정반대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미국을 "약속을 어긴 정권"이라 불렀다. 그들은 이스라엘이 레바논 남부에서 먼저 휴전을 깼고, 미국이 허가 없이 항로를 지난 선박을 빌미로 이란 해안을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혁명수비대는 합의문 5조를 들어, 호르무즈 통항 관리 권한이 이란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신들의 해군이 역내 미군 위치를 타격했으며, 공격이 반복되면 더 큰 보복이 따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이란 매체들의 진술은 엇갈렸고, 일부 보도는 곧 수정되었다. 전장의 안개는 여전히 짙다.

 

가장 큰 대가는 바다 위 사람들의 몫이다. 혁명수비대의 선박 공격 직후, 유엔은 해협에 갇힌 선원 대피 작업을 멈췄다. 국제해사기구(IMO) 사무총장 도밍게스는 사흘 반 동안 선박 115척, 선원 약 2,500명이 호르무즈를 무사히 빠져나갔다고 밝혔다. 숫자 뒤에는 가족에게 돌아갈 날짜를 세는 얼굴들이 있다. 

 

한편, 충돌을 막으려는 장치도 가동된다. 미국과 이란은 추가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직통선을 열었고, 카타르 도하에는 분쟁을 조율할 협의 센터가 마련되었다. 앞서 걸프협력회의(GCC) 외무장관들은 이란과의 어떤 합의든 미사일 능력 제한을 담아야 한다고 못 박은 바 있다. 위기를 관리하려는 손과, 위기를 키우는 손이 같은 바다에서 맞물린다.

 

이 사건의 본질은 누가 먼저 쐈느냐가 아니라, 같은 문장을 누가 어떻게 읽느냐에 있다. 

 

미국은 "우리는 합의를 지켰다"고 말하고, 이란은 "당신들이 합의를 깼다"고 말한다. 한 장 반짜리 문서의 빈칸이 두 개의 진실을 낳았다. 그 틈에서 휴전은 핫라인과 도하의 협의 센터라는 가느다란 끈에 매달려 있다. 끈이 버티는 동안에도, 화물선 갑판의 선원과 기름값에 매인 보통 사람들은 매일 불안을 견딘다. 정당화의 언어가 오갈수록, 평화의 실체는 점점 더 시험받는다. 말로 지킨 휴전은, 과연 다음 드론 한 발을 견딜 수 있을 것인가.

작성 2026.06.27 12:22 수정 2026.06.27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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