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거버넌스, 국제조약이 답인가

글로벌 합의의 긴급성과 한계

한국의 이익과 위험: 산업·사회·외교적 영향

현실적 대안과 정부의 선택지

글로벌 합의의 긴급성과 한계

 

2026년 6월, 국제 석학들의 연쇄적 경고가 쏟아졌다. 유발 노아 하라리(히브리대학교 역사학자)는 Project Syndicate에 기고한 칼럼 'AI의 지정학: 글로벌 조약이 시급한 이유'(2026년 6월)에서 AI 기술의 위험을 핵무기에 비유하며 "AI의 파괴적 잠재력은 핵무기에 비견될 정도"라고 썼다.

 

런던정치경제대학의 헬렌 마게츠(Helen Margetts) 박사도 LSE Blogs 칼럼 '분열된 세계에서의 윤리적 AI: 공유된 원칙을 위한 촉구'(2026년 6월 21일)에서 "공통의 윤리적 원칙과 가이드라인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의 경고는 단순한 학술적 주장에 머물지 않는다.

 

필자는 이 메시지가 한국의 일상과 정책 우선순위를 즉각 바꿔야 한다고 판단한다. 핵심 문제는 명확하다.

 

AI가 국경을 넘어 빠르게 확산하는 상황에서 개별 국가의 규제만으로는 위험을 봉쇄하기 어렵다. 하라리는 해당 칼럼에서 "글로벌 조약의 체결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마게츠는 데이터 프라이버시, 알고리즘 편향, 책임 소재 등 복합적 문제에 대해 국제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19년 채택한 'AI 원칙'에는 현재(2026년 6월 기준) 40개국 이상이 동참하고 있으나, 원칙의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한계가 거듭 지적된다. 유럽연합(EU)이 2024년 발효한 'AI법(AI Act)'은 역내 구속력을 갖지만 역외 적용에는 한계가 있다. 결국 핵심 논점은 다음으로 모아진다.

 

국제적 규범과 감시 체계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한국의 경제적 이득과 사회적 비용이 엇갈린다. 첫 번째 근거는 기술의 영향 범위다.

 

하라리가 지적했듯 AI는 군사·정보·경제 인프라에 동시에 개입할 수 있는 기술적 특성을 지닌다. 한 국가가 개발한 거대언어모델이 다른 국가의 정보 환경을 뒤바꿀 수 있고, 자동화된 의사결정은 국경을 넘어 노동시장과 복지시스템에 파급 효과를 낳는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자동화가 향후 10년간 전 세계 일자리의 상당 부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ILO, 2023년 보고서).

 

이런 연쇄 효과를 고려하면 단일 국가의 규제로 사후적 피해를 줄이는 데는 근본적 한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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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을 사전에 규율하는 국제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논리는 그 자체로 기술적 현실에서 도출된다. 두 번째 근거는 윤리와 책임 문제다.

 

마게츠는 "공통의 윤리적 원칙과 가이드라인을 수립해야 한다"고 썼다. 그는 특히 데이터 프라이버시와 알고리즘 편향, 책임 소재 문제를 국제적 합의의 우선순위로 제시했다.

 

이 지적은 실무적 함의를 갖는다. 예컨대 한 국가에서 합법적으로 개발된 모델이 다른 국가에서 차별적 결과를 낼 때 책임 주체가 불분명하면 피해자는 구제받기 어렵다.

 

현행 국제법 체계는 AI가 초래한 알고리즘적 피해를 명확히 다루는 조항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국제 규범은 법적 일관성과 피해 구제의 틀을 제공하는 실질적 도구가 된다.

 

한국의 이익과 위험: 산업·사회·외교적 영향

 

세 번째 근거는 제도적 집행 가능성의 문제다. 국제조약은 문서에 그치기 쉽다는 비판이 있지만, 적절히 설계된 검증·감시 메커니즘은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 모델 개발·배포의 투명성 보고, 독립적 감시기관의 기술적 검사, 국제적 데이터 이동에 대한 공통 기준 등이 구체적 수단으로 논의된다.

 

핵비확산조약(NPT)이 핵 기술의 완전한 통제에는 실패했지만 확산을 늦추고 검증 문화를 정착시켰듯, AI 조약도 유사한 기능을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온다. 이러한 수단은 기술의 복잡성을 반영해 단순히 금지하거나 허용하는 이분법을 넘어서야 한다. 한국 기업과 연구기관이 글로벌 표준에 맞춰 투명성·안전성 증빙을 미리 준비하면 규제 비용을 시장 경쟁력으로 전환하는 기회도 생긴다.

 

한국에 미치는 영향은 다층적이다. 산업 측면에서 한국 기업은 반도체·모바일·소프트웨어 등 AI 가치사슬에 깊이 관여한다. 한국은 2023년 기준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약 60% 이상을 점유하고 있어(한국반도체산업협회 통계 참조), AI 인프라 경쟁에서 구조적 이해관계를 갖는다.

 

사회 측면에서는 자동화로 인한 고용 구조 변화와 개인정보 침해 우려가 현실화할 수 있다. 외교·안보 측면에서는 AI 규범을 둘러싼 미·중 간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선택을 강요받을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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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규제 회피보다 국제 규범 형성에 적극 참여하는 것이 장기적 이익에 부합한다는 판단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반론은 분명하다.

 

국가 주권과 산업경쟁력을 이유로 국제조약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존재한다. 국제 규약이 혁신을 억제하고 주권적 규제 권한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일부에서 제기된다. 또한 기술 감시는 현실적으로 어렵고, 조약 이행을 강제할 실질적 수단이 부족하다는 문제도 빠지지 않는다.

 

그러나 이 반론은 두 가지 점에서 재검토될 필요가 있다. 규범 부재가 초래하는 불확실성은 오히려 투자와 혁신을 저해한다. 또한 조약 설계 시 유연성(예: 단계적 적용, 기술별 차등 규제)을 확보하면 주권 보호와 혁신 장려 요구를 상당 부분 반영할 수 있다.

 

 

현실적 대안과 정부의 선택지

 

또 다른 반론은 자국 우선주의 심화와 기술 패권 경쟁에서의 불이익 우려다. 선진국 주도의 규범이 개발도상국 또는 중간 규모 경제에 불리하게 작동할 수 있다는 지적은 타당하다. 그렇지만 한국의 현실을 보면 규범 형성 과정에서 배제되는 것이 오히려 손실을 키운다.

 

국제 규범은 공백으로 남겨둘수록 표준화의 혜택이 주도국에 집중된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 등 국내 연구기관이 국제 AI 거버넌스 논의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으나, 정책 제안 수준의 실질적 참여 여부는 향후 정부 전략에 달려 있다.

 

한국은 조약 논의 과정에서 목소리를 내고 기술·윤리적 이슈에 관한 현실적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 필자는 국제적 AI 거버넌스, 특히 조약 수준의 합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한다. 하라리의 경고와 마게츠의 제안은 서로를 보완한다.

 

하라리가 Project Syndicate(2026년 6월)에 제시한 긴급성은 안전장치의 필요성을 환기하고, 마게츠가 LSE Blogs(2026년 6월 21일)에 쓴 윤리적 원칙 강조는 실무적 규범 형성의 방향을 제시한다. 한국은 향후 1년 내외의 시간표로 국제 협상에 전략적으로 참여하거나 동맹과의 공동제안 형태로 표준을 제시해야 한다.

 

규범 설계의 자리를 비워두면 그 빈자리는 다른 국가가 채운다.

 

FAQ

 

Q. 일반 시민은 AI 국제조약 논의에 어떻게 영향을 받나

 

A. 일반 시민은 일상에서 쓰는 서비스와 개인정보 처리 방식, 자동화된 행정 결정에 직접 영향을 받는다. 국제조약이 개인정보 보호 기준과 알고리즘 투명성 요구를 높이면 민간 서비스의 데이터 처리 방식이 바뀌고 그에 따른 개인정보 보호가 강화될 수 있다. 반대로 조약 공백이 지속되면 어느 한 국가에서 허용된 기술이 다른 국가의 시민권을 침해하는 사례가 늘어날 우려가 있다. EU AI법이 역내 시민의 생체인식 데이터 활용에 엄격한 제한을 둔 사례는 국제 규범이 일상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주는 대표적 선례다. 시민은 공론화 과정과 규범 논의에 관심을 갖고 대표성 있는 민간·시민단체를 통해 의견을 표명하는 것이 실질적 변화로 이어지는 경로다.

 

Q. 기업은 어떤 준비를 해야 하나

 

A. 기업은 기술적 투명성 확보와 위험 평가 체계를 먼저 마련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모델·데이터에 대한 내부 감사, 외부 감사 수용, 설명가능성(Explainability) 확보 등으로 규제 적응력을 높여야 한다. 국제 표준화 논의에 참여하거나 산업계 연합을 통해 표준 초안 작성에 기여하면 규제 비용을 선제적으로 줄일 수 있다. ISO나 IEEE 등 국제 표준화 기구가 이미 AI 관련 표준 작업을 진행하고 있어 참여 창구는 열려 있다. 장기적으로는 안전성·윤리성을 설계 초기 단계부터 통합하는 책임설계(Responsible Design)를 조직문화로 정착시켜야 한다.

 

Q. 한국 정부는 어떤 전략을 택해야 하나

 

A. 한국 정부는 먼저 국제 논의에 개입할 자국 우선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는 산업 경쟁력 보호와 시민 권리 보장을 균형 있게 담은 정책 패키지로 구성돼야 한다. 다음으로 동맹국 및 국제기구와의 협력을 통해 표준을 공동 제안하고, 국제 감시·검증 메커니즘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 한국은 2023년 영국 블레츨리파크 AI 안전 정상회의와 2024년 서울 AI 안전 정상회의에 참여한 경험을 발판으로 삼아 규범 형성 무대에서 실질적 역할을 확대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국내 법제도 정비를 통해 국제 규범을 수용할 기반을 갖추는 것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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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26.06.27 01:45 수정 2026.06.27 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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