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숨결을 간직한 채 사라져가던 우리 고유의 전통 공예가 헌신적인 장인들의 손끝에서 화려하게 부활했다. 서울시는 잊혀져 가는 전통 문화의 뿌리를 견고히 다지기 위해 서울특별시무형유산 ‘색실누비장’ 보유자로 김윤선 장인을, ‘입사장’ 전승교육사로 신선이 장인을 각각 새롭게 인정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는 단순한 기능 전수를 넘어, 한국 전통 미학의 정수를 현대에 되살리는 중대한 문화적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

서울특별시무형유산에서 ‘보유자’란 해당 분야의 전통적인 기능과 예능을 원형 그대로 완벽하게 체득하여 실현할 수 있는 최고 권위자를 뜻하며, ‘전승교육사’는 이러한 무형유산의 전수 교육을 책임지며 다음 세대로 명맥을 이어가는 핵심적인 전승 주체를 의미한다. 이번에 ‘색실누비장’ 분야에서 첫 보유자를 배출한 것은 해당 종목이 2024년 서울시무형유산으로 공식 지정된 이후 거둔 최초의 쾌거이며, ‘입사장’ 역시 신규 전승교육사 인정을 통해 자칫 단절될 위기에 처했던 전통 금속공예 기술의 전승 기반을 한층 강력하게 구축하게 되었다.
이번에 무형유산 첫 보유자가 탄생한 ‘색실누비’는 두 겹으로 겹친 천 사이에 한지로 꼰 끈을 정교하게 말아 넣고, 그 위를 다채로운 색상의 명주실로 촘촘하게 누벼 입체적인 문양과 극대화된 장식 효과를 구현해 내는 고난도의 전통 누비 기법이다. 이 기술은 조선 후기 시절 선조들이 일상에서 애용하던 담배쌈지, 안경집, 골무, 주머니 등 다양한 생활 소품 제작에 주로 활용되었으며, 실용적인 목적과 예술적 아름다움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우리 민족 고유의 독창적인 공예 기술로 손꼽힌다.

‘색실누비장’ 보유자로 인정된 김윤선 장인은 장장 40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오직 색실누비라는 외길만을 묵묵히 걸어오며, 파편화되어 전해지던 관련 기술을 체계적으로 복원하고 완벽하게 체득한 집념의 장인이다. 장인은 1980년 할아버지의 유품이었던 낡은 담배쌈지를 우연히 접한 뒤, 그 속에 담긴 특유의 기하학적 문양과 압도적인 아름다움에 깊이 매료되어 본격적으로 색실누비 공예의 길로 뛰어들었다. 장인이 공예를 시작할 당시만 해도 색실누비는 학계에서조차 공식적인 명칭이 명확히 정립되지 않았던 척박한 미개척 분야였으나, 김윤선 보유자는 전국 각지의 박물관에 소장된 유물을 직접 찾아다니고 오래된 골동품을 사비로 수집하고 분석하며 잊혀진 기술을 독학으로 익혀나갔다.

그의 헌신적인 노력은 1992년 전승공예대전 입상을 시작으로 총 12차례나 입상하는 눈부신 성과로 이어졌으며, 2012년에는 대중에게 색실누비를 알리기 위해 「김윤선의 색실누비」라는 저서를 직접 출간하기에 이르렀다. 또한 매년 다채로운 전시회를 개최하고, 한국전통공예건축학교에서 강의를 진행하며 북촌에 공방을 운영하는 등 후학 양성과 기술 보급에 평생을 바쳐왔다. 일부 유물로만 희미하게 남아있던 전통 기법을 끊임없이 연구하고 계승해 온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마침내 서울시무형유산 색실누비장 첫 보유자라는 영예를 안게 되었다.

(유물재현) 금동연봉 봉황장식 철제 은입사 촛대_러시아 포트르대제 인류학 민족학 박물관 소장 유물 사진=서울시
한편, 금속공예의 정수라 불리는 ‘입사’는 차갑고 단단한 금속 표면에 미세하고 수많은 홈을 판 뒤, 그 틈새로 금실이나 은실을 정밀하게 두드려 박아 넣어 화려한 문양을 장식하는 전통 기법이다. 이는 주로 촛대, 담배함, 향로, 화로 등 조선시대 귀족 계층이나 대형 사찰에서 사용하던 최고급 공예품 제작에 활용되었다. 하지만 입사 공예는 고도의 정교한 손기술이 요구될 뿐만 아니라 작업에 막대한 시간과 높은 비용이 소요되는 탓에 극강의 난이도를 자랑하며, 이로 인해 현대에 이르러서는 전승 기반이 급격히 약화되고 있는 실정이었다. 따라서 이번 신규 전승교육사 인정은 끊어질 위기에 놓인 전통의 맥을 잇는다는 점에서 더욱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새로운 ‘입사장’ 전승교육사로 인정된 신선이 장인은 서울시무형유산 입사장 최교준 보유자의 수제자로서, 스승의 탁월한 전통 기술을 오롯이 계승하여 고건축 유물 보수 및 복원 작업과 더불어 현대적인 창작 활동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는 실력파 공예가다. 그는 단단한 금속 면 위에 유려한 문양을 새겨 넣는 입사 특유의 매력에 흠뻑 빠져 2009년 최교준 보유자의 문하에 정식으로 입문했으며, 오랜 수련 끝에 2015년 서울시무형유산 입사장의 첫 이수자로 이름을 올렸다. 전통 입사 기법에 대한 완벽한 이해도와 유물 재현 능력, 그리고 후학을 양성할 수 있는 뛰어난 전수 교육 역량을 두루 갖춘 점을 높이 평가받아 이번 전승교육사로 최종 인정되었다.
신선이 전승교육사는 최근 진행된 ‘궁궐 전각 내부 집기 재현사업’에 참여하여 철제은입사촛대 재현품 보수 작업을 성공적으로 완수하는 등 역사적 유물 복원에 큰 기여를 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현대적인 감각을 접목한 창작 활동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는데,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공예 공모전인 ‘로에베 재단 공예상(Loewe Foundation Craft Prize)’에 은입사 기법을 활용한 작품 <3단 접시(Embracing Lotus)>를 출품하여 최종 30인(Finalist)에 선정되는 쾌거를 이루며 한국 전통 금속공예의 빼어난 아름다움을 전 세계에 각인시켰다. 이번 인정을 계기로 그는 전통 입사 기술의 체계적인 교육과 전승 작업에 더욱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서울시 문화유산보존과 허혜경 과장은 이번 발표와 관련해 “이번에 새롭게 인정된 전승자들은 오랜 시간 전통 공예의 아름다움을 묵묵히 지키고, 우리 문화의 고유한 정체성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훌륭한 장인들”이라고 격려하며, “서울시는 앞으로도 우리 무형유산이 시민들의 일상에 더 가까이 다가가고, 그 명맥이 안정적으로 후대에 전승될 수 있도록 아낌없는 지원과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굳은 의지를 밝혔다.
과거와 현재를 잇는 장인들의 거룩한 땀방울이 마침내 서울시무형유산 지정이라는 결실을 맺었다. 김윤선, 신선이 두 장인의 끈질긴 집념은 단순한 기술의 복원을 넘어, 대한민국이 지켜나가야 할 미학적 자산의 위대함을 다시금 일깨워 준다. 지자체의 체계적인 지원과 시민들의 지속적인 관심이 뒷받침된다면, 우리의 전통 공예는 박물관의 유리관을 넘어 세계인의 일상을 수놓는 살아있는 K예술로 영원히 숨 쉴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