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의 '가자' 지구 아동 보고서: 유엔이 '제노사이드'라 부른 가자 아이들의 진실

2만 179개의 이름은 어디로 갔는가

휴전 뒤에도 매일 한 명 — '평화안' 아래에서 지워진 아이들

라헬의 울음은 끝났는가: 유엔 보고서가 우리 양심에 던진 질문

▲ AI 이미지, 중동디스커버리신문 제공

숫자는 비명을 지르지 못한다. 2만 179. 이 숫자 안에는 아직 이가 다 나지 않은 입, 처음 신어 본 신발, 끝내 외우지 못한 알파벳이 들어 있다. 유엔 한 조사위원회가 2026년 6월 펴낸 보고서의 제목은 길고 무겁다. "유년의 본질이 파괴되었다." 한 문장이 한 세대의 묘비명이 되었다. 비석에 새길 이름은 너무 많고, 새길 돌은 너무 적다. 어른의 전쟁은 늘 아이의 무덤으로 끝난다. 이 보고서는 그 오래된 공식을 다시, 끔찍할 만큼 또렷한 숫자로 증명한다.

 

보고서를 낸 기구의 이름은 건조하다. 유엔 '팔레스타인 점령지·이스라엘 독립 국제 조사위원회'다. 2021년 5월 유엔인권이사회 특별 회기에서 세워졌다. 인도 출신 전직 판사 스리니바산 무랄리다르가 위원장을 맡고, 호주의 크리스 시도티를 포함한 세 명의 법률가가 위원으로 일한다. 이 위원회는 유엔 그 자체를 대변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 무게는 가볍지 않다. 위원회는 2025년 9월에 이미 한 차례 결론을 내렸다. 이스라엘이 가자에서 제노사이드를 저질렀다고 하는 판단이다. 

 

그 보고서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비롯한 최고위 인사들이 이를 선동했다고 적었다. 이번 보고서는 그 후속편이며, 초점을 오직 아이들에게 맞췄다. 94쪽 분량의 문서가 다루는 것은 통계가 아니라 사라진 유년이다. 이 보고서는 위원회가 한 해에 의무적으로 내는 두 건의 정기 보고서에 속하지 않는다. 위원회는 굳이 별도의 자원을 들여, 전쟁범죄와 반인도 범죄 혐의를 국제 법정과 외교 절차에 쓰일 수 있도록 정리했다. 책임을 묻겠다는 의지가 문서의 결마다 배어 있다.

 

다루는 기간은 2023년 10월 7일부터 2026년 3월 31일까지다. 하마스의 기습으로 이스라엘에서 1천200명이 숨지고 250명이 인질로 끌려간 그날 이후, 가자에서 죽은 팔레스타인인은 7만 명을 넘는다. 그 가운데 어린이가 차지하는 비율이 약 30퍼센트다. 2008~2009년과 2014년 충돌 당시의 24퍼센트보다 분명히 높다. 위원회는 적어도 2만 179명의 아동이 숨지고 4만 4천143명이 다쳤다고 본다. 핵심 주장은 단순한 비극이 아니라 '의도'다. 아이들이 우연히 죽은 것이 아니라 표적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 근거로 위원회는 이스라엘군이 아동 사상자가 늘어나는데도 인구 밀집 지역에서 광역 살상 무기를 계속 썼다는 점을 든다. 국제사법재판소(ICJ)의 구속력 있는 명령이 내려진 뒤에도 멈추지 않았다는 점도 짚는다. 위원회는 아동을 살해한 특정 사건과 연루된 이스라엘 사단과 여단, 부대의 명단까지 보고서에 담았다. 막연한 규탄이 아니라 이름을 적은 고발이다.

 

적용한 잣대는 1948년 제노사이드협약이다. 협약이 규정한 다섯 가지 금지 행위 가운데 네 가지가 가자에서 확인된다고 위원회는 판단한다. 살해, 심각한 신체적·정신적 위해, 집단 파괴를 노린 생활 조건의 강요, 그리고 출생을 막는 조치다. 봉쇄로 식량과 약과 깨끗한 물이 막히자, 영양실조가 번졌고, 한때 사

라졌던 소아마비가 가자에 다시 나타났다. 산과·신생아 진료가 무너지면서 유산이 늘고 출생률이 떨어졌다. 위원회는 이것을 한 집단의 생물학적 미래를 지우려는 전략이라 부른다. 

 

봉쇄의 의도성을 두고 위원회는 4가지 지표를 든다. ▶봉쇄의 성격과 기간, ▶그것이 한 집단을 파괴하리라는 인지, ▶국제사법재판소 명령을 거스른 지속, 그리고 ▶가자 안에 사람을 가둬 폭력에서 달아날 길조차 막은 점이다. 죽음만이 상처는 아니다. 보고서는 가자의 거의 모든 아이가 이제 심리 치료가 필요하다고 적는다. 위원회는 그 상태를 '점령당한 정신'이라 이름 붙인다. 놀고, 상상하고, 미래를 그릴 자유가 사라진 마음이다. 폭탄이 멈춰도 그 마음은 하룻밤에 회복되지 않는다.

 

상처의 목록은 더 길다. 부모를 잃은 고아의 물결이 가자를 덮었다. 위원회는 이를 심각한 고아 위기라 부른다. 다친 아이들은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야 한다. 한 번 끊긴 팔다리는 다시 자라지 않는다. 팔레스타인 아동이 이스라엘 구금 시설에서 고문과 학대를 당했으며, 일부는 행방조차 알 수 없다고 보고서는 

기록한다. 위원회는 또한 이스라엘 병사들이 유년의 상징을 조롱하고 무기처럼 다룬 정황까지 들여다본다. 무랄리다르 위원장의 말은 차갑고 정확하다. 그는 아이를 겨냥하는 것이 곧 한 민족의 존재와 미래를 겨냥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시도티 위원은 그 책임을 특정하며 짧은 한마디를 남긴다. "우리는 그들이 누구인지 안다." 위원회는 가자뿐 아니라 1967년부터 점령된 요르단강 서안에서 이스라엘 정착민에 의한 아동 폭력이 급증했다고 기록한다. 2025년 10월의 가자 평화안으로 휴전이 선포되었지만, 그 뒤에도 총성은 멈추지 않았다. 유니세프는 휴전 이후 가자에서 어린이 최소 265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평균 하루 한 명꼴이다. 휴전이라는 단어가 무색하다. 총성이 줄었다는 합의문 아래에서도, 어딘가의 골목에서는 매일 한 아이의 이름이 지워졌다는 뜻이다.

 

이스라엘은 정면으로 반박한다. 제네바 주재 대표부는 이 보고서를 비방의 사기극이라 규정하며 거부했다. 교전 상황에서도 아동 피해를 줄이려 끊임없이 노력했다고 주장한다. 백신 접종을 돕고 야전병원을 세웠다는 설명도 덧붙인다. 친이스라엘 감시단체 ‘유엔 워치’는 더 날카롭게 파고든다. 보고서가 '한 아이가 죽었다'는 사실을 '의도적으로 표적이 되었다'는 증명으로 바꿔치기했을 뿐, 군인이 특정 아동을 골라 죽였다는 검증된 사례를 하나도 제시하지 못했다는 비판이다. 

 

하마스와 이슬라믹 지하드의 존재를 전장 서사에서 지워 버렸다는 지적도 있다. 진실은 이 두 주장이 부딪치는 자리 어딘가에서, 결국 법정의 증거 능력으로 가려질 것이다. 세 명의 위원이 내린 결론을 두고 한쪽은 양심의 기록이라 부르고, 다른 한쪽은 정치의 도구라 부른다. 그러나 증거 능력의 다툼이 끝날 때까지, 죽은 아이는 다시 살아 돌아오지 않는다.

 

한 가지는 법정 밖에서도 분명하다. 아이는 어느 편의 무기도 아니다. 베들레헴에서 멀지 않은 라마에서, 아주 오래전 한 여인의 울음이 들렸다. "라헬이 자식을 잃고 울며 위로받기를 거절하였으니 이는 자식들이 없기 때문이다"(예레미야 31:15). 헤롯의 칼을 피해 한 아기가 이집트로 피란하던 그 밤, 베들레헴의 어머니들은 빈 요람 앞에서 그렇게 울었다. 이천 년이 지난 같은 땅에서, 그 울음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라헬의 눈물과 가자 어머니의 눈물은 같은 소금으로 짜다. 국적도 종교도 그 짠맛을 바꾸지 못한다. 나는 이 보고서의 통계를 읽다가 한참 멈췄다. 2만 179라는 숫자를 한 명씩 이름으로 부르면 다섯 시간이 넘게 걸린다. 우리는 그 이름들을 부를 시간조차 내지 못한 채 다음 뉴스로 넘어간다. 

작성 2026.06.26 03:29 수정 2026.06.26 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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