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철 장편소설! 「하얀 거짓말」 (보민출판사 펴냄)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던 짙은 안개가 걷히며,

인류를 멸절로 몰고 가는

이 악마적인 바이러스의 정체와 살육의 메커니즘이

비로소 서서히 그 치명적인 맨얼굴을 드러내고 있었다.

 

탐사 기자 이기준은 친구 아구스틴과 함께 오래전 코로나19의 진실을 추적하던 중, 인간의 탐욕이 만들어 낸 또 다른 바이러스의 그림자와 마주한다. 회춘을 향한 욕망, 거대 제약회사의 은폐, 권력의 거짓말, 과학의 오만이 뒤엉키며 세상은 M-바이러스라는 낯선 공포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M-바이러스는 인간의 몸만 파괴하지 않는다. 그것은 인간의 내면에 숨은 악의, 죄의식, 거짓말까지 겨냥한다. 처음에는 악인을 심판하는 존재처럼 보이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 칼날은 더 넓고 더 깊은 곳을 향한다. 그리고 마침내 선의의 거짓말마저 죄가 되는 순간, 인간은 과연 무엇으로 서로를 지킬 수 있을까.

 

이 책 하얀 거짓말은 한 편의 영화를 보듯 전개되는 미래형 SF 스릴러다. 바이러스 재난, 탐사보도, 인공지능 사회, 기후 위기, 인간 본성에 대한 질문이 거대한 서사 속에서 맞물린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묻는다. 인간이 만든 재앙 앞에서 우리를 끝내 살리는 것은 완벽한 진실인가, 서로의 약함을 감싸는 불완전한 연민인가.

 

 

 

<작가소개>

 

작가 김인철

 

김인철은 한국에서 학문적 토대를 견고히 다진 뒤, 더 큰 세계를 향한 포부를 품고 태평양을 건너 미국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민간 기업과 정부 사업의 중책을 맡아 쉼 없이 달려온 그의 삶, 그 치열한 여정의 중심에는 언제나 인간을 질병의 고통으로부터 치유하고자 하는 뜨거운 열망이 흐르고 있었다.

 

이제 미국 샌디에이고에 머물며 노년의 문턱에 들어선 그에게, ‘인간의 삶이라는 본질적인 화두가 새롭게 찾아왔다. 이는 직업인으로서의 뜨거웠던 시간을 지나, 한 인간으로서 삶의 근원을 성찰하는 깊고도 장엄한 철학적 여정의 서막이 될 것이다.

 

저서로는 <거울 속의 나>, <마지막 선택>, <관계의 추억>, <살아있으니까 살아가는 거야> 등이 있다.

 

 

 

<이 책 본문 에서>

 

인공지능의 출현으로 의료 기술은 폭발적인 진보를 이룩했지만, 바이러스의 완전한 실체는 여전히 짙은 안개 속에 휩싸여 있었다. 특히 30여 년 전에 창궐했던 코로나19 팬데믹은 오랜 세월이 흘렀음에도 중국 우한에서 시작되었다는 단편적인 사실 외에는 진원지와 기원에 대해 철저히 베일에 싸여 있었다. 새롭게 도래할 조류독감 팬데믹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과거의 진실을 복원하는 것은 전 지구적 최우선 과제로 떠올랐다. 전문가들이 이토록 경각심을 갖는 배경에는 20세기 초, 1차 세계대전 당시 수천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스페인 독감의 뼈아픈 교훈이 자리하고 있었다. 수십 년간 정체를 몰랐던 그 끔찍한 병마는 2005년에 이르러서야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로 최종 확인되었다. 그 이후 조류독감 바이러스는 2003년 사스(SARS), 2019년 코비드19로 끝없이 변이를 거듭하며 인류의 생존을 위협했다. 바이러스는 쉼 없는 진화를 통해 인류를 조롱하듯 도전장을 던지고 있었고, 기준은 이 서늘한 추이를 누구보다 예민하게 주시하고 있었다.”

 

아구스틴의 눈빛은 진지했다. 그는 과거 싱가포르 국제 포럼의 강의실에서 탐사 기자의 가장 핵심적인 역량으로 주저 없이 윤리의식을 꼽았던, 맑고 곧은 신념을 가진 언론인이었다. 아구스틴은 자본과 권력 앞에 기자로서의 최소한의 윤리의식마저 바닥으로 내동댕이쳐지는 서구 문명의 암울한 현실을 그 누구보다 가슴 아프게 비판하고 염려하고 있었다. 실제로 최근 들어 서구권 국가들이 겪고 있는 치유 불능의 극심한 정치 분열, 양극화로 찢겨진 경제 문제, 그리고 통제 불능 상태로 악화되는 기후 재앙으로 인해, 서구의 수많은 지식인과 깨어있는 젊은이들은 절망에 빠진 자국을 탈출하고 있었다. 그들은 아예 아시아 대륙으로 거점을 옮겨 직장을 구하거나 이민을 결행하는 등 엑소더스의 행렬은 해가 갈수록 급증하는 추세였다.”

 

“30여 년 전, 각종 인공지능 기술이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며 사회 전반에 깊숙이 스며들자, 사람들은 이른바 ‘5차 혁명에 기반한 새로운 시대가 도래했다고 입을 모았다. 이 거대한 물결 앞에서 21세기 초를 화려하게 풍미했던 지식 혁명의 시대는 이미 까마득히 빛바랜 과거로 전락하고 말았다. 인공지능을 세상에 내놓은 창조자들, 즉 과학자와 기술자들조차 초기 결과물이 불러온 충격적인 파급력에 한순간 섬뜩한 두려움을 느꼈을 정도였다. 그러나 대중은 걷잡을 수 없이 인공지능에 매료되고 익숙해졌으며, 이내 그것이 없는 세상은 감히 꿈조차 꿀 수 없게 되었다. 마치 인공지능이 태초부터 인류의 기나긴 역사와 숨결을 같이 해온 존재인 양, 사람들은 그 편리함에 완벽히 길들어 갔다. 애초에 의도한 바는 아니었으나, 인공지능이라는 거대한 기차는 출발선에서부터 제동 장치 따위는 달려 있지 않은 통제 불능의 존재였다. 스스로 자신의 운명을 조율하게 된 이 자율주행 기차는, 미래의 종착역이 어디인지조차 가늠하지 못한 채 그저 무한한 궤도를 따라 맹렬히 앞으로 내달릴 뿐이었다. 인간이 제 손으로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젖힌 이상, 이제 와서 나약한 인간의 힘으로 그 문을 다시 닫아걸기란 애당초 불가능한 노릇이었다.”

 

 

 

<추천사>

 

장편소설 하얀 거짓말을 읽는 일은 한 편의 거대한 영화를 보는 경험에 가깝다. 낡은 스마트폰을 손에 쥔 노인의 고요한 아침에서 시작된 장면은 어느 순간 전철 안의 참혹한 비명으로 폭발하고, 붉은 구체와 황금빛 구렁이의 기괴한 이미지로 독자의 시선을 단숨에 붙든다. 그 장면은 이 소설이 앞으로 어떤 세계로 독자를 데려갈지 예고하는 강렬한 오프닝 시퀀스다. 일상의 가장 평범한 공간에서 인간이 감당할 수 없는 재앙이 솟구쳐 오르는 순간, 이야기는 이미 현실과 악몽의 경계를 넘어선다.

 

이 작품의 중심에는 인간이 만들어 낸 M-바이러스가 있다. 그것은 자연이 우연히 흘려보낸 재앙이 아니라, 인간의 탐욕과 권력, 은폐와 실험, 늙지 않으려는 욕망이 뒤엉켜 탄생시킨 파괴의 산물이다. 처음에는 죄를 지은 자들을 찾아내는 정의의 심판관처럼 보인다. 살인과 기만, 폭력과 탐욕을 품은 인간들이 차례로 무너지는 장면은 독자에게 묘한 카타르시스를 안긴다. 세상이 벌하지 못한 악을 바이러스가 벌하는 듯해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설은 그 만족감을 상상치 못한 전개로 독자를 끌고 간다. M-바이러스가 진정으로 무서운 이유는 악인을 처단하는 데 있지 않다. 그것은 점차 심판의 기준을 넓혀가며 인간이라는 존재 전체를 겨냥하기 때문이다.

 

작가는 이 지점에서 작품의 질문을 깊게 밀고 들어간다. 인간은 과연 완전히 결백한 존재인가. 평생 단 한 번도 거짓말을 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 있는가.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감춘 말, 사랑하는 사람을 다치게 하지 않으려 삼킨 진실, 삶을 견디기 위해 서로에게 건네는 작은 위로마저 죄가 된다면 인간 사회는 무엇으로 유지될 수 있는가. M-바이러스는 이러한 질문을 피할 수 없는 공포로 바꾸어 놓는다. 악인을 죽이는 바이러스가 아니라, 인간의 불완전함 자체를 삭제하려는 존재로 진화하는 순간, 이 소설은 재난 스릴러를 넘어 인간 본성에 대한 묵시록적 우화가 된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작품이 재앙을 그리는 방식이다. 바이러스의 확산은 의학적 사건으로만 묘사되지 않는다. 그것은 정치와 언론, 제약 산업과 종교, 인공지능과 기후 위기, 가족의 상처와 개인의 양심을 가로지르며 세계 전체를 흔든다. 주인공 이기준과 아구스틴의 탐사 과정은 국제 첩보 영화처럼 긴박하게 흐르고, 아이샤와 리팡의 연구 장면은 과학 스릴러의 밀도를 더한다. 우한의 그림자, 항베이 제약의 비밀, 세놀리 바이오의 연구실, WIO의 국제 회의, 감염자들이 무너지는 세계 곳곳의 장면들은 마치 여러 대의 카메라가 동시에 움직이는 듯 입체적으로 펼쳐진다.

 

그 안에서 가장 인상 깊게 남는 것은 작가가 끝까지 인간을 포기하지 않는 태도다. 인간은 거짓말을 하고, 권력을 탐하고, 진실을 묻고, 제 욕망을 위해 재앙을 만들어 내는 존재다. 동시에 인간은 누군가를 살리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고, 진실을 밝히기 위해 죽음의 문턱까지 걸어가며, 사랑하는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 때로는 거짓말을 선택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이 책 하얀 거짓말이라는 제목이 강렬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말은 단순히 거짓의 색깔을 묻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연민과 위선, 사랑과 자기기만이 얼마나 가까운 자리에 놓여 있는지를 묻는다.

 

그래서 이 소설의 M-바이러스는 괴물인 동시에 거울이다. 그것은 인류를 파괴하는 재앙이면서, 인간이 스스로 만들어 낸 어두운 얼굴을 비추는 차가운 반사면이다. 독자는 M-바이러스의 공포를 따라가면서 결국 자신에게 되돌아오는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우리는 진실만으로 살 수 있는가. 모든 거짓이 사라진 세계는 과연 선한 세계인가.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완벽한 순백인가, 아니면 서로의 약함을 끌어안는 불완전한 연민인가.

 

이 책 하얀 거짓말은 속도감 있는 장면과 거대한 스케일, 영화적 상상력으로 독자를 끌어당기면서도 마지막에는 묵직한 사유를 남기는 작품이다.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재앙의 원인이 바깥에만 있지 않다고 말한다. 우리가 만든 기술, 우리가 키운 탐욕, 우리가 숨긴 진실, 우리가 외면한 양심 속에서 이미 재앙은 자라고 있었다고 말한다. 그 서늘한 메시지 때문에 하얀 거짓말은 흥미로운 장편소설을 넘어, 오늘의 인간이 반드시 들여다보아야 할 미래의 경고로 읽힌다.

 

(김인철 지음 / 보민출판사 펴냄 / 556/ 국판형(148*210mm) / 16,000)

작성 2026.06.25 16:46 수정 2026.06.25 16:46

RSS피드 기사제공처 : 북즐뉴스 / 등록기자: 이시우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해당기사의 문의는 기사제공처에게 문의

댓글 0개 (/ 페이지)
댓글등록-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글의 게시를 삼가주세요.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