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도구를 만드는 기업은 많다. 그러나 텐센트는 AI와 소셜 생태계를 결합해 새로운 콘텐츠 질서를 설계하고 있다 2026년 중국 AI 생성 콘텐츠(AIGC) 시장은 단순한 콘텐츠 제작 경쟁을 넘어 산업 생태계 경쟁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앞서 아이치이(爱奇艺)가 AI 창작 인프라 구축에 집중했고, 유쿠(优酷)가 영화급 콘텐츠와 IP 가치 극대화를 핵심 전략으로 내세웠다면, 텐센트(腾讯)는 또 다른 길을 선택했다.
바로 AI 제작 도구(Tool)와 콘텐츠 생태계(Ecosystem)를 결합하는 전략이다.

텐센트는 AI 콘텐츠를 단순히 생성하는 기술에 머물지 않고, 제작·유통·소셜 확산·IP 개발·해외 진출까지 연결하는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며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특히 AI 제작 플랫폼 ‘워크랠리(我可接力)’와 AI 만쥐 플랫폼 ‘화룽(火龙)’, 그리고 5억 명 이상의 사용자를 보유한 QQ 생태계의 결합은 중국 AI 콘텐츠 산업의 새로운 경쟁 구도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텐센트 AI 콘텐츠 전략의 핵심은 올해 공개된 산업급 AI 제작 플랫폼 워크랠리(我可接力)다. 워크랠리는 단순한 생성형 AI 툴이 아니다. 텐센트는 이를 ‘정품(精品) 만쥐(漫剧) 제작을 위한 산업급 AI 플랫폼’으로 정의하고 있다. 여기서 만쥐(漫剧)는 만화와 영상 콘텐츠가 결합된 중국형 디지털 스토리텔링 콘텐츠를 의미한다. 워크랠리는 크게 다음과 같은 세 가지 핵심 역량을 갖추고 있다.
첫째는 전문가급 AI 에이전트(Agent) 시스템이고, 둘째는 S+급 영상·애니메이션 제작 스킬 라이브러리이며, 마지막 세번째는 세번째는 지능형 콘텐츠 생산라인(Intelligent Production Line)이다. 특히 가장 주목받는 부분은 AI가 스토리와 캐릭터를 이해하는 방식이다. 기존 생성형 AI가 단순히 프롬프트에 반응하는 수준이었다면, 워크랠리는 등장인물 간 관계와 감정선, 서사의 흐름을 이해하고 이를 전체 작품에 일관되게 적용한다. 이를 통해 캐릭터의 외형과 성격을 유지하고, 장면 간 연결성을 강화하며, 보다 자연스러운 연출이 가능해졌다고 텐센트는 설명한다.
또한 S+급 스킬 라이브러리를 통해 화면 구성, 카메라 워크, 인물 연기, 동작 연출 등 기존에는 숙련된 전문가가 담당했던 요소들을 AI 제작 단계에 내장했다. 그 결과 텐센트는 정품질 콘텐츠 제작 비용을 약 50% 절감하고, 생산 효율은 기존 대비 5배 이상 향상시켰다고 밝히고 있다.
워크랠리가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텐센트 자체 AI 기술 스택을 기반으로 운영된다는 점이다. 워크랠리는 텐센트의 대규모 언어모델 훈위안(混元)을 중심으로 구축됐다. 이미지 생성은 훈위안 이미지(混元图像)와 콘텍스트(Kontext)가 담당하고, 영상 생성은 훈위안 비디오(混元视频), 음향 제작은 훈위안 비디오 폴리(混元视频-Foley)가 지원한다. 즉 텐센트는 AI 콘텐츠 제작 과정 전반을 외부 플랫폼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 기술 체계 안에서 운영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춘 것이다. 이는 기술적 독립성과 운영 효율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AI 콘텐츠 산업에서 제작만큼 중요한 것은 유통이다. 아무리 우수한 콘텐츠를 생산하더라도 이용자에게 도달하지 못하면 시장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 텐센트는 이를 위해 두 개의 핵심 유통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첫 번째는 AI 만쥐 전용 플랫폼 화룽(火龙)이다. 올해 정식 출시된 화룽은 AI 만쥐 콘텐츠만을 전문적으로 서비스하는 독립 플랫폼이다. 공개된 업계 자료에 따르면 출시 직후 일간 활성 사용자 수(DAU)가 100만 명에 육박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특히 텐센트 비디오(腾讯视频)와 연계해 고품질 독점 콘텐츠 확보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S+ 등급 작품의 경우 분당 1만 위안 이상의 현금 보증 정책을 제공하며, 제작사들은 현금 또는 컴퓨팅 자원(算力)을 선택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콘텐츠 수급 정책이 아니라 고품질 AI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한 투자 전략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텐센트가 가장 강력하게 내세우는 경쟁력은 따로 있다. 바로 QQ 만쥐(QQ漫剧)이다. 텐센트는 올해 QQ 플랫폼 내에 독립 브랜드 형태의 QQ 만극 서비스를 구축했다. 이 서비스의 가장 큰 특징은 별도 앱 설치가 필요 없다는 점이다. 사용자는 기존 QQ 앱 안에서 바로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다. 이는 텐센트가 보유한 막대한 소셜 트래픽을 AI 콘텐츠 소비와 직접 연결하는 전략이다. QQ는 현재 5억 명 이상의 월간 활성 사용자(MAU)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상당수가 AI 콘텐츠의 핵심 소비층인 18~35세 젊은 이용자들이다.
더 중요한 것은 소셜 기능이다. 그룹 채팅, 친구 공유, QQ 공간(QQ空间), 관심사 커뮤니티 등 기존 소셜 기능이 콘텐츠 확산 경로로 활용된다. 사용자가 콘텐츠를 소비하고 친구에게 공유하면 다시 신규 이용자가 유입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콘텐츠 플랫폼이 따라 하기 어려운 텐센트만의 경쟁력이다.
텐센트 전략의 궁극적인 목표는 플랫폼 구축이 아니다. 바로 생태계 구축이다. 이를 상징하는 대표 사례가 T1 클럽(T1 Club)이다. 텐센트 클라우드(腾讯云)가 주도하는 T1 클럽은 기술 기업, 콘텐츠 제작사, IP 보유 기업, 유통 플랫폼 등을 연결하는 산업 협력 네트워크다.
여기에는 텐센트 마케팅, 텐센트 뉴스, 텐센트 웨이스(腾讯微视), 텐센트 연구원 등 그룹 내 다양한 조직이 참여한다. 특히 장웨(掌阅), 치마오(七猫) 등 주요 콘텐츠 기업과 협력해 IP를 개방하고, AI 제작사들이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IP 확보에서 콘텐츠 제작, 유통, 수익화, 글로벌 진출까지 하나의 가치사슬로 연결하려는 시도다. 이는 단순한 플랫폼 전략이 아니라 산업 협력 전략에 가깝다.
텐센트 사례는 AI 콘텐츠 산업이 단순한 기술 경쟁 단계를 넘어섰음을 보여준다. 워크랠리는 제작 도구를 제공하고, 화룽은 전문 유통 플랫폼 역할을 수행하며, QQ는 대규모 이용자 기반을 제공한다. 여기에 T1 클럽은 IP와 제작사, 기술 기업을 연결하는 산업 생태계 역할을 담당한다. 각 요소가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유기적 시스템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이는 한국 콘텐츠 산업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AI 시대의 경쟁력은 더 좋은 모델을 보유하는 데만 있지 않다. 그 모델을 창작자와 IP, 플랫폼, 이용자, 광고주, 투자자와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결국 AI 콘텐츠 시장의 최종 승자는 최고의 AI를 가진 기업이 아니라 가장 완성도 높은 생태계를 구축한 기업이 될 가능성이 높다.
텐센트는 지금 바로 그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윤교원 대표 / The K Media & Commerce, kyow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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