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파키스탄 상호 방위 협정의 파장

"우리 위에 핵 우산이 있다" — 사우디의 도박, 진실은 어디에

미국을 향한 무언의 경고장: 리야드가 이슬라마바드를 택한 진짜 이유

도하 공습이 바꾼 중동 지도 — '이슬람 판 NATO'는 탄생했는가

▲ AI 이미지, 중동디스커버리신문 제공

"한쪽이 공격받으면 다른 쪽도 공격받은 것으로 본다." 

 

이 단 한 문장이 중동과 남아시아의 안보 지형을 흔든다. 2025년 9월 17일, 사우디아라비아와 파키스탄이 리야드의 알-야마마 궁에서 전략적 상호 방위 협정(SMDA)에 서명했다. 핵보유국과 핵 미보유국이 손을 맞잡은 이 협정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5조를 빼닮은 집단방위 원칙을 담았다. 사우디-파키스탄 방위 협정은 단순한 양자 합의를 넘어, 미국이 보증해 온 걸프 안보 질서에 균열이 가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로 읽힌다. 누구를 겨눈 칼이며, 그 칼끝에 정말 핵이 매달려 있는가.

 

왜 리야드는 이슬라마바드의 손을 잡았나

 

두 나라의 인연은 새롭지 않다. 1960년대 이래 사우디와 파키스탄은 군사·경제·종교의 끈으로 얽혀 왔다. 파키스탄군 1,500~2,000명이 사우디에 주둔하며 작전과 기술을 지원했고, 수십 년간 사우디 군인 수천 명이 파키스탄의 훈련을 거쳤다. 그렇다면 왜 지금, 굳이 문서로 못 박았는가. 방아쇠는 2025년 9월 초, 이스라엘이 카타르 도하에서 하마스 협상단을 겨냥해 가한 공습이다. 걸프 협력 회의(GCC) 회원국의 심장부가 타격당했는데도 워싱턴이 침묵하자, 리야드의 불안은 임계점을 넘었다. 후티의 공격에 미온적이던 미국, 가자에서 이스라엘 편에 선 미국. 사우디는 더 이상 한 우산 아래 머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도하 공습 직후 열린 아랍·이슬람 특별 정상회의가 그 결심에 불을 댕겼다.

 

무엇에 서명했고 누가 움직였나

 

서명대에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겸 총리와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가 마주 섰다. 협정의 핵심은 한 문장으로 압축된다. 어느 한쪽을 향한 침공은 양쪽 모두를 향한 침공으로 간주한다는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익명의 파키스탄 소식통을 인용해, 유사시 최대 8만 명의 파키스탄 병력이 사우디 국경 방어에 투입될 수 있다고 전했다. 협정의 무게는 곧 시험대에 올랐다. 

 

2026년 미·이란 전쟁이 터지자, 사우디가 이 협정을 발동했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파키스탄 외무장관 이샤크 다르는 이란 측에 방위 협정의 존재를 직접 알렸고, 테헤란은 사우디 영토가 자국을 겨눈 발사대로 쓰이지 않으리라는 보장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튀르키예의 합류설도 돌았으나, 협정은 사우디와 파키스탄 두 나라의 양자 동맹으로 남았다.

 

'핵우산'은 실재하는가

 

세계의 시선은 한 점에 쏠렸다. 파키스탄의 핵무기가 사우디까지 덮는가. 협정문에 핵은 단 한 줄도 적히지 않았다. 그런데도 모호함이 불씨를 키웠다. 파키스탄 국방장관 카와자 아시프는 "우리가 가진 역량을 협정 아래 제공하겠다"고 말했다가, 곧 핵은 고려 대상이 아니라며 발을 뺐다. 사우디 고위 관리는 "모든 군사적 수단을 아우르는 포괄적 방위 협정"이라며 여지를 남겼다. 한 사우디 분석가는 캐나다 CBC에 "사우디 위에 핵우산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고 단언했다. 반면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미국 중동연구소(MEI)와 조지타운대의 그레고리 고스 교수는, 파키스탄 핵의 존재 이유가 어디까지나 인도 억지에 있는 만큼, 사우디를 위해 핵을 꺼낼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영국 채텀하우스는 핵확산금지조약(NPT) 바깥의 핵보유국이 확장 억지의 선례를 남긴다는 점을 우려한다. '이슬람 판 NATO'라는 평가와 '외교적 상징에 불과하다'는 진단이 같은 협정을 두고 엇갈린다.

 

우산을 갈아 쓰는 시대가 열렸다

 

핵우산의 실체가 무엇이든, 분명한 변화가 하나 있다. 걸프의 맹주가 더 이상 미국 한 곳에만 안보를 맡기지 않겠다고 공언한 사실이다. 협정의 가치는 군사적이라기보다 외교적이며, 그 진짜 수신인은 어쩌면 테헤란도 텔아비브도 아닌 워싱턴인지 모른다. 더 큰 안보 공약을 내놓으라는 무언의 압박이다. 

 

미·이란 전쟁이 미국 패권의 신뢰를 갉아먹은 자리에서, 중동의 국가들은 저마다 새로운 우산을 펼치고 새로운 동반자를 찾는다. 한 장의 협정이 그 시대의 문을 연다. 강대국의 보증이 흔들릴 때, 약속은 어디에서 새로 태어나는가. 그 답을 향한 셈법이, 지금 사막 너머에서 분주히 돌아가고 있다.

작성 2026.06.24 23:52 수정 2026.06.24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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