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잘못된 말'에 베팅했다 — 영국 언론이 진단한 '세상을 바꾼 실수'

미·이란 전쟁의 진짜 패자는 테헤란이 아니라 워싱턴이라는 분석

무너진 동맹, 고립된 이스라엘, 그리고 조용히 웃는 베이징

트럼프의 17일, 세상을 바꾼 한 번의 베팅은 왜 빗나갔나

▲ AI 이미지, 중동디스커버리신문 제공

2026년 2월 28일 불붙은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일단 멈췄다. 그러나 포성이 가신 자리에 남은 물음은 오히려 더 무겁다. 누가 이겼는가. 영국 일간지 더 텔레그래프(The Telegraph)는 한 편의 분석에서 의외의 답을 내놓는다. 가장 큰 대가를 치른 쪽은 이란이 아니라 미국 자신이라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짧은 승리를 노렸으나, 세계 질서를 다시 그린 실패와 마주했다. 텔레그래프는 이를 "세상을 바꾼 실수"라 부른다. 미·이란 전쟁의 결과를 둘러싼 이 진단은, 한 정권의 성패를 넘어 미국의 위상 전체를 겨눈다.

 

쉬운 승리의 유혹은 어디서 비롯됐나

 

모든 일은 전쟁이 터지기 17일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2월 11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트럼프를 찾아 한 장의 청사진을 펼쳤다. 골자는 단순했다. 이란 정권을 확실히 무너뜨리고 친서방 정부를 세울 수 있으며, 공격은 길지 않으리라는 것이다. 트럼프에게 이 그림은 뿌리치기 어려운 유혹이었다. 빠른 승리, 역사에 남을 한 수, 수십 년간 미국 대통령들을 괴롭혀 온 정권의 제거. 그렇게 워싱턴은 테헤란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개전 초기 전과는 화려했다. 여러 분석은 이 국면에서 이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와 핵심 인사들이 제거됐다고 전한다. 계산은 명료해 보였다. 그러나 전쟁은 청사진대로 흐르지 않았다.

 

무엇이 어긋났고 누가 패자가 됐나

 

이란은 워싱턴과 텔아비브가 셈하지 못한 패를 꺼냈다. 호르무즈 해협을 틀어막았고, 역내 미군 기지를 차례로 때렸다. 세계 원유의 길목이 잠기자, 글로벌 경제가 출렁였다. 걸프의 동맹국들은 긴장했고, 트럼프를 향한 신뢰는 식어 갔다. 균열은 중동에만 머물지 않았다. 유럽연합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도 등을 돌렸다. 정권에 대한 불편함은 토로하면서도, 막상 미국 편에 줄을 서지는 않았다. NATO는 "이것은 우리의 전쟁이 아니다"라며 거리를 뒀다. 그사이 가장 조용히, 그러나 가장 크게 웃은 쪽은 베이징이다. 미국이 이란에 발이 묶이는 동안 아시아·태평양을 향한 전략적 우선순위가 헐거워졌고, 그 빈자리를 중국이 파고들었다. 텔레그래프의 결론은 차갑다. 트럼프는 잘못된 말에 베팅했고, '쉬운 승리'의 계산은 끝내 빗나갔다.

 

전문가들은 무엇을 경고하나

 

이 평가는 텔레그래프 한 곳의 목소리가 아니다. 미국외교협회 기관지 ‘포린 어페어스(Foreign Affairs)’에서 유라시아그룹의 이언 브레머와 피라스 막사드는 이번 전쟁을 트럼프 두 임기를 통틀어 가장 중대한 외교 실책으로 규정했다. 이란은 두들겨 맞았으나 정권과 위협 능력을 고스란히 쥔 채, 오히려 전략적으로 더 단단해진 자리에서 걸어 나왔다는 것이다. 미국진보센터(CAP) 또한 비공식 추산으로 전비가 500억 달러에 이른다고 짚었다. 

 

6월 중순, 트럼프와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양해각서(MOU)에 서명했다. 호르무즈를 60일간 무관세로 다시 열고, 대이란 제재와 동결 자산을 푸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워싱턴이 손에 쥔 것은 빈약했다. 전 미국 국무부 부장관 커트 캠벨의 한마디가 이 전쟁의 무게를 압축한다. 우리가 아는 단 하나는 전쟁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이며, 이제 어떤 것도 예전과 같지 않으리라는 것이다.

 

포성은 멎었으나 청구서는 남았다

 

전쟁은 끝나도 분석은 오래 이어질 참이다. 동맹은 불안해졌고, 경쟁국은 대담해졌으며, 이스라엘은 정치적으로 외따로 섰고, 세계 경제는 새로운 위험 앞에 놓였다. 트럼프가 노린 것은 이란 위협의 제거와 미국 권위의 강화였다. 결과는 정반대로 돌아왔다. 한 발의 총성이 바꾼 것은 테헤란의 운명만이 아니다. 

 

워싱턴이 수십 년간 떠받쳐 온 중동 질서의 신뢰, 곧 '미국이 보증하는 안정'이라는 약속 자체가 흔들린다. 사우디아라비아가 파키스탄과 상호 방위 협정을 맺고, 걸프 국가들이 저마다 새로운 셈법을 찾아 나선 까닭도 여기에 있다. 역사는 이 전쟁을 어떻게 기록할 것인가. 분명한 사실은 하나다. 포성이 멎은 자리에 남은 청구서의 액수는, 이제 막 계산되기 시작했다.

작성 2026.06.24 23:10 수정 2026.06.24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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