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트렁크룸 시장, 한국 공유창고의 미래를 먼저 보여주다”

셀프스토리지 글로벌시장분석 ②일본편

미국은 리츠, 일본은 생활 인프라…한국은 어떤 길을 갈 것인가

[HMK부동산연구소 특집연재]

 일본의 셀프스토리지 시장은 미국과 다르다. 미국이 넓은 토지와 자동차 중심 생활권을 기반으로 대형 셀프스토리지 시설을 발전시켰다면, 일본은 도심 소형 주거환경과 높은 생활밀도를 배경으로 트렁크룸 시장을 키워왔다.

한국이 주목해야 할 시장은 오히려 미국보다 일본일 수 있다. 한국 역시 대도시 중심의 고밀도 주거구조, 아파트·오피스텔 중심 생활권, 좁은 실내 수납공간, 높은 부동산 가격이라는 조건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시장의 대표기업과 상품 구조

 일본의 공유창고 시장은 현지에서 주로 ‘트렁크룸(トランクルム)’ 시장으로 불린다. 미국의 셀프스토리지가 교외 대형시설과 리츠 중심으로 발전했다면, 일본의 트렁크룸 시장은 도심 주거지 인근의 소형 수납공간을 중심으로 생활 인프라화된 것이 특징이다.   

 일본의 대표 사업자로는 큐라즈(Quraz), 헬로스토리지(Hello Storage)를 운영하는 아레아링크(Arealink), 앰비셔스(Syuno-Pit), 스토어허브(StorHub Japan) 계열 사업자 등이 꼽힌다.

큐라즈는 일본의 대표적인 실내형 트렁크룸 기업이다. 도심 입지, 24시간 접근, 온습도 관리, 보안카드 출입, 직원 상주형 서비스, 다양한 크기의 보관 유닛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미국식 야외형 컨테이너보다 생활밀착형 실내 보관에 가깝다.  

헬로스토리지는 일본 전역에 대규모 유닛을 공급하는 대표 브랜드다. 실내형 트렁크룸뿐 아니라 야외 컨테이너형 보관공간도 운영하며, 광범위한 네트워크와 높은 인지도를 확보하고 있다. 아레아링크는 셀프스토리지 사업을 중심으로 매출과 수익을 확대하며 일본 시장의 성장성을 보여주고 있다.

Syuno-Pit는 비교적 소형 도심형 수납공간을 제공하는 브랜드로, 도시 생활자의 계절용품, 의류, 취미용품 보관 수요에 대응한다. 일본 시장은 미국처럼 대형 부동산 리츠가 압도하는 구조라기보다, 도심 생활권에 가까운 소형·중형 수납 인프라가 촘촘히 자리 잡는 방식으로 발전했다.
일본 시장이 성장한 이유

일본 트렁크룸 시장의 성장 배경은 명확하다. 첫째, 주거공간이 작다. 둘째, 도심 생활비가 높다. 셋째,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로 생활공간의 효율화 수요가 커졌다. 넷째, 계절용품·취미용품·가족 유품·문서·사업 재고 등 보관 목적이 다양해졌다.
 일본에서는 셀프스토리지가 단순히 이사할 때 잠시 쓰는 창고가 아니라, 집의 부족한 수납공간을 외부에서 보완하는 생활 서비스로 자리 잡았다. 집 근처에 트렁크룸이 있는지, 월세와 창고비를 합산했을 때 주거비가 얼마나 절감되는지가 소비자 판단 기준이 된다.

한국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전용면적은 한정되어 있고, 1인 가구와 맞벌이 가구는 늘고 있으며, 캠핑·골프·낚시·자전거·계절가전 등 집 안에 보관하기 어려운 물품은 증가하고 있다. 결국 집 안의 수납 문제는 개인의 정리 문제가 아니라 도시 주거 구조의 문제다.

한국 시장은 일본형 모델에 더 가깝다
 한국의 공유창고는 미국식 교외 대형 모델보다 일본식 도심 밀착형 모델에 가깝게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지하상가, 공실 상가, 오피스 빌딩 저층부, 역세권 유휴공간, 주거 밀집지역 인근 건물 등이 공유창고 전환 후보지가 될 수 있다.  특히 한국은 무인 운영과 모바일 결제, 출입통제, CCTV, IoT 센서, 원격관리 기술에서 경쟁력이 있다. 일본이 생활 인프라로서 트렁크룸을 정착시켰다면, 한국은 여기에 IT 기반 무인 운영 시스템을 결합해 더 효율적인 운영모델을 만들 수 있다.

다락, 아이엠박스, 알파박스, 편안창고, 박스풀 등 국내 사업자들은 이미 도심형 공유창고 모델을 실험하고 있다. 일부는 프랜차이즈 방식으로 빠르게 지점을 확장하고 있고, 일부는 자가 부동산 확보와 직영 운영을 통해 안정성을 높이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시장 초기에는 지점 수 확장이 중요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보관 품질, 보험, 화재 안정성, 온습도 관리, 보안 시스템, 브랜드 신뢰가 승부를 가를 것이다.

일본 트렁크룸 주요브랜드 외관

후발주자가 준비해야 할 것

 한국의 후발주자는 단순히 “빈 공간에 칸막이를 설치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셀프스토리지는 공간 임대업이지만 동시에 보관 책임, 시설 안전, 고객 신뢰, 운영 시스템이 결합된 전문 서비스업이다.
첫째, 입지 선정이 가장 중요하다. 공유창고는 멀리 있으면 이용률이 떨어진다. 주거지, 오피스, 캠핑장, 상권, 대학가, 지하철역, 대단지 아파트 주변처럼 반복 접근이 쉬운 곳이 유리하다.
둘째, 상품을 세분화해야 한다. 의류·계절가전·캠핑용품·사업 재고·문서·유품·고가 취미용품 등 보관 목적별로 유닛 크기와 관리 수준을 달리해야 한다.
셋째, 보안과 보험을 명확히 해야 한다. 고객은 단순히 공간을 빌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물건을 맡긴다. 화재, 침수, 곰팡이, 도난, 출입 사고에 대한 기준과 책임 범위가 명확해야 한다.
넷째, 무인 운영만으로는 부족하다. 무인은 비용을 낮추는 수단이지 신뢰를 만드는 전부가 아니다. 긴급 출동, 청소, 제습, 정기점검, 고객응대, 이사·운송 연계가 결합되어야 한다.
다섯째, 부동산 관점에서 수익성을 계산해야 한다. 임대료, 관리비, 인테리어 비용, 보안설비, 보험료, 감가상각, 공실률, 마케팅 비용을 모두 반영해야 한다. 특히 지하층이나 공실 상가를 전환할 경우 피난·소방·환기·습도·방수 문제를 사전에 검토해야 한다.
 

결론: 한국은 일본보다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

 일본은 한국보다 먼저 트렁크룸을 생활 인프라로 정착시켰다. 그러나 한국은 일본보다 빠르게 무인화·디지털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한국 시장의 미래는 일본처럼 도심 생활권에 밀착하되, 미국처럼 부동산 자산화와 금융화 가능성을 함께 열어가는 방향이 될 것이다.

결국 한국 공유창고 시장의 본질은 “창고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집의 기능을 재정의하는 것”이다. 주거공간은 작아지고, 삶의 물건은 다양해지며, 도심의 공실은 늘어난다. 이 세 가지 변화가 만나는 지점에 공유창고 시장의 기회가 있다.

 한국의 후발주자는 일본의 도심형 트렁크룸을 벤치마킹하되, 미국의 자산화 전략과 한국의 IT 운영능력을 결합해야 한다. 그렇게 할 때 공유창고는 단순 보관업을 넘어, 도심 공실을 살리고 주거공간의 한계를 해결하는 새로운 부동산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

 

 

[자료출처 ]
Quraz, Arealink/FISCO Report, Yano Research, 국가데이터처 1인가구 통계, 국내 셀프스토리지 사업자 공개자료, 2026_HMK부동산연구소 일본 셀프스토리지 브랜드조사

부동산피엘뉴스 기자 hmk70@naver.com
작성 2026.06.24 17:04 수정 2026.06.24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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