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배달, 문제는 ‘비용 전가’와 ‘시장지배적지위 남용’이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

무료배달, 문제는 ‘비용 전가’와 ‘시장지배적지위 남용’이다

 

 

▶공정위, 배민·쿠팡이츠 동의의결 기각…일시적 지원 아닌 실질 제재 필요

▶소비자 혜택 내세운 ‘무료배달’, ‘비용 전가’하면 소비자 부담으로 귀결

▶최혜대우 요구는 플랫폼 간 가격경쟁과 수수료 경쟁 제한

▶정부·국회, 사전지정제 포함 온라인플랫폼법으로 제재 실효성 확보 나서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지난 18일,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의 최혜대우 요구 등 시장지배적지위 남용 혐의 사건에 대한 동의의결 절차 개시 신청을 기각했다. 두 사업자가 상생지원안과 일부 자진시정 방안을 제시했음에도, 공정위는 해당 방안만으로는 훼손된 경쟁질서를 회복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번 결정은 배달플랫폼의 무료배달 경쟁과 수수료 문제가 단순한 가격 혜택이나 사업자 간 마케팅 경쟁의 문제가 아니라, 최혜대우 요구, 거래조건 통제, 비용 전가, 배달플랫폼 시장의 과점화와 결합된 구조적 문제임을 보여준다.

 

최근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는 무료배달은 소비자의 당면한 배달서비스 이용 부담을 완화하는 직접적인 혜택이 될 수 있고, 위축된 소비심리를 회복시켜 외식시장과 소상공인 매출에도 일시적이나마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다. 그러나 무료배달은 소비자에게 배달비를 직접 청구하지 않는다는 의미일 뿐, 배달서비스 제공에 필요한 비용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배달플랫폼 관련 거래는 소비자, 입점업체, 배달종사자, 배달플랫폼 사업자가 연결된 다면시장 구조를 갖고 있어, 시장참여자들의 상대적 협상력에 따라 어느 한 영역에서 발생한 비용이 다른 영역으로 이전될 가능성이 있다. 배달플랫폼 사업자가 무료배달 서비스를 이용한 마케팅 비용을 직접 부담하지 않고, 중개수수료 인상, 광고비 확대, 쿠폰비 부담, 배달비 부담 구조 변경, 거래조건 변경 등의 방식으로 입점업체에 전가한다면, 상대적으로 영세한 입점업체는 그 부담을 메뉴가격에 반영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무료배달은 당장의 배달비 절감 효과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는 외식가격 인상과 소비자 부담 증가로 돌아올 수 있어 문제가 된다.

 

‘무료배달’ 경쟁이 아니라 ‘비용 전가’가 가능한 배달플랫폼 시장 구조가 문제

 

문제의 핵심은 배달플랫폼이 무료배달과 할인쿠폰으로 소비자를 유인하고, 최혜대우 요구와 거래조건 통제를 통해 입점업체의 가격결정권을 제한하며, 그 성장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소상공인과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 있는 구조에 있다. 즉 무료배달 경쟁 그 자체가 아니라, 배달플랫폼 사업자가 사실상 시장지배적지위를 바탕으로 거래조건을 일방적으로 설계‧변경할 수 있는 구조가 문제인 것이다.

 

이미 배달플랫폼은 소비자와 입점업체를 연결하는 필수적인 거래 인프라로 자리 잡았다. 소비자는 편의성과 할인 혜택 때문에 배달플랫폼을 이용하고, 입점업체는 주문 확보를 위해 이러한 플랫폼을 떠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한 네트워크 효과와 거래 의존도 심화 속에서 배달플랫폼 사업자는 양면시장 또는 다면시장의 거래조건을 결정‧유지‧변경할 수 있는 강력한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

 

특히 온라인플랫폼과 관련하여 반복적으로 문제되는 것이 입점업체에 대한 최혜대우 요구다. 배달플랫폼 사업자가 입점업체에 대해 다른 배달앱보다 낮은 가격을 설정하지 못하게 하거나, 동일하거나 더 유리한 조건을 요구하면, 입점업체는 수수료가 높은 플랫폼의 비용만 해당 플랫폼의 메뉴가격에 반영하기 어렵다. 그 결과 수수료 부담은 전체 메뉴가격 인상으로 이어지고, 소비자는 모든 플랫폼에서 더 높은 가격을 부담하게 된다. 이러한 최혜대우 요구는 플랫폼 간 가격 경쟁과 수수료 경쟁을 봉쇄하고, 입점업체의 가격결정권과 소비자의 선택권을 동시에 제약하는 온라인플랫폼의 대표적인 시장지배적지위 남용 행위 유형 중 하나다.

 

현행 공정거래법만으로는 신속하고 실효적인 플랫폼 불공정행위 규제 한계

 

이번 공정위의 동의의결 기각은 현행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 절차가 실제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동시에 이러한 현행 규제 체계만으로는 빠르게 변화하는 온라인플랫폼 시장의 불공정행위에 신속하고 실효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한계도 확인시켜준다.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른 시장지배적지위 남용금지 규정을 적용하려면, 공정위는 먼저 문제가 된 거래가 이루어지는 일정한 거래분야를 ‘관련시장’으로 획정하고, 해당 시장에서 문제 사업자가 상당한 시장지배적지위에 있다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 또한 해당 행위가 단순한 영업전략이나 성과경쟁을 넘어 다른 사업자의 영업활동을 어렵게 하거나, 신규 경쟁사업자의 시장참가를 방해하거나, 경쟁사업자를 배제하는 효과를 갖는다는 점도 증명해야 한다. 나아가 그 결과 가격상승, 소비자 선택권 제한, 혁신 저해 등 경쟁제한 효과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점도 증명해야 한다.

 

그러나 최근 배달플랫폼은 음식 주문중개, 자체배달, 광고‧노출, 퀵커머스, 생활물품 배송 등으로 사업영역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고, 이로 인해 시장지배적지위 판단의 전제가 되는 관련시장 획정 자체가 간단치 않은 상황이다. 관련시장을 넓게 획정하면 시장지배적지위 인정이 어려워지고, 관련시장을 좁게 획정하면 플랫폼 사업자는 소비자 멀티호밍, 오프라인 거래, 자체 주문채널, 퀵커머스 등 다양한 대체 가능성을 주장하며 규제의 적용 자체를 다투게 된다.

 

공정위가 심의를 통해 제재 여부와 수위를 결정하더라도, 사업자들이 행정소송을 제기할 경우 관련시장 획정, 시장지배적지위 판단, 경쟁제한 효과, 부당성 등을 둘러싼 법적 다툼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그 사이 배달플랫폼 사업자의 시장 영향력은 더욱 커지고, 입점업체와 소비자의 거래 의존도는 계속 심화될 수 있다. 결국 현행 공정거래법만으로는 빠르게 사업영역을 확장하는 온라인플랫폼 시장에서 신속하고 실효적으로 규율하는 데 한계가 있다.

 

사회적 대화는 필요하지만, 자율합의만으로 실질적인 비용 전가 막기 어렵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재 배달플랫폼 수수료에 관한 다양한 공적인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특히 현 정부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대선 과정에서 제시했던 주요 공약 중 하나인 배달플랫폼 수수료 상한제와 관련하여 배달플랫폼 사회적 대화기구를 통해 자율적인 상생방안 마련을 시도해 왔다. 그러나 중개수수료 체계, 배달비 부담 구조, 광고비, 무료배달 비용, 입점업체 유형별 이해관계 등을 둘러싼 입장 차이로 인해 뚜렷한 사회적 합의안 도출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물론 배달플랫폼 사회적 대화기구에서 다양한 이해당사자가 모두 동의할 수 있는 사회적 합의안이 도출된다면 이는 분명히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사회적 합의안은 법률적 효력을 갖는 제도가 아니라, 기본적으로 참여 당사자의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른 자기구속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번 공정위의 동의의결 기각 역시 일시적 상생지원이나 일부 자진시정 방안만으로는 플랫폼의 최혜대우 요구와 비용 전가 구조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합의 이후에도 시장지배적지위를 가진 배달플랫폼 사업자가 새로운 수수료 명목을 만들거나, 광고상품‧노출 구조‧쿠폰 정책‧서비스 상품 구성을 변경하는 방식으로 비용을 이전한다면, 자율적인 사회적 합의만으로 이를 실효적으로 통제하기는 어렵다.

 

배달플랫폼 거래공정화법은 의미 있는 대안이지만, 수수료 상한제만으로는 부족

 

따라서 배달플랫폼 수수료와 무료배달 비용 전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율규제나 사회적 합의안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실효성 있는 법률에 따른 규율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지난해 10월 국회에 제출된 「배달플랫폼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은 배달플랫폼에 대한 현행 공정거래법의 한계를 보완하고 배달플랫폼 특유의 거래 구조를 별도로 규율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의미 있는 제도적 대안이다. 다만 해당 법안이 담고 있는 배달플랫폼 수수료 상한제와 같은 인위적인 가격 통제 방식만으로는 이 문제의 근본적 해결이 어렵다. 특정 수수료율을 법령을 통해 제한하더라도, 플랫폼이 광고비, 배달비, 쿠폰비, 서비스 상품 구성 등 다양한 항목으로 우회하여 비용을 회수하려 한다면 소비자와 입점업체의 부담은 형태만 바뀔 뿐 그 피해는 최종적으로 소비자에게 돌아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사전지정제 포함 온라인플랫폼법으로 실효성 있는 규율 체계 마련 필요

 

배달플랫폼 수수료 문제의 제도적 개선 방향은 단순한 가격 통제가 아니라, 공정한 가격경쟁이 가능하도록 시장질서를 회복하는 데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시장지배적지위 또는 거래상 우월적 지위에 있는 온라인플랫폼의 최혜대우 요구를 근절하고 중개수수료·결제수수료·광고비·배달비·쿠폰비 부담 구조와 주요 거래조건을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해야 한다. 입점업체와 소비자가 플랫폼별 조건을 비교·선택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될 때, 수수료 수준도 시장 기능에 따라 합리적으로 조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사전지정제를 포함한 온라인플랫폼법 입법이 필요하다. 현재 공정위가 매년 공정거래법에 따라 공시대상기업집단 내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을 지정해 발표하고 있는 것과 유사하게, 일정한 매출액, 중개 거래금액, 이용자 수, 시장 영향력 등 객관적인 지표를 기준으로 일정 규모 이상의 핵심 온라인플랫폼 사업자를 사전에 지정해야 한다. 그리고 지정된 플랫폼 사업자에 대해서는 최혜대우 요구, 자사우대, 끼워팔기, 불공정한 계약조건 강요, 데이터‧알고리즘을 이용한 차별취급 등을 보다 신속하게 규율할 수 있어야 한다. 온라인플랫폼에 대한 제재의 실효성 확보 없이는 배달플랫폼 시장에서 반복되는 최혜대우 요구와 비용 전가 구조도 근절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플랫폼 간 가격경쟁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려면 입점업체가 수수료가 낮은 플랫폼에서 더 낮은 메뉴가격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하고, 소비자는 명시적으로 공개된 플랫폼별 메뉴가격, 배달비, 할인 내용, 최종 결제금액의 구성 내역을 비교하여 합리적으로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최혜대우 요구가 근절되지 않는 한 플랫폼 간 수수료 경쟁은 사실상 봉쇄되고, 높은 수수료의 부담은 전체 외식업계의 메뉴가격 인상으로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이에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정부와 국회에 아래의 내용을 요구한다.

 

첫째, 공정위는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의 동의의결 신청을 기각한 취지에 맞게, 본안 심의에서 최혜대우 요구 등 관련 혐의를 신속하고 엄정하게 심사하고 실효성 있는 제재조치를 의결해야 한다.

둘째, 공정위는 최혜대우 요구 중단, 비용 전가 방지, 무료배달 비용 부담 구조의 투명한 공개, 소비자 정보제공 강화 등이 포함된 실질적인 시정명령을 마련해야 한다.

셋째, 정부와 국회는 사전지정제를 포함한 온라인플랫폼법 입법을 통해 시장지배적 온라인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실효성 있는 규율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넷째, 정치적 상황이나 외교통상 상황 등으로 인해 사전지정제를 포함한 온라인플랫폼법 입법이 지연된다면, 최소한 배달플랫폼 분야에 한정해서라도 「배달플랫폼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을 조속히 논의‧입법해야 한다.

 

소비자 혜택을 내세운 배달플랫폼의 무료배달 확대 경쟁이 입점업체와 소비자에게 비용을 전가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면, 이는 진정한 상생도, 지속가능한 성과경쟁도 아니다. 온라인플랫폼의 성장과 혁신은 우리 사회에 필요한 가치이지만, 그 과정이 불투명한 비용 전가, 불공정한 계약조건, 소비자 선택권 제한 위에서 이루어진다면 이는 곧 우리 사회의 공정한 시장질서를 해치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부와 국회는 배달플랫폼 시장에서 시장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수수료가 합리적인 수준에서 형성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온라인플랫폼 규율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 이에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공정한 시장질서를 회복하고, 입점업체와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할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끝>

작성 2026.06.24 15:05 수정 2026.06.24 15:05

RSS피드 기사제공처 : 한국데이터뉴스 / 등록기자: 한국데이터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해당기사의 문의는 기사제공처에게 문의

댓글 0개 (/ 페이지)
댓글등록-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글의 게시를 삼가주세요.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