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돈을 많이 준다고 해서 의미 없는 일은 하고 싶지 않아요." 24세 취업 준비생 최모씨의 말이다. 그는 대기업 공채에 합격했으나 입사를 포기했다. 대신 환경 NGO에서 일하기로 했다. 연봉은 절반 이하지만 "세상을 바꾸는 일"이라는 데 더 가치를 둔다고 한다. 이처럼 Z세대는 기성세대와 완전히 다른 직업 철학을 보여준다.
Z세대의 일에 대한 가치관
1997년부터 2012년 사이에 태어난 Z세대는 현재 13~28세로, 사회 초년생들이다. 이들은 어려서부터 인터넷과 스마트폰에 익숙한 '디지털 네이티브'이면서, 동시에 경제 위기와 팬데믹을 경험한 '위기 세대'이기도 하다. 20대 연구소가 발표한 'Z세대 직업관 조사'에 따르면, Z세대의 67%가 '일의 의미와 가치'를 가장 중요한 직업 선택 기준으로 꼽았다. '높은 연봉'을 선택한 비율은 28%에 그쳤다. 이는 기성세대와 정반대의 결과다.
Z세대에게 일은 단순히 '돈을 버는 수단'이 아니다.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하고, 사회에 기여하며, 개인적 성장을 이루는 '의미 있는 활동'이어야 한다. 이들은 "What do you do for living?"(생계를 위해 무엇을 하나?)가 아니라 "What do you do for meaning?"(의미를 위해 무엇을 하나?)을 묻는다.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Z세대
Z세대는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다. 기후변화, 사회 불평등, 인권 문제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낸다. 이런 가치관이 직업 선택에도 영향을 준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실천하는 회사를 선호하고, 사회적 기업이나 소셜벤처에 대한 관심도 높다. 실제로 소셜벤처 구인 구직 플랫폼 '체인지 메이커스'의 가입자 중 20대 비율이 78%에 달한다.
또한 '착한 소비'를 실천하는 기업에서 일하고 싶어 한다. 공정무역, 친환경 제품, 동물 실험 반대 등의 가치를 추구하는 회사를 우선적으로 고려한다. 파타고니아, 벤앤제리스, 러쉬 같은 브랜드가 Z세대에게 인기 있는 이유다.
창의성과 자율성을 중시
Z세대는 획일화된 업무보다는 창의적이고 자율적인 업무를 선호한다. 정해진 매뉴얼대로 반복하는 일보다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고 실험할 수 있는 환경을 원한다. 이들에게 '성과'의 의미도 다르다. 매출이나 수익 같은 정량적 지표보다는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도움을 줬는가?', '만든 솔루션이 얼마나 혁신적인가?'와 같은 정성적 가치를 더 중시한다.
따라서 수직적이고 경직된 조직문화를 극도로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상명하달식 지시보다는 협업과 소통을 통한 업무방식을 선호한다. 실제로 Z세대 직장인의 84%가 '수평적 조직문화'를 중요한 선택 기준으로 꼽았다.
일과 삶의 조화 추구
Z세대에게 워라밸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부모 세대처럼 일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는 삶은 거부한다. 일도 중요하지만, 개인적 취미와 인간관계, 자기 계발도 소중하게 여긴다. 이들은 '빨리빨리' 문화와 야근 문화에 강한 거부감을 보인다. 효율적으로 일해서 정시에 퇴근하고, 퇴근 후에는 개인 시간을 온전히 즐기고 싶어 한다. 주 52시간 근무제가 Z세대에게 환영받는 이유다. 또한 유연근무제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재택근무, 시차 출퇴근, 선택근무제 등을 통해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게 일하고 싶어 한다.
기성세대와의 갈등
Z세대의 직업관은 종종 기성세대와 충돌한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현실감각이 없다.", "돈도 안 되는 일만 하려고 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Z세대의 선택에는 나름의 합리성이 있다. 이들은 기성세대보다 수명이 길고, 은퇴 시기도 늦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단기적 수익보다는 장기적 만족도와 지속가능성을 고려하는 것이 오히려 현명할 수 있다. 또한 AI와 자동화로 인해 많은 직업이 사라질 위험에 처해있다. 이런 상황에서 단순히 돈만 좇다가는 나중에 더 큰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차라리 AI가 대체하기 어려운 창의적이고 의미 있는 일을 선택하는 것이 미래를 대비하는 전략일 수도 있다.
의미 있는 일을 찾는 방법
그렇다면 의미 있는 일은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첫째, 자신의 핵심 가치를 명확히 하라. 환경 보호, 교육 기회 확대, 기술 혁신 등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 둘째, 작은 것부터 시작하라. 거창한 사회 변화를 꿈꾸기보다는, 일상에서 작은 변화를 만들어보는 것부터 시작하라. 직장에서 환경친화적 업무 방식을 제안하거나, 동료들의 업무 효율을 높이는 아이디어를 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셋째, 다양한 경험을 쌓아라. 인턴십, 자원봉사, 사이드 프로젝트 등을 통해 다양한 분야를 경험해보라. 직접 해보기 전까지는 자신에게 맞는 일이 무엇인지 알기 어렵다.
기업들의 대응
기업들도 Z세대의 가치관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사회적 책임(CSR) 활동을 강화하고, ESG 경영을 적극 추진한다. 또한 채용 과정에서 회사의 비전과 가치를 적극적으로 어필한다. 일부 기업은 '임팩트 팀'을 별도로 만들어 사회적 가치 창출 업무를 전담하게 한다. 구글의 'Google.org', 마이크로소프트의 'AI for Good'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팀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Z세대가 많다. 또한 직원들의 봉사활동을 적극 지원한다. 봉사 휴가를 유급으로 제공하거나, 직원이 선택한 NGO에 기부금을 매칭 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미래 전망
Z세대의 직업관이 사회 전반에 미칠 영향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이 사회의 주류가 되면서 '의미 있는 일'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 날 것이다. 이는 기업의 경영 방식에도 변화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단순히 수익 극대화를 추구하는 기업보다는,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기업이 더 선호될 것이다. 또한 새로운 형태의 직업들이 생겨날 것이다. 지속가능성 컨설턴트, 소셜임팩트 측정 전문가, 윤리적 AI 개발자 등 사회적 가치와 전문성을 결합한 직업들이 각광받게 될 것이다.
균형점 찾기
물론 의미만 추구하고 경제적 현실을 무시할 수는 없다. 생계를 유지하고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현실적 필요도 있다. 중요한 것은 '의미 있는 일'과 '돈 되는 일' 사이에서 자신만의 균형점을 찾는 것이다. 처음에는 경제적 안정을 위해 대기업에 다니다가, 나중에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일로 전향하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다. 또는 본업은 안정적으로 하면서, 부업으로 의미 있는 일을 하는 것도 방법이다. Z세대의 새로운 직업 철학은 분명히 사회를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킬 동력이 될 것이다. 의미와 돈,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미래가 기대된다.

윤은순 예스진로직업연구소 소장
평생교육사이자 진로직업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