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총성이 멈춘 첫날은 늘 조심스럽다. 포연이 가라앉은 자리에 남는 것은 안도가 아니라 긴장이기 때문이다. 2026년 6월 21일 일요일, 남부 레바논에서 석 달 넘게 이어지던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상호 공격이 처음으로 기록되지 않았다. 그 짧은 침묵을 딛고, 이번에는 더 무거운 질문이 테이블에 오른다. 이스라엘군은 점령한 땅에서 물러설 것인가. 남부 레바논 주민들의 귀향이 걸린 이 물음이, 미국이 중재하는 워싱턴 협상의 한복판에 놓인다.
이 협상의 뿌리는 봉합 국면에 접어든 전쟁이다. 미국과 이란이 서명한 양해각서는 "레바논을 포함한 모든 전선에서 군사작전의 즉각 종료"와 레바논의 영토 보전을 명시했다. 스위스 회담에서 미국과 이란은 레바논 전선의 충돌을 멈추기 위한 '충돌 방지 셀' 설치에 합의했고,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은 이를 합의의 "첫 번째 진짜 시험대"라 불렀다. 그 시험대의 가장 단단한 매듭이 바로 '철수'다. 휴전을 종이에 적는 일은 쉬우나, 점령한 진지에서 군대를 빼내는 일은 차원이 다른 결단이기 때문이다.
남부 레바논의 평온이 일시적 봉합에 그칠지, 항구적 평화로 이어질지는 이 매듭을 어떻게 푸느냐에 달렸다.
이스라엘 하레츠 보도에 따르면, 텔아비브와 베이루트 당국은 이번 주 미국 중재 아래, 레바논군의 통제 아래 둘 '시범 구역'을 협상한다. 이는 이스라엘군이 남부 레바논 일부 지역에서 철수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한 이스라엘 소식통은 레바논군이 통제할 일부 구역은 이스라엘 점령 아래에 있지 않아 철수가 필요 없다고 주장하면서, 이스라엘이 물러나는 지역에서는 레바논군이 미국의 감독 아래 활동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협상은 6월 23~25일 워싱턴에서 대사·군 당국자 수준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한편, 이스라엘군은 레바논의 새 휴전과 상호 공격 중단 이후, 자국 북부의 모든 제한 조치를 해제했다. 전선의 한쪽에서 빗장이 풀리는 동안, 다른 쪽에서는 철수의 범위를 둘러싼 줄다리기가 시작된 셈이다.
침묵한 일요일과 엇갈린 말
현장의 첫 신호는 유엔에서 나왔다. 유엔 레바논 임시 평화유지군(UNIFIL)의 한 소식통은 3월 2일 이후 처음으로, 6월 21일 일요일 레바논에서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상호 공격이 기록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석 달여 만의 침묵이다. 그러나 말의 결은 엇갈렸다. 기드온 사아르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뉴질랜드의 윈스턴 피터스 외무장관과 전화로 레바논 문제를 논의하고 그를 이스라엘로 초청했다. 사아르는 헤즈볼라가 위반하지 않는 한 이스라엘이 레바논 휴전을 존중할 것이며, 레바논에 영토적 야심은 없다고 말하면서도, 점령한 지역에서는 철수하지 않겠다고 분명히 밝혔다.
철수를 협상한다는 보도와 철수하지 않겠다는 장관의 공언이 같은 날 나란히 흘러나온 것이다. 레바논 측의 셈법은 다르다. 헤즈볼라 소식통은 휴전을 지키겠다면서도 이스라엘이 여전히 발포하며 레바논 영토 깊숙이 진입하려 한다고 주장해 왔다. 같은 땅을 두고 두 진영이 읽는 지도는 이렇게 다르다.
지도 위의 선과 사람의 길
여기서 냉정히 짚어야 할 것이 있다. '시범 구역'이라는 표현은 신중하게 고른 첫걸음이다. 전면 철수가 아니라 일부 지역의 통제권을 미국 감독 아래 레바논군에 넘기는, 시험적이고 조건부적 양보다. 그래서 이 협상의 성패는 면적의 크기가 아니라 신뢰의 두께에 달렸다. 철수를 논하는 테이블과 철수를 거부하는 장관의 입이 공존하는 한, 일요일의 침묵은 언제든 깨질 수 있다. 레바논 대통령 아운이 미국·카타르 당국자와 휴전의 항구화를 논의한 것도, 이 평온이 얼마나 위태로운지를 보여 준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이 하나 있다. 지도 위에 그어진 철수선은 군사 용어이지만, 그 선 너머에는 무너진 집으로 돌아가려는 사람들의 길이 놓여 있다. 남부 레바논의 피란민에게 '철수'란 전략의 문제가 아니라 귀향의 문제다. 워싱턴의 협상가들이 구역을 나누는 동안, 어느 마을의 한 가족은 돌아갈 날을 손꼽는다. 침묵한 일요일이 평화의 첫 장이 될지, 잠깐의 숨 고르기로 끝날지는 바로 그 길이 열리느냐에 달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