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뜻하지 않게 가족을 잃은 유족들이 보험금 청구 과정에서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기 위해서는 초기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전문가 조언이 나왔다.
보험·손해배상 전문 윤길용 변호사는 자살로 인한 사망의 경우에도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보험금 지급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유족들이 알아야 할 단계별 대응 방안을 소개했다.
일반적으로 보험사는 자살 사망에 대해 면책을 주장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법원은 피보험자가 우울증 등 정신질환으로 인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망한 경우에는 고의적 행위가 아닌 우발적 사고로 판단해 보험금 지급 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보험금 청구에 앞서 가장 먼저 망인의 보험 가입 내역을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생명보험의 재해사망보험금과 손해보험의 상해사망보험금 가입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입 담보와 보장 규모에 따라 청구 가능성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보험금 지급 여부를 판단하는 핵심 요소는 망인의 사망 당시 정신 상태다. 이에 따라 유족들은 우울증 등 정신건강 문제로 인해 자유로운 의사결정 능력이 저하됐음을 입증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를 확보해야 한다.
정신건강의학과 치료 이력이 있는 경우에는 진료기록부와 주치의 소견서 확보가 중요하다. 특히 환청, 환시, 심한 망상, 공황발작 등 중증 증상이 기록돼 있다면 중요한 근거 자료가 될 수 있다. 주치의 소견서에는 진단명과 치료 기간, 사망 전 정신 상태, 질환과 사망 사이의 연관성 등이 포함될 경우 도움이 된다.
정신과 진료 기록이 없더라도 보험금 청구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정신질환 진단 기록이 없더라도 당시 주요우울장애 등으로 정상적인 판단 능력을 상실한 상태였음이 인정되면 보험금 지급이 가능하다고 판단한 바 있다. 따라서 가족과 지인들의 진술서, 문자메시지, SNS 기록, 일기, 인터넷 검색 기록, 직장 내 괴롭힘이나 경제적 어려움 등 극심한 스트레스 상황을 보여주는 자료가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경찰 조사 단계에서의 진술에도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자살 동기나 상황을 과도하게 구체적으로 설명할 경우 보험사가 이를 근거로 계획적이고 의도적인 행위였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평소 망인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설명하고, 자살 징후나 유서가 없었다면 그 사실 역시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보험사가 면책 결정을 내렸더라도 즉시 포기할 필요는 없다는 설명이다. 유족은 보험사 재심사 요청, 금융감독원 분쟁조정 신청 등을 통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으며, 필요할 경우 소송을 통해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
다만 보험금 청구권은 원칙적으로 사망일로부터 3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되는 만큼 대응 과정에서 시효가 만료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윤길용 변호사는 “자살사망보험금 청구는 초기 진술과 증거 확보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며 “유족들이 정당한 권리를 충분히 행사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준비와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