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간 1차 회담, 고무적인 진전 속 마무리 되었나

호르무즈는 다시 열리고 동결자산은 풀리지만, 핵·미사일·레바논이라는 가시는 그대로 남았다

종이 위의 휴전, 땅 위의 시험대: 14개항이 끝내 못 적은 것들

60일의 카운트다운: 미·이란 로드맵은 평화의 문인가 함정인가

▲ AI 이미지, 중동디스커버리신문 제공

한 장의 합의문이 전쟁을 멈출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러나 종이 위의 서명과 땅 위의 평화 사이에는 늘 깊은 골이 있다. 2026년 2월 말 시작된 미·이란 전쟁이 14개 항 양해각서로 봉합 국면에 들어섰다. 호르무즈 해협은 다시 열리고, 봉쇄됐던 이란의 항구가 풀리며, 동결 자산 해제까지 거론된다. 그러나 핵 문제는 60일 뒤로 미뤄졌고, 레바논의 총성은 합의 직후에도 멎지 않았다. 이 합의는 종전의 문인가, 아니면 더 긴 협상의 입구인가.

 

출발점은 전쟁이다. 2026년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을 상대로 군사 작전을 개시했고, 첫 일격으로 이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에픽 퓨리(Epic Fury)'로 명명된 이 작전은 5월 5일 종료됐으나, 이란·레바논에서 수천 명, 이스라엘·걸프 국가에서 수십 명이 숨지고 역내 수백만 명이 집을 잃었다. 레바논에서는 인구의 6분의 1 이상이 피란길에 올랐다. 세계 석유 길목인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이 막히면서 아시아 일부 지역에 연료 부족이 번졌고, 충격이 세계 경제로 퍼졌다. 그 막다른 자리에서 협상이 시작됐다. 2015년 핵 합의(JCPOA) 붕괴 이후 표류하던 핵·미사일·역내 영향력 문제가, 전쟁이라는 극단을 거쳐 다시 협상 테이블로 끌려 나온 셈이다.

 

합의문은 무엇을 담았는가

 

양해각서는 6월 17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서명했고, 핵 문제 타결을 위한 60일 시한을 설정했다. 중재자인 파키스탄의 샤리프 총리가 6월 14일 합의 타결을 알리자, 트럼프는 곧바로 이란 항구에 대한 미군의 해상 봉쇄를 즉시 해제한다고 밝혔다. 핵심 14개 항은 분명하다. 군사 타격 중단, 상업 선박에 대해 60일간 무관세로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미군의 항구 봉쇄 해제, 그리고 60일간의 휴전 연장이 담겼다. 여기에 미군 자산의 역내 감축, 대이란 제재 완화, 이란 재건·개발 계획에 대한 경제적 약속이 더해졌고, 이란은 핵무기를 추구하지 않겠다고 재확인했다. 향후 이행 상황에 따라 최대 250억 달러 규모의 동결 자산이 풀릴 수 있다. 그러나 빈자리가 더 눈에 띈다. 합의는 핵무기 비 추구를 명시하면서도 이를 강제할 장치를 아직 정하지 못했고, 이란의 탄도미사일 프로그램과 역내 비국가 동맹 네트워크는 아예 다루지 않았다. 6월 18일 새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서면으로 합의를 승인했다.

 

합의를 흔든 닷새

 

서명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레바논이 합의를 흔들었다. 합의문이 "레바논을 포함한 모든 전선에서 군사 작전의 즉각 종료"를 못 박았음에도, 이스라엘의 치명적 공격이 이어지며 스위스에서 예정된 평화 회담이 좌초할 위기에 놓였다. 결국 금요일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가 휴전에 합의했고, 트럼프는 자신이 이스라엘에 휴전을 요청했다며 "케이크 위의 장식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 군 지휘부는 토요일,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과 미국의 합의 불이행을 이유로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트럼프는 일요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폭격 재개와 해협 장악을 위협하며 "합의하지 않으면 통행료를 걷겠다"고 말해 협상이 거의 무산될 뻔했고, 이란은 처음에 협상 지속을 거부했다. 

 

우여곡절 끝에 스위스 루체른 호반에서 첫 회담이 열렸고, 미국과 이란은 협상을 총괄할 고위급 위원회와 레바논 전선을 끝낼 '충돌 방지 셀(de-confliction cell)' 설치에 합의했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은 이 셀을 "첫 번째 진짜 시험대"라 불렀다. 전쟁의 무게는 민심에도 새겨졌다. 6월 20일 정부 여론조사에서 이란 국민의 약 60%가 재정적으로 삶을 이어 가기 어렵다고 답했고, 70%가 정부 교체를 요구했다.

 

문은 열렸으나 길은 멀다

 

여기서 냉정한 분별이 필요하다. 이 양해각서는 분쟁의 최종 해결이 아니라 긴장을 낮추는 장치다. 2015년의 상세한 핵 합의와 달리, 이번 문서는 60일이라는 협상 기간을 여는 폭넓은 틀일 뿐이며, 가장 첨예한 쟁점들은 의도적으로 다음 협상으로 미뤄졌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이를 최종 조약이라기보다 '정치적 로드맵'으로 본다. 

 

이스라엘과 일부 걸프 국가는 미해결 조항들이 이란의 전략적 입지만 키운 채 핵심 안보 문제를 미봉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러므로 진짜 질문은 서명이 아니라 이행이다. 강제 장치 없는 핵 비 추구 약속이 검증의 무게를 견딜 수 있는가, 레바논의 충돌 방지 셀이 총성을 멈출 수 있는가, 호르무즈의 평온이 60일 뒤에도 이어질 것인가. 합의문은 문을 열었으나, 그 문 너머의 길은 아직 닦이지 않았다. 종이 위의 휴전이 땅 위의 평화로 번지려면, 무너진 도시로 돌아갈 한 사람 한 사람의 일상이 회복되어야 한다. 60일은 그 가능성을 가늠하는 짧고도 무거운 시험의 시간이다. 

작성 2026.06.23 04:21 수정 2026.06.23 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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