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콜로지코리아=이거룩 기자] 올해 상반기 국내 건설업계의 해외 성적표는 아쉬움 그 자체였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2026년 1~5월 누적 수주액은 38억 5,561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66.8%나 급감했다. 원인은 명확했다. '텃밭'으로 불리던 중동 지역 수주액이 전쟁 여파로 90% 가까이 증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종전 양해각서(MOU)에 서명하며 분위기가 180도 뒤집혔다. 106일간 이어지며 호르무즈 해협 폐쇄 위기까지 몰고 갔던 전면전이 종식되면서, 지연되거나 중단됐던 중동발 대형 프로젝트들이 하반기부터 대거 쏟아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글로벌 에너지 컨설팅 업체 뤼스타드에너지는 이번 전쟁으로 파손된 중동 지역 에너지 인프라(파이프라인 등 80여 곳) 복구 비용이 최대 580억 달러(한화 약 88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정유·가스 플랜트 같은 고난도 에너지 설비는 구조가 복잡해 기존에 시공했던 건설사가 복구 공사(개보수)까지 이어받는 경우가 많다. 한국 건설사들이 강점을 가지는 이유다.
실제로 이번에 피해를 입은 비(非)이란 걸프 지역의 핵심 인프라 중 상당수가 한국 기업들의 작품이다. 세계 최대 LNG 거점인 카타르 라스라판 시설은 삼성E&A와 현대중공업이, UAE 합샨 가스 처리 시설은 현대건설이 시공했다. 그 외에도 대우건설, DL이앤씨, GS건설 등이 촘촘한 시공 포트폴리오를 쥐고 있어 수주 전선에서 매우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중요한 관전 포인트는 '미국의 대이란 경제 제재 완화 수준'이다.
단기적 관점: 미국의 제재 지속 여부에 따라 당분간은 사우디아라비아, UAE, 카타르 등 비이란 걸프 지역의 복구 물량에 집중해야 할 수 있다.
만약 합의문대로 대이란 제재가 전면 해제된다면 그야말로 대호황이 찾아온다. 현재 미국에 동결된 이란 자산만 약 1천억 달러(약 151조 원)에 달한다. 이 자금이 풀리면 전쟁 복구를 넘어 노후 플랜트 현대화, 신규 인프라 확충 등 연쇄 발주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이란 현지 사무소를 유지해 온 DL이앤씨 등 이란 시공 경험을 가진 건설사들이 최대 수혜자가 될 전망이다.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중동 특수를 정조준하되 유럽·아프리카 등으로의 포트폴리오 다변화 골든타임을 놓쳐선 안 된다."
이번 종전 협정은 고사 위기에 처했던 국내 건설업계에 단비 같은 기회이다. 국내 주택 경기 침체를 해외 플랜트 특수로 돌파할 수 있는 강력한 동력이 마련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낙관론에만 취해있기에는 변수가 많다. 협상 테이블에서 소외된 이스라엘과의 잠재적 갈등이 여전하고,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징수 문제를 둘러싼 미·이란 간의 신경전도 불씨로 남아있다. 후속 협정이 지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론적으로 한국 건설업계는 이번 88조 원 규모의 중동 재건 기회를 적극적으로 낚아채 피를 수혈하되, 중동 의존도를 점진적으로 낮추는 '투트랙 전략'을 펼쳐야 한다. 최근 인공지능(AI) 열풍으로 전 세계 전기 수요가 폭증하는 만큼, 초고압 전력 인프라 시장을 선점하고 중동 외에 유럽·아프리카 지역을 대상으로 원전 및 소형모듈원전(SMR) 등의 신사업 저변을 넓히는 체질 개선을 병행해야만 진정한 '제3의 해외건설 전성기'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