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교폭력은 특정 학생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교실 안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폭력은 가해자와 피해자뿐 아니라 이를 지켜보는 수많은 학생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최근 학교폭력 예방교육에서는 가해자와 피해자 중심의 접근을 넘어 방관자의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 학교폭력 현장에서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는 방관자는 폭력을 묵인하는 존재가 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피해 학생의 곁에 서는 지지자로 성장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많은 부모는 자신의 자녀가 학교폭력의 가해자나 피해자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그러나 정작 우리 아이가 학교폭력 상황을 목격했을 때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 볼 기회가 많지 않다. 아이들이 방관자가 될지, 지지자가 될지는 단순히 학교에서 배우는 교육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가정에서 이루어지는 부모와 자녀의 소통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안전한 학교문화는 학교의 노력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가정에서 시작된 공감과 대화의 문화가 학교로 이어질 때 아이들은 타인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는 건강한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다.
침묵하는 아이들, 방관자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학교폭력 현장에서 많은 학생이 침묵을 선택한다. 그 이유는 다양하다. 가해 학생의 보복이 두렵기도 하고, 친구 관계가 불편해질 것을 걱정하기도 한다. 때로는 자신이 개입해야 한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아이들은 또래 집단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주변 친구들이 웃거나 모른 척하면 자신도 그 분위기에 따라 행동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면 폭력에 대한 감수성이 무뎌지고,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는 태도가 자연스럽게 형성될 수 있다.
그러나 방관은 결코 중립이 아니다. 피해 학생 입장에서는 자신을 도와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절망감을 느끼게 만든다. 가해 학생에게는 자신의 행동이 허용되고 있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도 있다.
특히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오늘날의 청소년들은 온라인 공간에서도 방관자가 되기 쉽다. 단체 채팅방에서 이루어지는 조롱과 따돌림을 보고도 침묵하거나, 악성 게시물을 공유하지는 않지만 그대로 방치하는 행동 역시 방관의 한 형태다.
결국 방관자는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타인의 감정에 관심을 갖지 않는 습관,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지 못하는 문화, 어려운 상황을 피하려는 태도가 쌓이면서 형성된다. 따라서 방관자를 지지자로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가정에서부터 공감과 책임의 가치를 배우는 과정이 필요하다.

부모와의 소통이 공감과 용기를 키운다
아이들이 타인의 아픔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은 대부분 가정에서 처음 형성된다. 부모가 자녀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주고 감정을 존중하는 경험은 아이가 다른 사람의 감정도 이해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
많은 부모가 자녀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학업, 성적, 진로에 관한 대화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친구 관계나 학교생활 속 감정에 대한 이야기는 충분히 나누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부모는 아이에게 "오늘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니?"라고 묻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친구들과 어떤 기분을 느꼈니?", "누군가 힘들어하는 친구는 없었니?", "만약 그런 상황을 본다면 어떻게 하고 싶니?"와 같은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
이러한 대화는 단순한 정보 확인이 아니라 아이의 가치관을 형성하는 과정이다. 부모와의 대화를 통해 아이는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법을 배우고, 어려움에 처한 친구를 외면하지 않는 태도를 익히게 된다.
또한 부모는 아이가 실수나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안전한 대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아이가 학교폭력 상황을 목격했을 때 부모에게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면 문제를 조기에 발견하고 적절하게 대응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지지자로 성장한 아이들이 만드는 건강한 학교문화
학교폭력 예방의 핵심은 모든 아이를 영웅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다. 가해자와 맞서 싸우는 용감한 학생만을 기대하는 것도 현실적이지 않다. 중요한 것은 어려움에 처한 친구를 외면하지 않는 지지자를 늘리는 것이다.
지지자는 피해 학생에게 다가가 안부를 묻고, 함께 있어 주며, 필요할 경우 교사나 보호자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이러한 행동은 거창하지 않지만 피해 학생에게는 큰 힘이 된다.
학교 현장에서도 적극적 목격자 교육과 또래 지지 활동이 강조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교육이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가정의 역할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학교에서 배운 공감과 배려의 가치가 가정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될 때 아이들은 이를 자신의 행동으로 실천하게 된다.
지지자가 많은 학교는 자연스럽게 폭력에 대한 허용 수준이 낮아진다. 학생들은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문화를 형성하며, 갈등이 발생하더라도 대화와 협력을 통해 해결하려는 태도를 보인다.

건강한 학교문화는 특별한 프로그램 하나로 완성되지 않는다. 가정에서 시작된 공감의 대화가 교실로 이어지고, 교실에서 형성된 존중의 문화가 학교 전체로 확산될 때 비로소 안전한 교육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다.
학교폭력 예방은 가해 학생을 처벌하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폭력을 외면하지 않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그리고 그 출발점은 학교가 아니라 가정일 수 있다.
부모와 자녀의 진심 어린 소통은 아이의 공감 능력을 키우고, 타인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는 용기를 길러준다. 이러한 경험은 아이를 침묵하는 방관자가 아닌 따뜻한 지지자로 성장하게 만든다.
오늘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것은 경쟁에서 앞서는 아이가 아니라 함께 성장할 줄 아는 아이다. 친구의 아픔에 공감하고 손을 내밀 수 있는 아이들이 많아질 때 학교는 더욱 안전해지고, 교육은 본래의 가치를 회복할 수 있다.
방관자에서 지지자로 성장하는 아이들. 그 변화의 시작은 거창한 교육 프로그램이 아니라 부모가 자녀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하루 10분의 대화 속에 있을지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