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은 전쟁에선 졌지만, 협상은 절대 지지 않는다" — 트럼프의 6년 전 예언 현실이 됐다

2026년 미·이란 휴전 타결 국면에서 되살아난 트럼프의 2020년 소셜미디어 발언… 백악관 기자회견장에서 자신의 말과 정면으로 마주서다

호르무즈 봉쇄와 핵 카드… 이란이 패전에서도 협상 테이블을 뒤집는 방법

트럼프 vs 트럼프 — 6년 전 소셜미디어 발언이 백악관 기자회견장에서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 AI 이미지, 중동디스커버리신문 제공

역사는 종종 가장 냉소적인 예언자가 쓴 각본대로 흘러간다. 2020년, 도널드 트럼프는 소셜미디어에 단 한 줄을 남겼다. "이란은 단 한 번도 전쟁에 이긴 적이 없다. 그러나 협상에서는 단 한 번도 진 적이 없다." 당시만 해도 그것은 적국을 향한 가시 돋친 비아냥처럼 읽혔다. 

 

그런데 6년이 지난 2026년 6월, 미국과 이란이 3개월 반에 걸친 전쟁의 종막을 향해 '이슬라마바드 양해각서(MOU)' 서명을 앞둔 시점에, 한 기자가 그 발언을 그대로 들고 백악관으로 들어갔다. 트럼프의 얼굴에는 순간 묘한 표정이 스쳤다. 과거의 자신이 현재의 자신을 향해 겨눈 화살을 피할 수 없는 순간이었다. 중동의 화약고 위에서 벌어진 이 외교적 아이러니는, 전쟁과 협상 사이에서 언제나 예상 밖의 생존력을 발휘해 온 이란의 본질, 그리고 미국 대통령 외교의 이중성을 동시에 드러낸다.

 

2020년의 예언, 2026년의 현실: 트럼프가 남긴 한 줄짜리 역설

 

2020년 트럼프가 당시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올린 문구는 짧았지만 날카로웠다. 미국과 이란이 ‘가솔레이마니’ 암살 이후 긴장의 정점을 달리던 그 시기, 트럼프는 이란의 외교적 줄다리기 전통을 정확히 꿰뚫는 한 문장을 내뱉었다. 이란은 군사력으로 미국을 꺾을 수 없지만, 협상 테이블에서는 언제나 무언가를 얻어간다는 냉정한 인식이 그 문장의 밑바닥에 깔려 있었다.

 

그로부터 6년 후, 그 예언은 현실의 지형도 위에 그대로 겹쳤다. 2026년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에 대규모 공습을 감행하며 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를 포함한 핵심 지도부를 제거했다. 군사적 충격은 분명했다. 그러나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며 세계 에너지 시장을 볼모로 잡았다. 하루 5억~7억 달러 규모의 경제적 타격이 현실화됐고, 미국의 전략비축유는 불과 몇 달 만에 14%가 소진됐다. 군사적으로는 패배했으나, 협상 카드는 여전히 이란의 손안에 있었다.

 

기자의 질문, 트럼프의 대답: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벌어진 아이러니

 

6월 17일, 미국 현지 언론을 통해 공개된 백악관 기자회견 영상은 전 세계 언론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폭스뉴스 기자 피터 두시가 트럼프에게 2020년 소셜미디어 발언을 직접 상기시키며, 지금의 이란 협상 타결이 미국의 승리라고 국민에게 어떻게 설득할 것인지 물었다. 트럼프는 "당신이 그걸 꺼낼 줄 알고 있었다"며 웃어넘기려 했지만, 이어진 발언은 단호했다. "이번엔 다르다. 이란은 군사적으로 졌다."

 

트럼프는 비판 자체가 어떤 결과가 나와도 불가피하다는 논리를 폈다. 폭격을 몇 주 더 지속했다면 전쟁을 지나치게 끌었다는 비난을 받았을 것이고, 협상으로 마무리하면 이란에 굴복했다는 비판이 쏟아진다는 주장이었다. 그는 일부 언론을 향해, 이란이 완전히 항복했다고 해도 오히려 이란의 승리로 보도했을 것이라고 비꼬았다. 어떤 선택도 완전한 승리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정치적 피로감이 발언 곳곳에 배어 있었다.

 

한편, 이란 핵 야망이 사실상 제어되지 않았다는 비판도 공화당 내부에서 동시에 분출됐다. 공화당 상원의원 빌 캐시디는 "이란은 이번 협상에서 호르무즈 위협이 효과가 있다는 것을 학습했으며, 앞으로도 이를 지렛대로 활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공화당 강경파 테드 크루즈 역시 협상 방향에 대한 불신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협상 테이블의 공방: 이슬라마바드에서 스위스까지

 

2026년 4월 초, 파키스탄이 중재자로 나서며 이슬라마바드에서 미·이란 간 임시 휴전이 성사됐다. 이란은 처음에 45일 휴전안을 거부하고 자체 10개항 평화안을 역제안했다. 이란 외무장관 아바스 아라그치는 "이슬라마바드 양해각서 타결이 그 어느 때보다 가까워졌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세부 내용을 둘러싼 공방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미국 측이 공개한 합의안 초안과 이란 관영통신이 보도한 내용 간의 괴리가 드러나며 트럼프는 이란 측 발표를 "가짜 뉴스"라며 공개 반박하기도 했다.

 

6월 14일, 미국과 이란은 3개월 반의 교전에 마침표를 찍는 합의에 최종 도달했다. 파키스탄 총리 셰흐바즈 샤리프는 스위스에서 공식 서명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발표했다. 합의의 핵심은 호르무즈 해협 즉각 재개방과 60일간의 추가 협상 개시였다. 핵 프로그램 처리, 제재 해제, 동결 자산 24억 달러의 단계적 반환 등 굵직한 현안들은 후속 협상 테이블로 넘겨졌다.

 

CNN에 따르면 트럼프는 3월 말부터 6월 초까지 두 달여 사이에만 협상 타결이 임박했다고 최소 38차례 발언했다. 그만큼 협상의 진전과 후퇴가 반복됐고,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이라는 변수가 끊임없이 판을 흔들었다.

 

예언의 완성, 그리고 남겨진 질문: 역사는 트럼프의 2020년 문장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트럼프의 2020년 발언이 새삼 회자되는 이유는 단순한 아이러니 때문만이 아니다. 그것은 중동 외교의 본질을 꿰뚫는 통찰이었기 때문이다. 이란은 이번에도 군사적으로 치명상을 입었지만, 협상 종반에는 핵 프로그램의 즉각적 해체 없이 자산 동결 해제와 인프라 재건 지원이라는 성과를 거머쥐는 방향으로 논의를 이끌었다. 일부 분석가들은 이번 협상의 결과가 2015년 오바마 행정부가 체결한 이란 핵 합의(JCPOA)보다 이란에 더 유리한 조건으로 귀결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는다.

 

세계 에너지 공급의 약 5분의 1이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할 수 있는 국가. 군사력으로는 쓰러질지언정 협상력으로는 끝끝내 무언가를 건져내는 외교 전통. 트럼프가 6년 전 자신의 계정에 남긴 문장은, 아마도 그가 작성한 가장 정확한 이란 분석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그 분석의 증명자는 다름 아닌 트럼프 자신이 됐다. 역사는 때로 가장 냉혹한 방식으로 자기반성의 거울을 내민다.

작성 2026.06.19 00:35 수정 2026.06.19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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