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6월 17일, 세계는 숨을 죽였다. 미국과 이란이 수개월에 걸친 전쟁을 끝내는 양해각서(MOU)에 서명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국제 외교가는 잠시 안도했다. 그러나 그 안도가 채 가라앉기도 전에, CNN 인터내셔널의 간판 앵커 크리스티안 아만푸어가 냉정한 물음 하나를 세상에 던졌다. "이 합의,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이란계 영국인으로서 중동 취재의 살아 있는 역사인 그녀의 분석은 외교적 수사 뒤에 감춰진 권력 지형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핵 프로그램을 지키고 제재 해제에 대규모 재건 지원까지 확보한 테헤란, 반면 전쟁 명분으로 내세웠던 '이란 체제 변환'은 어디에도 명시되지 않은 워싱턴—아만푸어의 분석은 불편하지만 정확하다. 이 합의의 진짜 수혜자는 누구인가.
전쟁이 불러온 협상 테이블, 그 기나긴 고통의 시간
2026년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 전역을 향해 대규모 공습을 감행하면서 중동은 격랑 속으로 빠져들었다. 이란의 핵 개발 의혹, IAEA의 의무 위반 선언, 그리고 협상 기한 만료—일련의 사건들이 도미노처럼 연쇄하며 군사 행동의 방아쇠를 당겼다.
그러나 단기전으로 마무리될 것이라는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이란은 무너지지 않았다.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고, 인근 미군 기지를 겨냥하겠다는 위협으로 협상 카드를 쌓아 올렸다. 파키스탄의 막후 중재로 4월에 2주간의 임시 휴전이 성사됐지만, 5개 항에 달하는 이란의 종전 조건—영토 주권 상호 존중, 내정 불간섭, 전면 제재 해제,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 핵 프로그램 현상 유지—은 협상 상대를 당혹스럽게 했다.
6월 13일 이스라엘이 재차 이란 핵 시설을 폭격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무조건 항복'을 요구하며 으름장을 놓던 그 시간에도 이란 외교진은 버텼다. 그리고 6월 17일, 14개 조항의 양해각서가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
합의문이 담은 것, 그리고 담지 않은 것
아만푸어가 시청자들을 향해 던진 메시지는 명료했다. "만약 당신이 이란 국민이라면, 이 합의는 꽤 괜찮은 거래로 보일 것입니다."
공개된 MOU 전문에 따르면, 미국은 이란산 원유 수출 재개를 허용하고 동결 자산을 풀어주는 데 동의했다. 나아가 최소 3,000억 달러(약 465조 원) 규모의 이란 재건·개발 지원도 약속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와 미국 독자 제재를 포함한 대이란 제재 전면 해제도 최종 협정 체결을 조건으로 명시됐다.
핵 문제의 최대 쟁점이었던 고농축 우라늄 처리 방안은 최종 협상으로 넘겨졌다.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 재확인에 그쳤고, 미국이 줄기차게 요구해온 농축 우라늄 전량 해외 반출 조항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IAEA 감독 아래 현장 희석 방식이라는 절충안이 담겼다—이란의 손을 들어준 결과다.
합의의 또 다른 핵심 조항은 상호 내정 불간섭 원칙이다. 두 나라가 서로의 영토 주권과 독립을 존중하며, 상대국 내정에 일절 개입하지 않겠다고 명시한 것이다.
아만푸어의 쓴소리, 테헤란 시민의 기대와 좌절
6월 18일, CNN 스튜디오에서 카메라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아만푸어는 이 조항의 의미를 풀어냈다. "이는 사실상 이란의 체제를 전복하겠다는 위협도, 이란 국민의 해방을 약속하는 수사도 더 이상 하지 않겠다는 선언입니다. 테이블에서 사라진 것이죠."
그녀는 전쟁 초기 트럼프 대통령과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가 이란 국민에게 보냈던 메시지를 상기시켰다. 이 전쟁의 일부 목적이 이란 시민들이 스스로의 운명을 되찾도록 돕는 것이라 했던 바로 그 약속들이다. 아만푸어는 단호하게 말했다. "이란 국민에게 이 합의는 커다란 실망이 될 것입니다. 그 약속들은 합의문 어디에도 없습니다."
호르무즈 해협 문제를 두고는 더 날카로운 지적이 나왔다. 미국은 서명 즉시 이란에 대한 해상 봉쇄를 해제하기 시작해 30일 이내 전면 해제하기로 했다. 이란은 60일간 상선의 자유 통항을 보장하기로 했다. 문제는 60일 이후다. MOU는 그 이후 해협 운영 및 해양 서비스 체계를 별도로 협의하도록 규정했다. 이 애매한 조항이 '60일 뒤 이란이 통행료를 받을 수 있느냐'는 논란을 낳고 있다.
아만푸어는 쐐기를 박았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쟁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폐쇄된 적이 없었습니다. 핵 협상 역시 폭격이 시작되기 전부터 진행 중이었습니다. 이것들은 이미 진행 중이던 의제였습니다." 미국이 군사 행동으로 얻어낸 성과가 실은 전쟁 이전에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이라는 뜻이다.
"가장 오래 버틴 쪽이 이긴다"는 교훈
아만푸어는 이 합의를 한마디로 요약했다. "가장 많은 고통을 견딘 쪽이 결국 이기는 법입니다. 그리고 그쪽은 이란이었습니다."
이란 정권은 수개월의 폭격을 버텨냈다. 핵 과학자를 잃고, 군 수뇌부를 잃고, 주요 시설이 파괴되는 고통 속에서도 협상 테이블을 떠나지 않았다. 그리고 기다린 끝에 자국이 원하는 조항들을 거의 빠짐없이 MOU에 담아냈다. 이란산 원유 수출 재개, 동결 자산 해제, 3,000억 달러 재건 지원, 내정 불간섭 원칙, 농축 우라늄 보유 유지—이란은 전쟁을 치르고 외교적으로는 이긴 셈이다.
물론 이란 내부 시각은 복잡하다. 핵 개발 주권을 지켜냈다는 안도감이 있지만, 전쟁으로 입은 민간 피해와 경제 붕괴의 상처는 깊다. 미국 역시 이 합의를 놓고 의회 안팎에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협을 제거했다는 점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성과를 강조하지만, 이란의 핵 야망을 실질적으로 차단했느냐는 물음에는 여전히 명확한 답이 없다.
양국은 오는 19일 스위스에서 MOU 서명식을 열 예정이다. 14개 조항에 담긴 합의가 영구적 평화로 이어질지, 아니면 더 복잡한 협상의 서막이 될지—그 답은 아직 중동의 뜨거운 모래바람 속에 묻혀 있다. 아만푸어의 말처럼, 이란은 기다렸고, 기다렸고, 또 기다렸다. 그리고 원하는 것을 가져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