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세 매물 24% 늘었지만 시장은 ‘목마름’ 서울 전셋값 11년 만에 최대 폭 상승
양도세 중과 피한 다주택자 임대 전환에도 공급 부족 여전 입주 물량 급감 겹치며 전세난 장기화 우려 커져
서울 아파트 전세 시장의 불안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최근 두 달 사이 전세 매물이 20% 넘게 증가했지만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 물건이 늘어났음에도 전셋값은 11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오르며 시장의 공급 부족 현상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다주택자들이 양도소득세 중과를 피하기 위해 매매시장에 내놓았던 주택을 다시 거둬들여 전세나 월세로 전환하면서 일시적으로 전세 매물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한다. 그러나 전세 시장의 근본적인 공급 부족을 해소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16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이날 기준 1만9020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두 달 전 1만5396건보다 3624건 늘어난 것으로 증가율은 23.5%에 달한다. 같은 기간 월세 매물도 1만5022건에서 1만6531건으로 10% 증가했다.
반면 매매 매물은 크게 줄었다. 서울 아파트 매매 매물은 두 달 사이 7만 건 수준에서 6만1184건으로 감소하며 1만4365건이 시장에서 사라졌다. 감소율은 19%에 이른다.
실제 전 월세 거래가 활발한 지역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확인된다. 서울 노원구 월계동 그랑빌아파트는 올해 3월까지 전세 매물이 사실상 없었지만 최근 7건이 시장에 나왔다. 강북구 미아동 SK북한산시티 역시 전세 물건이 1~2건 수준에서 4건으로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변화의 배경으로 지난 5월 10일부터 시행된 양도세 중과 정책을 꼽는다. 다주택자들이 매각 대신 임대 전략을 선택하면서 전세와 월세 공급이 일시적으로 증가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시장의 체감은 다르다. 매매 시장에서 사라진 물량이 1만4000건을 넘는데 비해 전·월세 시장으로 유입된 물량은 5000여 건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공급 감소분을 메우기에는 절대적인 규모가 부족하다.
여기에 정부의 보유세 및 실거주 강화 기조도 영향을 미쳤다. 일부 집주인들은 임대 대신 직접 거주를 선택했고, 상당수는 기존 세입자와 계약을 연장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5월 신고된 서울 전세 거래 7745건 가운데 절반이 넘는 4149건이 계약 갱신 사례였다. 전체의 53.6%에 달하는 수치다. 2년 전 같은 기간 29.5%와 비교하면 24.1%포인트 상승했다.
전문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양도세 중과 이후 일부 임대 물량이 시장에 공급됐지만 여전히 전·월세 매물은 평년 수준을 밑돌고 있다”며 “전체 매매 물량과 비교해도 임대 물량 자체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현재 서울 전세 매물은 지난해 말보다 18.2% 감소했고, 월세 매물 역시 22.8% 줄어든 상태다. 전세와 월세를 모두 합친 임대 매물은 3만5551건으로 매매 매물의 58% 수준에 머물고 있다.
공급 부족은 곧바로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올해 5월 누적 기준 3.6% 상승했다. 이는 2015년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월세 역시 같은 기간 3.5% 오르며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고 상승 폭을 기록했다.
특히 6월 둘째 주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전주 대비 0.32% 상승하며 2015년 10월 이후 약 11년 만에 가장 큰 주간 상승률을 나타냈다. 더욱 주목되는 점은 전세가격 상승률이 14주 연속 매매가격 상승률을 웃돌고 있다는 사실이다.
전세가격이 빠르게 오르면서 전세가율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부동산 플랫폼 리치고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지난 3월 43.6%에서 이달 43.9%로 높아졌다. 일부에서는 현재 매매가격이 전세가격 대비 11.4%가량 저평가돼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이에 따라 전세 수요 일부가 매매시장으로 이동하는 현상도 나타난다.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3월 5513건에서 4월 8591건, 5월 7515건으로 증가했다. 반면 전 월세 거래량은 꾸준히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시장 전문가들은 전세난이 쉽게 해소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수요가 일부 매매시장으로 이동하더라도 공급 부족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KB부동산에 따르면 6월 둘째 주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182.5를 기록했다. 전세수급지수는 100을 넘을수록 공급보다 수요가 많다는 의미다. 현재 수치는 2020년 전세대란 당시와 비슷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의 공급 전망이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전·월세 가격 상승의 원인으로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이어진 주택 착공 감소를 지목했다. 서울 아파트 착공 물량은 과거 10년 평균 연간 4만 가구 수준이었지만 최근 3년 동안은 2만 가구대로 급감했다.
그 여파는 입주 물량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올해 2만7000가구, 내년에는 1만7000가구 수준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공급 절벽이 현실화될 경우 전세 시장의 불안은 내년 이후 더욱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인 매물 증가에 안도하기보다 구조적인 공급 부족 문제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시장의 불안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수년간 누적된 공급 감소의 결과라는 점에서, 서울 전세시장의 긴장 국면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문의 : 031-563-21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