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공예와 디자인에 깃든 고유한 정신을 ‘정(情)’이라는 키워드로 조명하는 특별 전시가 서울 곳곳에서 관람객을 만난다.
아름지기는 세계적인 예술 전문 출판사 파이돈이 출간한 ‘Jeong : The Spirit of Korean Craft and Design’을 기념해 통의동사옥과 안국동한옥, 온지음에서 연계 전시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한국 공예와 디자인을 관통하는 가치로서 ‘정’의 의미를 공간과 작품을 통해 입체적으로 풀어낸다.
‘Jeong : The Spirit of Korean Craft and Design’은 한국 공예와 디자인의 흐름을 175점의 작품으로 소개하는 도서다.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그래픽 디자이너 이효정은 오랜 시간 세계 각국의 디자인 현장을 경험하며 품어온 질문인 ‘무엇이 한국 공예를 한국답게 만드는가’에 대한 답으로 ‘정’을 제시했다.
저자는 정을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사람과 재료, 제작자와 사용자, 사물과 공간을 이어주는 관계의 감각으로 해석한다. 책은 이러한 시선을 바탕으로 한국 공예와 디자인의 미학을 새롭게 조명한다.
이번 전시는 책이 제기한 문제의식을 공간으로 확장한 프로젝트다. 아름지기와 SOL studio 김재용은 관람객들이 작품을 감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한국 공예에 스며 있는 관계와 기억, 마음의 가치를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전시를 구성했다.
통의동사옥 1층에서는 사진을 통해 드러나는 ‘정’의 풍경을 만날 수 있다. 빛과 어둠이 교차하는 공간 속에서 사진작가 민현우가 포착한 이미지들은 사물이 머물렀던 시간과 공간의 흔적을 담아내며 잔잔한 울림을 전한다. 인위적인 조명보다 자연의 기운과 온기를 담아낸 사진들은 관람객들에게 깊은 사유의 시간을 선사한다.
2층 전시장에서는 조선시대 공예품과 현대 작가들의 작품이 한 공간에서 공존한다. 서로 다른 시대에 탄생한 작품들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며 한국 공예에 흐르는 정서적 연속성을 보여준다. 전시는 이를 통해 ‘정’이 특정 시대에 머무는 개념이 아니라 세대를 넘어 이어져 온 문화적 감각임을 이야기한다.
온지음에서는 한국 공예가 지닌 조형미와 물성에 집중한다. 넓고 개방적인 공간 속에서 관람객들은 재료를 다루는 장인의 손길과 오랜 시간 축적된 기술, 그리고 작품 속에 담긴 마음을 가까이에서 마주할 수 있다. 기능을 넘어 예술적 가치로 확장된 한국 공예의 매력이 공간 전체에 펼쳐진다.
안국동한옥은 이번 전시의 정서를 가장 깊이 담아내는 장소다. 오랜 시간 사람들의 삶이 이어져 온 한옥 공간에는 관계와 기억이 자연스럽게 축적돼 있다. 전시는 이러한 장소성을 활용해 자연 소재를 중심으로 한 작품들을 배치했으며, 관람객들이 사람과 사물, 공간 사이에 형성된 관계를 차분히 되돌아볼 수 있도록 했다.
아름지기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한국 공예를 이어온 기술과 형식뿐 아니라 그 안에 담긴 마음과 정신을 함께 살펴보는 자리”라며 “우리 삶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 있는 ‘정’의 가치를 다시 발견하고 이를 세계와 나누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한국 공예의 아름다움을 소개하는 데 머무르지 않는다. 사물과 사람, 시간과 기억을 연결하는 보이지 않는 가치에 주목하며 한국 문화의 깊이를 새롭게 조명하는 뜻깊은 문화예술 프로젝트로 평가받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