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공정책신문=김유리 기자] (편집자주) 박동명 교수는 현재 서울특별시 시민참여예산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전 서울특별시의회 전문위원, 전 서울특별시 시민참여옴부즈만을 역임했다. 『주민참여예산의 이해와 운영 전략』의 저자로, 지방자치와 주민참여예산제도에 대한 깊은 이해와 실질적인 운영 경험을 갖춘 전문가다. 선진사회정책연구원장, 한국공공정책평가원 원장으로 활동하며 지방의회 역량 강화 교육과 정책 평가 일을 이어오고 있다.
새롭게 선출된 지방자치단체장에게 가장 먼저 요구되는 책무 중 하나는 '주민과의 약속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이다. 그 핵심적인 제도적 수단 가운데 하나가 바로 주민참여예산제도다. 주민참여예산은 단순한 예산 편성 기법이 아니라, 지방자치의 본질인 주민주권을 구현하는 중요한 통로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결코 가볍지 않다.
이미 대부분 지방자치단체는 주민참여예산 조례를 제정하여 제도적 기반을 갖추고 있다. 법적 근거는 명확하다. 「지방재정법」 제39조(지방예산 편성 등 예산과정의 주민 참여) 제1항은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지방예산 편성 등 예산过程에 주민이 참여할 수 있는 제도(이하 이 조에서 '주민참여예산제도'라 한다)를 마련하여 시행하여야 한다"로 규정하여 의무사항으로 명시하고 있다. 또한 동법 시행령 제46조는 주민참여 방법(공청회·간담회, 서면·인터넷 설문조사, 사업공모 등)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구체적인 사항은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하도록 되어 있다.
법률적 틀은 충분히 마련되어 있는 셈이다. 그러나 문제는 '운영의 내실'이다. 실제 현장에서는 주민참여예산이 형식적으로 운영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일부 지역에서는 참여 인원이 제한적이거나, 특정 단체 중심으로 논의가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으며, 심지어 이미 내부적으로 결정된 사업을 주민참여라는 이름으로 추인하는 수준에 그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상황은 주민참여예산의 본래 취지를 훼손할 뿐만 아니라, 주민의 행정에 대한 신뢰를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 주민참여예산이 '보여주기식 행정'으로 전락할 경우, 주민들은 더 이상 참여하려 하지 않으며, 이는 곧 지방자치의 근간을 약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진다.
따라서 새롭게 취임한 지방자치단체장은 주민참여예산을 단순한 법적 의무가 아닌, 행정 혁신의 핵심 도구로 인식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참여의 실질화'이다. 주민이 직접 사업을 제안하고, 숙의 과정을 통해 우선순위를 결정하며, 그 결과가 실제 예산에 반영되는 전 과정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운영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몇 가지 점검이 필요하다. 첫째, 주민참여의 접근성을 확대해야 한다. 온라인 플랫폼을 적극 활용하고, 다양한 계층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둘째, 숙의 과정의 질을 높여야 한다. 단순한 의견 수렴을 넘어, 충분한 정보 제공과 토론을 통해 주민 스스로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셋째, 결과에 대한 책임성과 피드백을 강화해야 한다. 채택된 사업의 추진 현황을 주민에게 지속적으로 공개하고, 미반영된 제안에 대해서도 충분한 설명이 뒤따라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단체장의 의지이다. 주민참여예산은 제도만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단체장이 이를 얼마나 중시하고, 행정 전반에 걸쳐 실질적으로 반영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느냐에 따라 그 성패가 좌우된다. 지방재정법 제39조가 "지방자치단체의 장은...시행하여야 한다"로 의무화를 명시한 이유는 곧 단체장의 의지가 결정적임을 의미한다. 주민참여를 부담이 아닌 기회로 인식할 때, 지역사회는 보다 건강한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다.
지방자치는 주민의 참여로 완성된다. 주민참여예산이 형식에 머무르지 않고 실질적 참여로 자리 잡을 때, 비로소 지방자치는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새롭게 출발하는 지방정부가 이 점을 깊이 인식하고, 주민과 함께하는 예산 운영을 통해 신뢰받는 행정을 구현해 나가기를 기대한다.
▷법학박사, 선진사회정책연구원 원장
▷(사)한국공공정책학회 부회장, 상임이사
▷(전)국민대학교 행정대학원 외래교수
▷(전)서울특별시의회 전문위원
<저서> "주민참여예산의 이해와 운영 전략"(공저) 등 다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