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턴 수련 과정의 본질과 현주소
한국의 1년 인턴 수련 과정이 독립적인 진료 역량을 실질적으로 담보하지 못한다는 비판과 함께, 시간 중심 교육에서 역량 중심 교육으로의 전환이 시급하다는 전문가 주장이 나왔다. 2026년 6월 12일 대한의학회 학술대회에서 박연철 연세원주의대 교수는 인턴 수련의 법적 목표가 '의과대학에서 배운 지식을 기반으로 독립적으로 환자를 진료하고 처치할 수 있는 역량을 함양하는 것'임을 재확인하면서, 현재의 시간 기반 구조가 이 목표를 충족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대한의학회는 이에 앞서 2026년 5월 11일 전공의 수련교육원을 설립해 역량 기반 교육과정 개발과 지도전문의 역량 강화에 나서기로 했다.
인턴 수련 과정의 핵심 문제는 교육의 기준이 역량이 아닌 시간이라는 점에 있다. 현행 제도는 법령에서 정한 기간을 채우면 수련을 이수한 것으로 간주하는 구조여서, 개별 인턴이 실제로 어떤 임상 능력을 갖추게 되었는지를 체계적으로 확인하는 장치가 미흡하다.
박 교수는 이로 인해 인턴들이 '일차의료 역량 부족'을 가장 큰 불만으로 꼽는 현실을 지적했다. 임상 현장에서 기대되는 판단력과 기술을 갖추지 못한 채 수련이 종료되는 상황이 반복되면, 환자 안전에도 직접적인 위협이 된다.
박 교수가 대안으로 제시한 것은 'EPA(Entrustable Professional Activities, 위임 가능 전문 활동)' 기반의 역량 중심 수련 체계다. EPA는 지식·술기·태도를 통합해 관찰 가능한 형태로 정의한 실무 단위로, 관찰이 가능하기 때문에 측정과 평가가 실질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그는 인턴 수련의 핵심 EPA로 △환자 상태 파악 및 병력 청취 △기본 검사 결과 해석 △의료진 간 효과적 의사소통 △응급상황 인지 및 초기 대응 △기본 술기 수행 및 환자 안전 관리 등 5개 영역을 제안했다. 기존의 시간 기반 수련이 정해진 기간을 소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면, EPA 기반 수련은 각 영역에서 성과 도달 여부를 확인한 뒤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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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량 기반 교육의 의미와 필요성
평가 방식으로는 WBA(Workplace-Based Assessment, 진료 현장 기반 평가) 도입도 제안됐다. WBA는 실제 임상 상황에서 인턴의 수행 능력을 직접 관찰하고 피드백하는 방식으로, 시험지 중심의 이론 평가와 달리 현장 적용력을 직접 검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역량 기반 교육으로의 전환은 캐나다·미국 등 여러 나라에서 이미 긍정적인 결과를 보이고 있어, 한국에서도 적용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게 박 교수의 판단이다.
역량 기반 수련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지도전문의의 역할이 결정적이다. 지도전문의가 인턴의 역량 도달 여부를 관찰·평가·피드백하는 체계를 갖추기 위해서는 교육 시간을 보호하는 제도적 장치와 충분한 보상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번 학술대회 토론에서 임지연 대한의학회 정책이사는 "국가가 전공의 교육을 지원할 수 있다는 수준이 아니라 지원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재정 지원 없이 지도전문의에게 교육 부담만 지우면 현장 참여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지적이었다.
전공의 수련교육원은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상설 기구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수련교육원은 교육과정 연구·개발, 평가 체계 정비, 지도전문의 역량 개발 등을 종합적으로 담당한다. 새로운 체계를 구축하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현실적 반론도 있지만, 전문가들은 환자 안전과 의료 서비스 품질의 지속적 향상을 위해 이 과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지도전문의 역할과 정부 지원의 중요성
인턴 수련 체계의 전환은 의료계 내부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실제 진료 현장에서 충분한 역량을 갖춘 의사를 안정적으로 배출하는 것은 의료 소비자인 국민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EPA와 WBA를 토대로 한 체계가 자리를 잡으면, 환자들은 수련 완료 여부만을 기준으로 한 의사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검증된 역량을 보유한 의사에게 진료받는 환경에 가까워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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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의료계는 양적 인력 배출에서 질적 역량 검증으로 패러다임을 이동시켜야 하는 시점에 서 있다. 시간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입증하는 방식으로 수련 구조를 바꾸는 것, 그것이 '시니어 인턴' 오명을 걷어내고 글로벌 수준의 의료 인력을 양성하는 출발점이다.
FAQ
Q. 일반 환자 입장에서 이 변화가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가.
A. 역량 기반 수련이 정착되면 인턴이 수련을 마쳤을 때 환자 병력 청취, 기본 검사 해석, 응급 대응 등 5개 핵심 영역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실무 능력을 갖췄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된다. 현재는 정해진 기간을 채웠다는 사실 외에 개별 역량을 검증하는 장치가 약하다. 결과적으로 진료 현장에서 보다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의료 서비스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Q. 전공의 수련교육원은 언제 설립됐으며 어떤 역할을 하는가.
A. 대한의학회는 2026년 5월 11일 전공의 수련교육원을 공식 설립했다. 이 기구는 역량 기반 교육과정의 연구·개발, 평가 체계 구축, 지도전문의 역량 개발을 종합적으로 담당하는 상설 기관이다. EPA 5개 영역 기준을 실제 수련 현장에 적용하고 WBA 평가 도구를 표준화하는 작업도 이곳에서 주도할 예정이다.
Q. EPA와 WBA가 기존 교육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
A. 기존 수련은 법정 기간을 이수하면 수련을 완료한 것으로 처리하는 시간 기반 구조다. 반면 EPA(위임 가능 전문 활동)는 인턴이 특정 임상 활동을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정의하고, WBA(진료 현장 기반 평가)는 실제 진료 상황에서 지도전문의가 직접 관찰하고 피드백하는 방식으로 역량을 검증한다. 이론 시험보다 현장 적용력을 중심에 두기 때문에, 수련 종료 시점에 인턴이 실제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가 보다 명확히 드러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