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 제조업의 경쟁력을 지탱해 온 핵심 자산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정부 출범 1주년을 계기로 제조업 인공지능 전환 전략을 집중 논의하는 제4회 M.AX 전문가 컨퍼런스를 개최하고, 숙련기술인의 경험과 노하우를 디지털 자산으로 전환하는 정책 추진 방향을 공개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제조 현장에 축적된 암묵지를 보존하고 이를 인공지능과 결합해 제조업의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안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제조 강국의 경쟁력은 첨단 설비보다 현장의 경험에서 시작된다.
반도체, 자동차, 조선 등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해 온 국내 제조업은 첨단 기술뿐 아니라 수십 년간 현장에서 축적된 숙련기술과 경험에 기반해 성장해 왔다. 특히 공정 운영과 품질 관리, 설비 유지보수 과정에서 형성된 암묵지는 기업 경쟁력의 중요한 원천으로 평가받고 있다.
최근 인공지능 기술이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이러한 암묵지는 새로운 산업 자산으로 주목받고 있다. 현장 전문가들의 판단 기준과 작업 노하우를 데이터로 축적해 AI 모델에 학습시키면 제조 현장의 생산성과 품질을 동시에 향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고령화와 인력 공백은 제조업이 직면한 가장 큰 위기다.
숙련공들의 은퇴가 본격화되고 청년층의 제조업 진입이 감소하면서 현장 기술의 단절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공정 최적화, 불량 판정, 설비 점검과 같은 핵심 업무에서 기술 전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글로벌 기술기업들도 제조 현장의 경험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국내 역시 제조 현장의 핵심 지식을 체계적으로 보존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제조 암묵지의 AI 전환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에 나선다.
산업부는 추가경정예산으로 확보한 480억 원을 활용해 30개 제조 공정을 대상으로 암묵지 데이터 구축과 AI 모델 개발을 지원하는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우선 위험도가 높거나 인력 수급이 어려운 공정을 중심으로 지원 대상을 선정해 사업 효과를 극대화할 계획이다.
특히 노동 현장의 안전성과 생산성 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 과제를 우선 지원하고, 개발된 AI 모델이 신규 인력 교육에도 활용될 수 있도록 운영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청년 인재와 제조 현장의 연결도 새로운 정책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는 청년 AI 인재들이 이번 사업에 직접 참여해 산업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을 축적하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연구개발과 창업, 신산업 진출까지 연계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한다는 목표다.
현장에서는 이미 암묵지 기반 AI 활용 사례가 성과를 내고 있다.
이날 컨퍼런스에서는 스테인리스 강관 제조기업 성원이 추진한 AI 적용 사례가 소개됐다. 해당 기업은 작업자의 경험에 의존하던 파이프 용접 공정에 인공지능을 접목했다. 과거에는 숙련공이 육안으로 용접 상태를 확인한 뒤 전압과 가스량, 작업 속도 등을 조정했지만, 현재는 다양한 작업 조건과 이미지 데이터를 학습한 AI가 작업자의 판단을 지원하고 있다.
이 사례는 숙련기술과 인공지능이 경쟁 관계가 아닌 협력 관계로 발전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속가능한 산업 생태계 구축을 위한 제도적 보완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AI 개발 과정에서 수집되는 제조 데이터의 표준화와 검증 체계 마련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으며, 숙련기술인에 대한 적정 보상 체계와 데이터 활용 범위에 대한 충분한 사전 협의도 필요하다는 제안이 나왔다. 또한 국가품질명장 등 전문 인력이 참여하는 자문 체계 구축 필요성도 함께 제시됐다.
산업부는 제조업의 미래 경쟁력을 지키기 위한 핵심 과제로 암묵지 보존 사업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제조 현장에서 축적된 경험과 노하우가 단순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인공지능 기술과 결합해 미래 세대에게 전수될 수 있도록 정책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제조업 혁신과 인재 육성, 산업 경쟁력 확보라는 세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한다는 전략이다.

이번 정책은 제조 현장의 숙련기술을 AI 자산으로 전환해 기술 단절 문제를 해소하고 생산성 향상과 인력 양성 효과를 동시에 기대할 수 있는 사업이다. 제조업 경쟁력 강화와 청년 인재 육성, 산업 디지털 전환이라는 세 가지 과제를 함께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모델로 평가된다.
제조업의 미래는 단순한 자동화가 아니라 사람의 경험과 인공지능의 결합에 달려 있다. 명장의 노하우가 데이터로 축적되고 AI로 재탄생하는 과정은 대한민국 제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중요한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