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원 시화집! 「항아리」 (보민출판사 펴냄)




김진원 시인의 시화집 항아리는 오래 살아온 마음이 조용히 빚어낸 삶의 그릇이다. 시인은 항아리를 만드는 / 기술은 없지만 / 나는 항아리 속을 / 채우려 한다고 말한다. 이 짧은 고백 안에 이 시집이 향하는 마음의 자리가 담겨 있다. 행복과 희망, 웃음과 즐거움, 그리움과 후회, 그리고 미처 말하지 못한 사랑까지 항아리 안에 천천히 채워 넣는다. 그 항아리는 화려하지 않아도 따뜻하고, 크지 않아도 깊다.

 

항아리의 시들은 익숙하고 가까운 자리에서 피어난다. 텃밭의 흙냄새, 비 내리는 창가, 손주의 웃음, 오래된 고향의 기억, 아내와 부모를 향한 늦은 마음이 시인의 언어 속으로 들어온다. 시인은 흔히 지나치기 쉬운 것들 앞에 발걸음을 멈춘다. 꽃 한 송이, 낙엽 한 장, 장독대와 경운기, 구멍 난 양말까지도 그의 눈길을 지나면 삶의 표정이 된다. 그리고 우리 곁에 오래 머물던 하루의 숨결처럼 느껴진다.

 

 

 

<작가소개>

 

시인 김진원

 

1960년 태백시 철암동 출생

태백공고 25기 졸업

197812월 석탄공사 장성광업소 특례보충역 1기 입사(10년 근무)

삼척탄좌 정암광업소(10년 근무)

포스코 협력사 대광산기(12년 근무)

현재 신() 자연인으로 사는 중

 

 

 

<이 책의 목차>

 

추천사

시인의 말

 

 

호박

손주

독도

저주

감 따는 아이들

금주

제삿날

장미꽃

소주 한 잔

보슬비 내리는 저녁

잠시

비 오는 토요일 아침

2014년 봄 시골

비둘기와 할머니

어머니

햇님, 이슬 그리고 나

선다원(仙茶院)

용접사

오솔길

광부

여름 떠난 바다

갈 수만 있다면

아버지

벚꽃

정오의 비

버찌

꽃나무 죽다

안전 기원

세월

텃밭 1

7번 국도 망향휴게소

둘레길

가슴속 님

망각

4월의 마늘밭

돌과 솔

납골당

꽃망울

비 오는 아침

고추

콩 추수

허무한 마음

정년

아내

가을

노루의 노래

산행

무소유

목탁

친구

소유에 꿈

산짐승

시골 빈집

얄미운 비행기

장미

출산에 기억

자랑

명품 가방

봄비

소망

이쁘게 보면

열무꽃

할배

낙엽은 아름답다

말은 안 해도

난초

나의 50

민들레

4월의 봄

홀씨

금연

더 늙기 전에

산다는 것

참깨

여유

태풍

나무

손금

불영사

행복한 소리들

여름

텃밭 2

바다

경운기

인간의 욕망

그리운 비

명품 하루 되길

초목

정암 광업소

봄날

인생

해변에서

낙엽

앞산

맥문동

내 자리

내 고향 철암 1

불꽃축제

내 고향 철암 2

장마 1

눈썹

고정관념

봄바람

들꽃

꽁지머리

부부

살다 보면

화분

12

비의 노래

노란 장미

붕어

녹슬은 기차길

젊음의 양지

코로나 휴식

장마 2

액자

백설이고 싶다

망치 해변

진통제

목포 평화광장

양말

시골밥상

위안

인생

나비

포화 속

옮겨지다

내 맘

아주 작은 것

 

 

 

<본문 소주 한 잔전문>

 

떫은 땡감도

소주 한 잔 마시면

달달한 홍시 버금가는

맛으로 변하지요

내 맘 울적할 때

소주 한 잔 마시면

멍든 맘 확 풀리고

불타는 맘 시원해요

내 인생

소주 한 잔 마시면

내 얼굴 홍시 되어

고통도, 힘듦도

멋진 하루로 마감해요

 

 

 

<추천사>

 

시인의 시선은 늘 자연에 닿는다. 호박 줄기가 담장을 오르고, 이슬이 햇살을 받아 반짝이고, 열무꽃이 텃밭을 환하게 채우는 순간마다 그는 그 안에서 삶의 기척을 듣는다. “텃밭 가득 오월 하늘을 / 담아 심었습니다라는 구절은 이 시집의 마음을 잘 보여준다. 시인에게 텃밭은 계절을 심고, 기다림을 심고, 하루의 기쁨을 심는 자리다. 손에 흙을 묻혀본 사람만이 아는 감각, 작은 생명이 자라나는 것을 오래 지켜본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믿음이 이 시집 곳곳에 스며 있다.

 

가족을 향한 마음은 더욱 낮고 깊게 흐른다. 손주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웃음이 있고, 어머니를 떠올리는 문장에는 아픔이 고여 있다. 아내에게 건네는 사랑한다고 / 말할 걸 그랬지!”라는 한마디에는 오래 함께 살아온 세월의 무게가 담겨 있다. 사랑은 때로 늦게 깨닫고, 늦게 말해지며, 그 늦음 때문에 더 오래 마음에 남는다. 미안하면 미안한 대로, 그리우면 그리운 대로, 고마우면 고마운 대로 적는다. 그 솔직함이 따뜻하다.

 

고향 철암을 떠올리는 시편들에는 한 사람의 뿌리가 짙게 배어 있다. 까만 석탄, 까만 시냇물, 저탄장과 고갯길, 어린 시절의 놀이와 노동의 흔적이 함께 살아난다. “까만 손, 까만 산천도 / 까만 그 시절이 / 그립다, 까매도라는 구절에는 지나온 시간이 남긴 색이 그대로 묻어 있다. 검다는 말은 고단함의 흔적이면서도, 동시에 잊을 수 없는 그리움의 빛이 된다. 시인은 자신의 시간을 깨끗하게 닦아내려 하지 않는다. 묻은 것은 묻은 대로, 그을린 것은 그을린 대로 품는다.

 

이 시집의 문장은 때로 투박하고, 때로 아이처럼 맑다. 삶을 많이 겪은 사람이 다시 작은 것 앞에서 놀라고, 꽃을 보고 감탄하고, 빗소리에 귀 기울이며, 흔들리는 마음을 다독이는 모습이 자연스럽다. 시인은 아주 작은 생각이 / 글로 흐르고라고 쓴다. 작은 생각은 작아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오래 쌓여 한 사람의 생이 된다. 그리고 그 생은 독자의 마음에 닿아 잊고 있던 자신의 시간을 불러낸다.

 

항아리를 독자에게 권하고 싶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시집은 삶을 크게 설명하려 하지 않는다. 대신 살아온 날들을 천천히 들여다보게 한다. 늙어감 속에서도 꽃을 보고, 고단함 속에서도 웃음을 찾고, 상처가 지나간 자리에서도 다시 봄을 기다리는 마음을 보여준다. 읽는 동안 우리는 부모의 얼굴을 떠올리고, 오래된 고향길을 생각하고, 말하지 못한 사랑과 뒤늦게 알게 된 고마움을 마음속에 불러오게 된다.

 

책장을 덮고 나면 우리도 자신만의 항아리를 생각하게 된다. 무엇을 담고 살아왔는지, 무엇을 더 아껴 담아야 하는지, 어떤 마음은 이제 조용히 덜어내야 하는지 돌아보게 된다. 그 따뜻한 사유는 독자에게 건네는 선물이 된다.

 

(김진원 지음 / 보민출판사 펴냄 / 188/ 변형판형(130*205mm) / 13,000)

작성 2026.06.10 11:37 수정 2026.06.10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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