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년간 옥죄어오던 규제의 사슬이 마침내 끊어졌다. 경기도 내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에서 풀려나고도 낙후성을 면치 못했던 소규모 취락 지구가 마침내 고층 아파트와 현대식 주거 시설로 탈바꿈할 수 있는 법적 발판을 마련했다. 국토교통부가 그린벨트 해제 지역의 개발 걸림돌로 작용하던 해묵은 지침을 전격 개정하면서, 도내 30개 마을에서 무려 2만 호가 넘는 대규모 주택 공급의 길이 활짝 열린 것이다.

경기도의 발표에 따르면, 정부는 ‘개발제한구역 조정을 위한 도시·군관리계획 변경안 수립지침’과 ‘도시·군관리계획 수립지침’을 개정해 전날인 9일부터 전격 시행에 돌입했다. 이번 제도 개혁의 핵심은 토지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용도지역 종상향’의 타이밍을 획기적으로 앞당긴 점에 있다.
그동안 그린벨트에서 해제된 자연부락들은 인접한 대규모 공공주택지구(신도시)와 맞닿아 있어도 심각한 개발 불균형을 겪어야 했다.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옆 동네에는 초고층 아파트가 들어서는 반면, 해제 취락 지역은 종상향 규제에 묶여 저층 건물의 신·증축만 허용되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토지 효율성을 높여주는 용도지역 상향 조치를 받으려면, 인접한 신도시의 모든 공사가 끝나는 ‘지구 준공’ 시점까지 하염없이 기다려야만 했다. 옆 동네가 다 지어질 때까지 수년 동안 낡고 불편한 노후 주택에서 버텨야 했던 주민들의 고통과 재산권 침해가 상당했던 이유다.
하지만 이번 지침 개정으로 이 같은 불합리한 장벽이 완전히 무너졌다. 정부는 지자체나 공공기관이 정비사업을 시행할 경우, 인접한 공공주택지구가 완성될 때까지 기다릴 필요 없이 ‘착공’만 들어가면 즉시 연접 취락의 용도지역을 상향할 수 있도록 대폭 완화했다.
이로 인해 경기도 내 12개 시·군에서 추진 중인 17개 공공주택지구 인근의 30개 해제 취락(총면적 약 285만㎡)이 직접적인 수혜를 입게 됐다. 경기도는 주민 동의 등 후속 절차가 차질 없이 진행될 경우, 이들 지역에서만 총 2만 161호에 달하는 양질의 신규 주택이 시장에 공급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당장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지역도 등장했다. 지난 2020년 지구 지정 이후 이미 2023년 여름에 첫 삽을 뜬 ‘부천 대장 공공주택지구’와 맞닿은 ‘대장안 해제 취락’이 대표적이다. 이 지역은 이번 규제 완화의 첫 번째 수혜지가 되어 지지부진했던 정비사업에 엄청난 속도를 내게 됐다.

이번 개정안은 대규모 전면 개발이 어려운 소외 지역을 위한 맞춤형 탈출구도 함께 제시했다. 기존의 획일적인 도시개발사업이나 대규모 재개발·재건축 방식에서 벗어나,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단독·다세대 주택을 개량할 수 있는 ‘자율주택 정비사업’과 ‘가로주택 정비사업’ 등 소규모 정비 모델을 새롭게 도입한 것이다. 이로써 마을의 특성에 맞는 다채로운 주거지 재생이 가능해졌다.
아울러 단일 구역 전체를 동시에 개발해야만 했던 해묵은 족쇄도 풀렸다. 과거에는 하나의 마을을 여러 구역으로 나누어 시차를 두고 개발하는 단계적 추진이 원칙적으로 금지되어, 주민 간 이견이 발생하면 사업 전체가 장기간 표류하거나 무산되는 부작용이 속출했다. 앞으로는 폭 15m 이상의 도로를 비롯해 철도, 하천 등으로 인해 공간이 명확하게 단절된 경우라면, 구역을 분할해 각자 스케줄에 맞춰 단계적으로 정비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당장 도로망으로 단절되어 주민 의견 수렴에 난항을 겪던 ‘고양 삼송취락’ 등의 지역이 2~3개 구역으로 쪼개어 순차적 개발을 할 수 있게 되어 정비사업의 숨통이 트였다.
경기도 관계자는 “용도지역 상향 타이밍이 신도시 착공 시점으로 대폭 앞당겨지고 소규모 정비 및 분할 개발 등 다각적인 활로가 열린 만큼, 오랜 시간 소외됐던 해제 취락의 주거 환경 개선이 급물살을 탈 것”이라며 “그린벨트에서 해제되고도 불합리한 규제 장벽에 가로막혀 고통받는 도민들이 없도록,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적극적인 제도 개선을 중앙정부에 지속적으로 건의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그린벨트 해제 취락 정비사업 규제 완화는 단순히 쇠락해가던 변두리 노후 주거지를 정비하는 것을 넘어, 수도권 핵심 요지에 양질의 주택을 조기에 확충하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장기간 재산권 침해와 열악한 환경을 감내해온 원주민들의 정주 여건을 개선하고 수도권 부동산 시장 공급 가뭄을 해결할 신의 한 수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