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의 밤하늘, 다시 긴장으로 물들다

트럼프 '아파치 격추' 발언 직후 바스라만 상공 미군 급유기 포착… 휴전 47일 만에 다시 벼랑 끝에 선 워싱턴과 테헤란

호르무즈 밤하늘에 뜬 미군 급유기, 트럼프 '아파치 격추' 발언이 부른 일촉즉발

"헬기를 격추당했다" 트럼프 한마디에 페르시아만이 다시 끓었다

▲ AI 이미지, 중동디스커버리신문 제공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상공에서 미 육군 아파치 헬기가 이란에 의해 격추됐다고 주장하며 보복을 예고한 직후, 바스라만(페르시아만) 상공에서 미군 급유기의 항적이 포착됐다. 비행 추적 플랫폼 '플라이트레이더'에 잡힌 이 움직임은 워싱턴과 테헤란 사이 긴장이 다시 고조되는 국면에서 나왔다. 이후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보복 자위권 타격에 돌입했고, 이란은 응전을 경고했다. 

 

밤하늘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레이더 화면 위를 천천히 가로지르는 점 하나가 때로는 어떤 외교 성명보다 많은 것을 말한다. 2026년 6월 9일 밤, 페르시아만 상공을 맴돈 미군 급유기의 항적이 바로 그러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이 우리 헬기를 격추했다"는 주장과 함께 보복을 예고한 지 불과 몇 시간, 전 세계 원유의 5분의 1이 지나는 바닷길 위에서 전쟁의 기운이 다시 차오르고 있었다. 휴전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중동은 또 한 번 숨을 멈췄다.

 

이번 사태는 진공 속에서 터진 일이 아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상대로 시작한 전쟁은 지난 일요일 100일째를 넘겼고, 4월 8일 휴전 이후 처음으로 이스라엘과 이란이 다시 포화를 주고받은 직후였다. 미군이 월요일 페르시아만에서 이란 유조선 한 척을 무력화했다는 발표도 불씨를 키웠다. 이란은 전쟁 개시 이후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해 왔고, 이 좁은 길목은 세계 에너지 시장의 가장 예민한 신경이 됐다. 한쪽에서는 휴전 중재가, 다른 한쪽에서는 무력시위가 동시에 진행되는 모순의 시간이었다.

 

방아쇠는 한 대의 헬기였다. 미 중부사령부에 따르면 미 육군 AH-64 아파치 헬기는 월요일 저녁 오만 해안 인근에서 추락했고, 두 명의 조종사는 사고 약 두 시간 만에 구조돼 안정적인 상태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우리의 위대한 군으로부터, 어젯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순찰 중이던 정교한 아파치 헬기 한 대를 격추했다는 보고를 받았다. 조종사 두 명은 모두 무사하다. 그럼에도 미국은 필연적으로 이 공격에 대응해야 한다"고 적었다. 다만 결정적 단서는 아직 흐릿하다. 중부사령부는 처음에는 이란을 직접 지목하지 않은 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한 미국 당국자는 Axios에 이란 드론이 헬기를 타격했으나 그것이 고의였는지는 규명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바로 이 발언 직후, 하늘이 움직였다. 아나돌루통신을 인용한 CNN튀르크는 비행 추적 플랫폼 플라이트레이더 자료를 토대로, 미군 소속 일부 공중급유기가 바스라만과 그 주변 공역에서 비행 움직임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급유기는 곧 장거리 작전을 의미한다. 레이더 위의 작은 점들이 외교의 언어를 대신해 무언의 신호를 보낸 셈이다. 

 

신호는 곧 행동이 됐다. 미 중부사령부는 화요일, 아파치 헬기 격추에 대한 보복으로 이란에 대한 새로운 공격을 개시했으며 이를 "정당하지 못한 이란의 공격에 대한 비례적 대응"이라고 밝혔다. 이란 국영 매체는 해협 인근 여러 곳에서 폭발음이 들렸다고 전했고, 타스님 통신은 이란이 미국의 군사 행동에 대응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테헤란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이란 외무장관 아바스 아락치는 "호르무즈 해협은 국제 수역이 아니라 이란과 오만이 공유하는 곳"이라며, 인근의 외국군은 인적 오류나 사고, 교전의 유탄으로 늘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우리는 외교의 언어를 선호하지만, 다른 언어도 구사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이란은 헬기 격추를 직접 시인하지 않았고, 이란 국영 방송 IRIB는 지난 24시간 동안 해협에서 어떤 공세적 군사 작전도 수행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진실은 아직 두 나라 사이 바다 위에 떠 있다. 

 

역설적이게도 이 모든 일은 협상 테이블 곁에서 벌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보복을 경고하면서도 "2~3일 안에 합의에 이를 가능성이 있다"며 "매우 강력한 합의에 매우 가까이 와 있다"고 낙관을 내비쳤다. 칼과 악수가 같은 손에 들린 형국이다. 

작성 2026.06.10 09:47 수정 2026.06.10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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