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의 시간 - 끝까지 다정하고 싶은 마음

 

정영희 칼럼니스트  ⓒ코리안포털뉴스

요즘 돌봄이라는 단어에 종종 마음이 머문다. 예전에는 잘 보이지 않았던 요양병원의 간판들어르신들의 유치원이라고도 불리는 데이케어센터 차량이 운전을 할 때 유난히 자주 눈에 띈다.

 

며칠 전 서점에 들렀다 구입한 도서 역시 돌봄과 관련된 책이다. 『당신에게 끝까지 다정하기로 했다』 - 돌봄과 상실부모의 나이 듦에 관하여 라는 부제가 있는 책 제목이 눈에 띄어 손에 집어 들게 되었다.

 

독일 작가 폴커 키츠 작가가 쓴 책인데 치매에 걸린 아버지를 돌보며 마주하게 되는 여러 가지 감정들에 관한 내용이 담겨 있다작가는 점차 기억을 잃어가며 현실과 분리되어가는 아버지의 세계와 자신이 존재하는 현실 세계에서 연결고리를 찾기 위해 노력한다그리고 순간순간 찾아오는 죄책감과 무력감 사이에서 끝까지 부모님께 다정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답을 찾으려 애쓴다.

 

사실 내 곁에도 돌봄이 필요한 사람들이 있다막내는 아직 중학생이고양가 부모님은 모두 아흔을 넘기셨기 때문이다아이들을 키우는 일도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어느 순간부터는 부모님의 보호자로도 살아가고 있다어릴 적 우리를 돌봐주셨고또 우리 아이들까지 품어주셨던 부모님을 이제는 우리가 다시 돌봐야 하는 나이가 된 것이다삶의 자연스러운 순서인지도 모르지만그 시간을 실제로 살아내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고 벅찬 일이다.

 

부모를 향한 마음은 단순하지 않다. 감사함도 있고 미안함도 있다더 잘해드리지 못했다는 죄책감도 있고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조급해지는 마음도 있다그런데 현실의 돌봄은 사랑만으로 감당되지 않는 순간들이 있다.

 

최근 친정과 시댁 어머니 두 분 모두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셨다두 분 모두 연세가 많으신 만큼 또 다른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도 있어 입원 기간 내내 불안했었다다행히 퇴원하셨지만여전히 긴장을 놓을 수가 없다약해진 뼈와 근육은 작은 넘어짐에도 큰 골절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점점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병원을 가시는 일식사를 챙기는 일약을 확인하는 일처럼 예전에는 아무렇지 않게 하던 일상생활에서 어려움을 겪게 된다같은 말을 반복하고대소변을 스스로 처리하는 일조차 힘겨워지는 모습을 바라보는 일은 생각보다 마음을 많이 쓰게 된다.

 

예전에는 돌봄이 사랑이면 충분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안다돌봄은 체력이고 시간이며 감정이고 인내라는 것을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의 한계를 끊임없이 마주하는 일이라는 것을.

 

그럼에도 우리는 다시 밥을 챙기고약을 확인하고안부 전화를 건다완벽해서가 아니다지치지 않아서도 아니다마음이 흔들리면서도 다시 손을 내밀어보는 것어쩌면 돌봄은 그런 마음의 반복인지도 모르겠다. ‘끝까지 다정하기로 했다는 말은 한 번도 지치지 않겠다는 다짐이 아닐 것이다. 아마도 지치고 흔들리더라도 다시 다정 하려 애써보겠다는 마음에 더 가까운 말일 것이다.

 

오늘도 나는 여전히 부족하고 자주 흔들린다그럼에도 부모님의 남은 시간을 조금 더 따뜻하게 기억하게 해드리고 싶다어쩌면 돌봄은 완벽한 사랑이 아니라끝까지 마음을 놓지 않으려는 노력인지도 모르겠다.

 

 

작성 2026.06.09 01:46 수정 2026.06.09 0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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