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공정책신문=김유리 기자] (편집자주) 박동명 박사는 법학박사로서 선진지방자치연수원장, 한국정책연구원장, 한국공공정책신문 발행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또한 국회의정연수원 강사, 행정안전부 지방자치인재개발원 강사, 국민대학교 외래교수로 지방의회 의원과 정책지원관, 공무원을 대상으로 행정사무감사, 예산·결산 심사, 조례 입법 및 심사, 인공지능(AI) 활용 의정활동 등에 관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전)서울특별시의회 전문위원으로 근무하면서 지방의회의 입법·예산·감사 기능을 현장에서 경험하였으며, 최근에는 전국 지방의회 당선자들을 대상으로 「당선자 의정활동 역량강화 교육」을 실시하며 성공적인 의정활동의 방향과 실천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지방선거가 끝났다. 당선자는 환호하고 지지자는 축하한다. 그러나 민주주의의 관점에서 보면 선거는 끝난 것이 아니라 이제 시작이다. 선거운동 기간 동안 주민은 후보를 평가했고, 당선 이후에는 의원을 평가한다. 후보 시절의 약속은 당선과 함께 검증의 대상으로 바뀐다.
지방의원은 주민의 대표이자 지방정부를 감시하는 기관의 구성원이다. 조례를 만들고 예산을 심의하며 행정을 감시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따라서 당선 이후 가장 중요한 질문은 "어떻게 당선되었는가"가 아니라 "무엇으로 평가받을 것인가"이다.
오늘날 지방의회에 대한 주민의 기대 수준은 과거와 다르다. 단순히 지역 행사에 참석하고 민원을 전달하는 역할만으로는 주민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 주민은 의원이 지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제도를 만들고, 어떤 예산을 확보하며, 어떤 행정을 개선했는지를 보고 평가한다.
첫째, 지방의원은 조례 입법 능력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지방의회의 가장 중요한 권한 가운데 하나는 조례 제정권이다. 조례는 지역의 법이다. 지방의원이 무엇을 바꾸기 위해 의회에 들어왔는지는 결국 조례를 통해 드러난다.
따라서 당선자는 임기 초부터 자신의 "1호 조례"를 준비해야 한다. 청년 문제인지, 돌봄 정책인지, 지역경제 활성화인지, 환경 문제인지 분명한 의제를 설정해야 한다. 공약이 선언이라면 조례는 실행이다. 주민은 선거 구호보다 실제 입법 성과를 기억한다.
좋은 지방의원은 회의장에서 발언을 많이 하는 사람이 아니라 지역의 문제를 제도적으로 해결하는 사람이다. 그 출발점이 바로 조례이다.
둘째, 예산을 읽을 수 있는 의원이 되어야 한다.
지방의회의 본질적 기능은 예산 심의와 결산 심사에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은 결국 예산으로 실행된다. 예산을 모르면 정책도 알 수 없다.
당선자는 임기 초부터 지역의 주요 예산사업을 분석해야 한다. 집행률이 낮은 사업은 없는지, 반복적으로 불용액이 발생하는 사업은 없는지, 유사·중복 사업은 없는지 살펴야 한다.
특히 행사성 예산과 홍보성 예산, 효과가 불분명한 보조사업에 대해서는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 반대로 교육, 돌봄, 안전, 사회적 약자 보호와 같이 주민 삶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분야에는 충분한 재원이 투입되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주민은 "예산을 얼마나 확보했는가"보다 "예산을 얼마나 제대로 사용하도록 만들었는가"를 보고 의원을 평가하게 될 것이다.
셋째, 행정사무감사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행정사무감사는 지방의회의 꽃이라고 불린다. 그러나 준비되지 않은 감사는 보여주기식 질의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좋은 감사는 목소리의 크기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자료 분석에서 시작된다. 지방보조금, 민간위탁, 연구용역, 수의계약, 공공기관 운영 등 예산이 투입되는 곳에는 항상 점검이 필요하다.
당선자는 임기 첫해부터 자신만의 감사 설계도를 준비해야 한다. 어떤 분야를 집중적으로 점검할 것인지, 어떤 자료를 요구할 것인지, 어떤 제도 개선을 이끌어 낼 것인지를 미리 구상해야 한다.
행정사무감사의 목적은 공무원을 곤란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행정을 더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만드는 데 있다. 주민은 싸움을 잘하는 의원보다 문제를 해결하는 의원을 원한다.
넷째, 주민과의 소통을 제도화해야 한다.
지방의원은 주민대표이다. 따라서 의정활동을 주민에게 정기적으로 보고하는 것은 의무에 가깝다.
주민이 알지 못하는 의정활동은 존재하지 않는 의정활동과 다르지 않다. 아무리 좋은 조례를 만들고 예산을 확보했더라도 주민이 알지 못하면 평가받을 수 없다.
정례 의정보고회 개최, 온라인 의정보고서 발간, 주민 간담회 운영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의정활동을 공개해야 한다. 또한 주민 민원을 단순히 처리하는 데 그치지 말고 반복되는 문제를 분석하여 조례와 예산, 행정사무감사로 연결해야 한다.
유능한 지방의원은 민원을 해결하는 사람을 넘어 주민의 문제를 정책으로 바꾸는 사람이다.
다섯째, 협력하는 의원이 되어야 한다.
지방의회는 혼자 일하는 곳이 아니다. 아무리 훌륭한 정책이라도 동료 의원과의 협력 없이는 실현하기 어렵다.
정당 소속 의원이라 하더라도 정당의 논리를 넘어 지역 주민의 이익을 우선해야 한다. 조례 공동발의, 공동 연구, 공동 토론회 등을 통해 의회의 집단적 역량을 높여야 한다.
주민은 어느 편에 섰는가보다 무엇을 해결했는가를 기억한다. 지방의회가 정쟁의 공간이 아니라 문제 해결의 공간이 될 때 지방자치는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다.
주민의 검증은 이미 시작되었다.
선거가 끝났다고 평가가 끝난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때부터 진짜 평가가 시작된다. 주민은 끊임없이 묻는다.
"어떤 조례를 만들었는가."
"예산을 어떻게 감시했는가."
"행정을 어떻게 견제했는가."
"주민과 어떻게 소통했는가."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의원만이 다음 선거가 아니라 다음 세대를 준비하는 지방의원이 될 수 있다.
이제 지방의회는 사진과 구호로 평가받는 시대를 넘어야 한다. 조례와 예산, 감사와 소통으로 평가받는 의회가 되어야 한다.
당선자들에게 묻고 싶다.
당선자님은 이미 시작된 주민의 검증 앞에 어떤 준비를 하고 있습니까?
▷법학박사, 선진사회정책연구원 원장
▷한국정책연구원 원장
▷(사)한국공공정책학회 부회장, 상임이사
▷(전)국민대학교 행정대학원 외래교수
▷(전)서울특별시의회 전문위원
<저서> 지방의회 운영 실무 (공저 2026년), 조례 입법 및 실전 심사(근간) 등 다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