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번 홀에서는 모두 표정이 좋다.
오늘은 잘 칠 수 있을 것 같다. 몸도 가볍고, 날씨도 좋고, 연습장에서의 감각도 나쁘지 않았다. 티박스에 서면 사람들은 속으로 작은 기대를 품는다. 오늘만큼은 무너지지 말자. 오늘은 좀 괜찮았으면 좋겠다.
그런데 골프는 이상하게도 그 기대를 오래 붙잡아 두지 않는다.
3번 홀이 지나고 첫 보기 하나가 나온다.
5번 홀에서는 티샷이 밀린다.
7번 홀쯤 되면 사람은 조금씩 빨라지기 시작한다.
걸음이 빨라지고, 클럽을 고르는 시간이 짧아지고, 스윙 템포가 달라진다. 만회해야 한다는 마음이 생기기 때문이다. 문제는 대부분 그 순간부터 골프가 더 어려워진다는 데 있다.
조급함은 공보다 먼저 몸에 도착한다.
오래전 한 회원이 있었다. 그는 늘 전반보다 후반이 무너졌다. 체력이 특별히 약한 사람도 아니었다. 스윙 자체도 안정적이었다. 그런데 라운드만 시작되면 점점 서둘렀다.
퍼팅 하나를 놓치면 다음 홀 티샷을 급하게 잡았다. 아이언 샷이 짧으면 바로 더 강하게 치려 했다. 실수를 빨리 만회하려 할수록 스윙은 더 빨라졌고, 마음은 더 흔들렸다.
어느 날 내가 물었다.
“왜 그렇게 급하세요?”
그는 잠시 웃더니 이렇게 말했다.
“잃어버린 타수를 빨리 찾아와야 할 것 같아서요.”
그 말을 듣고 오래 생각했다. 사람은 왜 그렇게 서두를까.
골프만 그런 것은 아니다. 우리는 늘 무엇인가를 빨리 회복하려 한다. 늦어진 것을 따라잡고 싶고, 실패한 것을 만회하고 싶고, 무너진 흐름을 당장 되돌리고 싶어 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조급해지는 순간 일은 더 꼬이기 시작한다.
특히 골프는 서두르는 사람에게 냉정하다.
백스윙은 짧아지고, 다운스윙은 급해진다. 몸은 공보다 결과를 먼저 쫓아간다. “잘 맞아야 하는데.” “이번엔 만회해야 하는데.” 그런 생각이 스윙보다 먼저 출발한다.
골프를 오래 가르치며 느낀 것이 있다. 스윙이 무너지는 사람들 중에는 기술이 부족한 사람보다 리듬을 잃은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리듬은 대부분 마음의 속도에서 무너진다.
골프는 멀리 보내는 운동 같지만, 사실은 기다리는 운동에 가깝다. 공이 떨어질 때까지 기다려야 하고, 앞 팀이 지나가길 기다려야 하고, 바람이 지나가길 기다려야 한다. 때로는 흐름이 돌아오기를 기다려야 하고, 자기 마음이 가라앉기를 기다려야 한다.
그런데 사람은 기다리는 것을 힘들어한다. 특히 잘하고 싶은 날일수록 더 그렇다.
나 역시 그랬다. 젊은 시절에는 샷 하나가 흔들리면 빨리 되돌리고 싶었다. 실수한 뒤에는 다음 샷에서 만회하려 했고, 흐름을 잃으면 억지로라도 붙잡으려 했다. 하지만 조급함은 늘 스윙보다 먼저 몸에 들어왔다. 힘이 들어가고, 호흡은 짧아지고, 결국 내가 치는 것은 공이 아니라 불안이었다.
라운드가 끝난 뒤 그 회원이 말했다.
“이상하게 서두를수록 더 늦어지네요.”
나는 그 말이 오래 남았다. 그날 그는 후반에 몇 타를 잃었다. 그러나 더 크게 잃은 것은 자기 리듬이었다. 공은 조금 빗나갔을 뿐인데, 마음은 자꾸 앞서 나갔다. 공이 있는 자리보다 결과가 있는 곳으로 먼저 달려갔다.
그런 날을 나도 안다. 아직 치지도 않은 다음 샷을 걱정하고, 아직 끝나지도 않은 라운드를 망쳤다고 단정하던 날들. 돌이켜보면 무너진 것은 스코어보다 속도였다. 내 마음의 속도가 내 스윙을 앞질렀다.
골프는 그것을 아주 정직하게 보여준다.
서두르는 마음은 공보다 먼저 흔들린다. 흔들리는 마음으로는 자기 리듬을 지키기 어렵다. 그러나 리듬을 되찾는 사람은 거창한 비결을 갖고 있지 않다. 잠시 멈추고, 숨을 고르고, 다시 자기 속도로 돌아올 뿐이다.
공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그러나 좋은 리듬은 기다릴 줄 아는 사람에게 돌아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