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 주요 도로변이나 마을 입구에 서 있는 커다란 '바르게 살자' 돌비석. 일상에서 흔히 마주치는 이 표지석의 뒤에는 전국 80만 명의 회원을 거느린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국민운동단체, '바르게살기운동중앙협의회'가 있다. 단순한 순수 민간 봉사단체를 넘어, 매년 수십억 원 이상의 막대한 세금을 안정적으로 지원받으며 독보적인 조직력을 유지해 온 이 단체의 재정 구조와 운영 방식을 심층 취재했다.
■ 군부 정권 '사회정화위'에 뿌리…1989년 민간 단체로 재출범
바르게살기운동중앙협의회의 뿌리는 1980년 전두환 정부가 신설한 국무총리 직속의 중앙행정기관 '사회정화위원회'이다. 당시 정부 주도의 사회 통제와 국민 정신 개조를 목적으로 운영되던 이 기구는 민주화 바람이 불면서 변혁을 맞이했다. 1989년 2월 사회정화위원회 설치령이 폐지되자, 같은 해 4월 1일 기존의 사무와 자산, 인력을 고스란히 흡수하여 민간 주도의 국민운동단체로 공식 창립했다.
중앙회장은 사회적 영향력이 있는 기업인이나 정·재계 인사들이 주로 맡아왔다. 윤홍근 제너시스BBQ 그룹 회장, 임준택 전 수협중앙회장 등이 역대 회장단을 거쳤으며, 최근 김상훈 회장 체제를 지나 현재는 박무열 중앙회장 직무대행 체제로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 특별법과 조례가 보장하는 '독점적 보조금' 구조
일반 시민단체(NGO)들이 공모를 거쳐 어렵게 예산을 따내는 것과 달리, 바르게살기운동은 매년 세금으로 이루어진 막대한 정부 보조금을 안정적으로 지원받는다. 이 구조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법적 기득권이다.
1991년 제정된 '바르게살기운동조직 육성법' 제3조에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조직 운영에 필요한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출연금이나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여기에 각 지역 지방의회가 앞다투어 제정한 '바르게살기운동 지원 조례'가 더해지면서, 이들은 행정안전부의 국고보조금 외에도 시·도와 구·군 지자체 예산까지 삼중·사중으로 중복 지원받는다. 이렇게 확보된 세금은 단체 상근직 직원의 인건비와 사무실 임차료 등 '법정 운영비'와 각종 캠페인을 위한 '사업비'로 지출된다.
■ 공무원 행정망과 결탁된 '피라미드형' 운영 방식
방대한 예산을 바탕으로 움직이는 이 단체는 일반 봉사단체보다 공무원 조직이나 군대와 유사한 구조로 운영된다. 서울의 중앙협의회를 정점으로 전국 17개 시·도 협의회, 233개 시·군·구 협의회, 그리고 최말단인 3,200여 개 읍·면·동 위원회까지 촘촘한 피라미드형 행정 체계를 갖추고 있다.
특히 최말단 동네 위원회는 해당 지역 주민센터(동사무소)와 긴밀하게 연계된다. 동장이 회의 공간을 제공하거나 단체 활동을 지원하는 경우가 많아 사실상 '지자체 행정의 외곽 지원 부대'처럼 움직인다. 명예직인 지역 위원장과 별개로, 보조금으로 월급을 받는 '사무국장' 등 상근 실무진이 배치되어 보조금 신청과 정산, 회원 동원 등의 행정 실무를 전담하는 것도 특징이다.
■ '풀뿌리 봉사'와 '깜깜이 예산·관제화 논란'의 교차점
이러한 전폭적인 세금 지원 덕분에 단체는 강력한 동원력을 발휘해 왔다. '진실, 질서, 화합'을 이념으로 기초법질서 확립 캠페인을 주도하고, 소외계층 반찬 나눔, 주거 환경 개선, 재난재해 복구 등 실생활 밀착형 봉사활동을 펼치며 지역 사회 안전망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그러나 비판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법적 특권 덕분에 일반 민간단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외부 감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보니, 일부 지역 지회에서 견적서 부풀리기를 통한 보조금 횡령 의혹이나 근무 태만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또한, 지자체장이 보조금의 줄을 쥐고 있는 구조적 한계 때문에 단체 운영이나 인사 과정에서 부정 청탁 갈등이 발생하기도 한다. 정권의 성향에 맞춰 관제 여론을 조성하는 '정치적 호위무사' 역할을 한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 역시 재정이 정부와 지자체에 종속되어 있는 이러한 운영 방식과 궤를 같이한다.
예산 집행의 투명성을 높이고 정당 외곽 조직이라는 정치적 편향성 오명에서 벗어나는 것, 그것이 80만 회원을 보유한 바르게살기운동이 진정한 국민운동단체로 거듭나기 위해 풀어야 할 숙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