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동물복지 현장을 가다] 최근 반려동물 인구 증가와 함께 유기동물 발생 건수 역시 지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지자체마다 위탁 보호센터를 운영하며 구조와 보호에 나서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예산 구조의 모순과 제도적 한계로 인해 만성적인 운영난과 인도적 처우의 공백을 호소하고 있다. 경기 안산시를 비롯해 총 6개 시·군의 유기동물 관리를 도맡고 있는 안산 유기동물 보호센터를 찾아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와 개선 과제를 짚어보았다.

■ 6개 시·군 담당하는 안산 보호센터, 구조적 예산 부족에 시달려
안산 유기동물 보호센터는 현재 안산시, 안양시, 의왕시, 군포시, 과천시, 광명시 등 총 6개 시·군의 유기동물 위탁 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광역형 보호 시설이다. 이곳에서 만난 총무국장은 "밀려드는 동물들에 비해 이를 뒷받침할 제도적 예산 구조가 지나치게 경직되어 있다"며 현장 운영의 열악함을 토로했다.
현재 센터의 예산은 지자체로부터 입소되는 동물 마릿수에 비례하여 지원받는 '두수별 위탁 비용' 구조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지원 기간이다. 현행 규정상 동물이 입소된 후 '약 10일 동안의 기간'에 대해서만 예산 지원이 이루어진다. 10일이 지난 후에도 동물들이 입양되지 못하고 센터에 머물게 될 경우, 그 이후의 관리 비용은 국가나 지자체의 지원 없이 고스란히 센터의 부담으로 남게 된다.
총무국장은 "동물 유입이 일시적으로 적거나, 공고 기간인 10일이 지나 장기 보호 단계로 접어들면 예산이 급격히 줄어들어 시설 유지조차 어려워진다"며, "현재 부족한 사료비나 치료비 등 필수 운영비의 상당 부분을 시민들의 소중한 후원금에 의존해 겨우 충당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현장 인터뷰 | 안산 유기동물 보호센터 총무국장 (경력 10년)
Q. 현장에서 느끼는 가장 큰 애로사항은 무엇입니까?
"약 10년간 이 분야에 몸담으며 많은 아이를 돌봐왔지만, 환경은 늘 제자리걸음입니다. 입소 후 딱 10일 치만 나오는 지원금 구조 때문에 아이들을 더 오래, 더 좋은 환경에서 보호하고 싶어도 재정적 한계에 부딪힙니다. 국가 차원에서 유기동물 복지에 실질적인 관심을 두고 관련 예산을 과감히 증액해 주어야 아이들이 동물다운 최소한의 복지를 누릴 수 있습니다."
Q. 센터를 찾는 봉사자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동물을 좋아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찾아주시는 것은 늘 감사한 일입니다. 다만, 일회성 '체험'이나 호기심으로 방문하기보다는 유기동물들이 처한 안타까운 현실에 깊이 공감하고, 아이들의 위생을 위한 청소나 산책 등 지속적이고 진심 어린 도움의 손길을 나누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 “측은지심 넘어 책임감으로”… 대학생 봉사자가 마주한 현실
보호센터의 일손을 돕는 봉사자들 역시 이 같은 구조적 문제를 피부로 느끼고 있었다. 대학생 천경민(24·03년생) 씨는 벌써 이곳을 5번째 찾은 정기 봉사자다. 천 씨는 봉사 횟수가 거듭될수록 유기동물을 바라보는 시선과 마음가짐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말했다.
천 씨는 "처음 1~2회차에는 단순히 불쌍하다는 연민의 마음(측은지심)으로 왔었지만, 3회차를 넘어가면서부터는 내가 청소 한 번 더 하고, 사료 하나 더 챙겨주는 것이 아이들의 하루를 바꾼다는 책임감이 생겼다"며 "동물을 키워본 경험이 없어 처음엔 강아지가 짖는 이유를 몰라 물통이 빈 것도 눈치채지 못하는 등 소통의 어려움도 겪었지만, 이제는 아이들에게 진짜 도움이 되는 봉사를 하고 싶다"며 미소를 지었다.

그는 현장에서 목격한 예산 구조의 불합리성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센터 운영비와 동물 케어 비용이 분리되지 않아, 아이들의 치료비와 사료비를 쪼개서 센터 유지비로 써야 하는 모습을 보았다"며 현행 제도의 조속한 개선을 촉구했다.
봉사자 제언 | 천경민 대학생 봉사자가 제안하는 정책 방향
지자체 지원 예산의 이원화 구조 도입: 견사 유지비, 인건비 등 센터의 고정적인 '기본 유지·운영비'를 매달 고정 지급하고, 동물의 구조 및 치료에 드는 '변동 비용'을 마릿수에 따라 추가 지급하는 방식으로 예산 제도가 이원화되어야 합니다.
인도적 처우 보장을 위한 법적 공고 기한 연장: 현행 10일 기준은 기간 내에 입양되지 않으면 사실상 안락사를 유도하거나 방치하게 만드는 비인간적인 구조입니다. 동물들이 충분히 치료받고 입양처를 찾을 수 있도록 국가적 유예기간과 복지 혜택이 확대되어야 합니다.

■ 종합 제언: 후원에 의존하는 복지에서 국가 책임형 복지로의 전환
안산 유기동물 보호센터의 사례는 우리나라 유기동물 보호 체계의 전형적인 한계를 보여준다. 동물 권리에 대한 국민적 인식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으나, 이들을 수용하는 일선 위탁 보호소의 행정 체계는 여전히 과거의 '포획 및 처분' 패러다임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
현장 실무자들과 자원봉사자들이 공통으로 지적하듯, 예산의 10일 제한 규정은 유기동물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운영 주체에게 과도한 짐을 지우는 핵심 원인이다. 시설의 기본 안정성을 보장하는 고정 예산의 편성과 더불어, 장기 보호 동물을 지원할 수 있는 예산 증액이 시급하다. 시민들의 선의와 민간 후원금에만 기대는 유기동물 복지는 결국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이제는 정부와 지자체가 생명 존중의 가치를 담아 더욱 촘촘하고 지속 가능한 제도적 안전망을 구축해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