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8민주운동기념회관 전시 중
민주주의가 제대로 정착된 나라에서 좋은 후보 기준은 나를 위해 일해줄 사람이다. 개인적으로 이 기준에 부합하는 후보는 하나도 없었다. 그래도 투표 의무를 늘 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정말 되면 안 되겠다고 생각하는 후보를 빼고 선택했다.
이번 선거에서 개인적으로 관심이 많이 가는 후보가 있었다. 2.28 민주화 운동을 기리는 장소에서 출정식을 하는 것을 보고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한국 선거 역사에서, 기억하는 한,제대로 역사의식이 있거나 역사에 관심을 가지는 후보가 거의 없었다. 드물게 역사에 관심을 가진 후보라 생각해서 유세 활동을 지켜보았다.
그 후보에 대해 처음 알게 된 것은, 안정된 지역구를 버리고 당선 되기 어려운 고향에 출마한다고 발표할 때였다. 후보가 속한 정당은 그의 고향 사람들은 절대 뽑지 않는 정당이었다. 그래도 고향에서 한 번 국회의원을 했고, 이번에 지방자치단체장에 도전했다.
그렇다고 당시 그 후보에 대한 호감은 전혀 없었다. 당시 그 후보는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뭐든 하는 인상을 주었다. 본인은 민주화 운동을 했던 사람인 것을 내세워서 정치인이 되었으면서, 독재자의 후손이 권력 있다고 잘 보이려는 모습이 모순적이었다. 당시 독재자 후손이 대통령이었고, 후보자 고향에 인기가 많은 것은 알고 있었다. 그래도 후보자의 모습이 이율배반적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그 후보자의 이번 선거를 지켜보면서 어느 순간 ‘저 후보는 거듭났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과거에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이번 선거는 정말 최선을 다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기기 위해 뭐든 하는 게 아니라 본인이 얼마나 고향을 위해 일하고 싶은지 알리려고 최선을 다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진심이 현수막 속 구호에도 드러났다. 단순하지만 강한 현수막은 노 예술가의 성숙한 작품을 떠올리게 했다. 오랫동안 한 분야를 파고든 예술가들 작품을 쭉 이어서 보게 되면 젊은 시절과 나이 든 시절의 작품이 다른 경우가 많다. 예외는 있겠지만, 대부분 나이가 들면서 군더더기가 사라진다. 필요한 부분만 남은 작품을 보면 오히려 그림이 더 강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후보자가 거리 유세를 다니며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도 진솔하다. 이야기를 듣고 꾸밈없이 자기 생각을 표현한다. 과거에 자기가 억울했던 이야기도 솔직하게 털어놓고 상대방에 대해 불편한 마음을 표현하기도 한다. 그 후보자를 많이 오해했나 싶을 정도로 내면의 감정이 드러나는 순간이 많았다.
정말 진심으로 선거 운동을 하고 있다고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 후보는 져도 후회가 없겠다고 생각했을 정도이다. 떠나는 뒷모습이 아름다운 사람은 후회가 없는 사람이다. 후회가 없기 위해서는 진심으로 모든 것을 다해 보아야 한다. 그러면 가볍게 털고 새로운 곳으로 마음이 옮겨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겼으면 좋겠다는 마음은 있지만, 그 동네를 알기에 쉽지 않을 싸움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그 후보자는 졌다. 역시 그 동네는 그의 진심을 알아주기에는 아직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아쉬웠다.
그와 겨룬 후보는 1983년 3월 공직에 들어와 승진을 거듭하며 살아온 관료이다. 비리가 심했던 정부에서도 주요 공직을 맡았다. 가장 문제는 계엄 당시 여당 원내 대표로 내란 동조 의혹을 받고 있는 것이다.
민주주의에 반하는 인사가 선출직이 될 때마다 한국은 민주주의가 아직 오지 않은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이른 봄에 꽃이 피면서 봄이 온 것 같지만, 겨울 외투를 벗기에는 아직 추운 날씨일 때가 있다. 한국의 민주주의도 아직 완전하게 정착되지 않은 것 같다.
곧 다가오는 6.10 민주항쟁에도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었다. 그렇게 어렵게 얻은 민주주의인데 권력이 다수의 국민이 아닌 민주주의와 전혀 관련 없는 인물이 가져가 버렸다. 4. 19혁명도 그러했다.
왜 한국은 계속 국민이 주권을 갖지 못하고 반민주주의 세력에게 권력을 줘 버리는지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선거 결과를 보면서, 특히 그 후보가 나온 지역을 보면서 한국에는 생각보다 민주주의를 이해하는 사람이 적은 게 아닌지 질문하게 된다. 아니면 민주주의를 원하는 사람이 적을 수도 있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읽었을 때 들었던 생각을 다시한다. 자유로운 공화정에 살았던 시민은 독재를 만나면 다시 자유로웠던 시절을 원한다. 하지만 독재하에 살았던 이들은 자유로운 공화정을 만나면 결정을 두려워한다.
일방적으로 모든 것을 결정하는 부모 밑에서 성장한 사람은 스스로 결정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독재 시절을 너무 오래 겪은 사람은, 특히 민주화 운동에 같이 참여하지 않은 사람은, 결정의 자유에 대해 두려워할 수도 있다. 자유로운 결정에는 책임이 따르기 때문이다. 남이 내린 결정으로 잘못되면 결정을 내린 사람을 탓하면 된다. 그러나 내가 내린 결정에 따른 결과는 내가 책임을 져야 한다. 이런 게 두려운 사람이 많은 게 아닌지 생각해 본다.
아니면 진짜 역사를 몰라서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어느 쪽이든 한국에는 아직 완전히 민주주의 봄이 오지 않은 것 같다.
론스타와 한국 관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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