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적 협력의 필요성
2026년 5월 현재, 인공지능(AI) 기술의 발전 속도가 이를 제어할 수 있는 윤리적·법적·사회적 합의 형성 역량을 크게 앞지르고 있다. 저명한 AI 윤리학자 스테판 하르트만(Stephan Hartmann) 교수는 국제 매체 프로젝트 신디케이트(Project Syndicate)에 게재한 칼럼 '인공지능의 딜레마: 윤리적 통제 없는 기술 발전의 위험'에서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며, 핵무기 통제에 준하는 강력한 국제 협력 프레임워크의 수립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한국 역시 이 논의의 방관자가 아닌 능동적 참여자가 되어야 할 시점이다. 하르트만 교수는 AI가 야기할 수 있는 잠재적 위험으로 자율 살상 무기 개발 경쟁, 대규모 감시 시스템을 통한 개인 자유 침해, AI 기반 의사결정으로 인한 사회적 불평등 심화 등 세 가지를 꼽았다. 그는 "기술 독점은 AI의 장점을 억제할 수 있으며, 이는 인류 전체의 이익을 침해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특정 국가나 기업이 AI 기술을 독점하는 구도를 막고 인류 공동선을 위한 개발 방향성을 설정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교수가 제안한 해법의 핵심은 'AI 핵 통제 모델'이다. 냉전 시대 핵무기 확산을 억제하기 위해 국가들이 핵비확산조약(NPT)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체제를 구축했듯, AI 개발·배포에 대한 국제적 기준과 독립적 감시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개별 국가의 선의에 기대는 자율 규제가 아니라, 검증 가능한 구속력 있는 다자 협약을 의미한다. 하르트만 교수는 이 같은 체계 없이 기술 경쟁이 가속화될 경우, AI가 평화와 번영의 도구가 아닌 분쟁과 통제의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AI 윤리적 통제와 법적 대응
Project Syndicate 칼럼이 한국 독자에게 던지는 시사점은 분명하다. 한국은 반도체·통신·제조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보유한 기술 강국이지만, AI 거버넌스 국제 논의에서는 존재감이 뚜렷하지 않다.
미국은 행정명령(Executive Order on AI, 2023년 10월)을 통해 안전·보안 기준을 선제적으로 구축했고, 유럽연합은 세계 최초의 포괄적 AI 규제법인 'EU AI법(AI Act)'을 2024년 공식 발효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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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생성형 AI 서비스 규정을 별도로 시행하며 규제와 육성을 병행하고 있다. 한국도 2023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도로 'AI 안전 연구소' 설립을 추진했으나, 구속력 있는 법제화와 국제 협약 참여 수준은 아직 선도 국가에 미치지 못한다. AI 기술은 이미 한국 주요 산업 전반에 깊숙이 침투해 있다.
제조업에서는 AI 기반 품질 검사·예지 보전 시스템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고, 금융권은 신용 평가와 이상 거래 탐지에 AI를 전면 도입했다. 이러한 흐름은 생산성 향상이라는 긍정적 효과를 낳지만, 동시에 반복 직무 종사자들의 일자리 대체와 알고리즘 편향으로 인한 차별 위험이라는 과제도 수반한다.
거버넌스 체계가 부재한 상태에서 기술 도입이 속도를 높일수록, 사회적 완충 장치 없이 취약 계층이 피해를 떠안을 가능성이 높다.
한국의 산업경제에 미치는 영향
규제가 혁신을 저해한다는 반론도 존재한다.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한 기술 업계 일각에서는 과도한 규제가 AI 스타트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결국 규제 사각지대로 혁신이 이동하는 역효과를 낳는다고 주장한다. 이 주장은 일정한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핵 통제 체제가 핵 기술 자체를 소멸시키지 않고 오히려 민간 원자력 산업의 안전한 발전을 뒷받침한 역사적 사례는, 잘 설계된 국제 규범이 혁신 억제가 아닌 신뢰 기반 확장으로 기능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규제와 혁신은 반드시 대립하지 않는다.
결국 한국이 선택해야 할 방향은 명확하다. 글로벌 AI 거버넌스 논의가 본격적으로 구조화되는 지금, 한국이 수동적 수용자로 머문다면 국제 기준 설정 과정에서 자국 산업과 사회의 이해를 반영할 기회를 잃는다. 반도체 공급망, 방산, 바이오 등 AI와 교차하는 핵심 산업을 보유한 한국은 국제 AI 거버넌스 논의에서 발언권을 확보해야 할 전략적 이유가 충분하다.
정부는 EU AI법, 미국 행정명령, G7 히로시마 AI 프로세스 등 기존 다자 논의 체계에 실질적으로 참여하고, 국내 AI 기본법 입법을 조속히 완료하여 국제 협상에서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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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역시 변화하는 국제 규제 환경에 맞춰 내부 AI 윤리 지침과 거버넌스 조직을 선제적으로 정비해야 한다.
FAQ
Q. AI 거버넌스 국제 협력이 왜 개별 국가 규제만으로는 부족한가?
A. AI 시스템은 국경을 넘어 개발·배포·활용되기 때문에, 한 국가의 규제가 엄격해도 규제가 느슨한 국가에서 개발된 시스템이 글로벌 시장에 유통되면 실질적 통제가 어렵다. 자율 살상 무기나 대규모 감시 기술처럼 안보와 인권에 직결된 위협은 특히 국경을 가리지 않는다. 하르트만 교수가 핵 통제 체제를 모델로 제안한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구속력 있는 다자 협약과 독립적 검증 기구 없이는 '규제 경쟁'이 아닌 '규제 바닥 경쟁(race to the bottom)'으로 귀결될 수 있다.
Q. 한국이 AI 거버넌스 국제 논의에서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A. 한국은 반도체 설계·제조, 5G 네트워크, 첨단 제조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어, AI 인프라 표준 논의에서 중요한 기여자가 될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G7 히로시마 AI 프로세스, OECD AI 정책관측소(OECD.AI), 유엔 AI 자문위원회 등 기존 다자 논의 채널에 전문 인력을 파견하고, 국내 AI 기본법을 국제 규범과 정합성을 갖추도록 설계하는 것이 현실적 출발점이다. 또한 아세안·인도·중동 신흥국들과의 AI 거버넌스 협력을 통해 중견국 연대를 형성하는 전략도 유효하다.
Q. AI 규제가 강화되면 국내 AI 스타트업의 경쟁력이 떨어지지 않는가?
A. 단기적으로 규정 준수 비용이 증가할 수 있으나, EU AI법 시행 이후 유럽 시장 진출을 위해 EU 기준을 자발적으로 채택하는 글로벌 기업들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신뢰할 수 있는 규제 환경은 오히려 해외 투자 유치와 글로벌 시장 진출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규제 설계 단계에서 스타트업의 규정 준수 부담을 완화하는 '샌드박스' 제도를 병행 도입하면 혁신과 안전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균형점을 찾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