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야간 거래에서 1540원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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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이진형 기자] 원·달러 환율이 심리적 저항선이던 1540원 선마저 넘어서며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수준으로 폭등했다. 정부와 외환당국이 과도한 쏠림 현상을 막기 위해 긴급 구두개입에 나섰지만, 요동치는 시장을 진정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고환율에 고물가, 고금리까지 중첩된 이른바 ‘3고(高)’ 위기가 현실화하면서 민생 경제 전반에 비상이 걸렸다.
야간 거래서 1540.3원 터치…17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
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3.3원 오른 1529.7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이날 환율은 장 시작부터 13.6원 오른 1530.0원으로 출발해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10일(1554.0원) 이후 처음으로 1530원대 시가를 기록했다.
장중 내내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환율은 주간 거래 종료 후 열린 야간 외환시장에서 상승 폭을 더욱 키우더니 오후 5시 6분께 결국 1540.3원을 돌파했다. 이는 장중 기준으로 2009년 3월 10일(1561.0원) 이후 무려 17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환율 폭등세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지자 외환당국은 즉각 소방수로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시장상황점검회의를 긴급 소집하고 "대외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불안 심리가 확산되지 않도록 높은 경계감을 가지고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과도한 쏠림에 대해서는 필요한 조치를 즉시 취할 것"이라고 구두개입성 메시지를 던졌다. 당국의 개입으로 환율이 한때 1520원대 후반으로 숨을 고르기도 했으나, 팽팽한 매수세에 밀려 결국 13거래일 연속 1500원대 마감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중동 전쟁·외국인 ‘18조 원 투매’에 미국 관세 폭탄 우려까지 겹악재
외환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원화 가치 폭락의 원인으로 대내외 겹악재를 지목하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충돌이 격화되면서 브렌트유가 배럴당 97.81달러, WTI가 96.02달러 등 국제유가가 90달러 후반대까지 수직 상승했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절대적인 한국 경제에 대규모 무역수지 악화 우려를 낳으며 원화 약세를 자극했다.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들의 ‘셀 코리아’도 심화됐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단 3거래일 동안 국내 증시에서 18조 7000억 원어치를 내던졌다. 이날 하루에만 유가증권시장에서 6조 9880억 원을 순매도하며 19거래일 연속 매도 우위를 기록했다. 주식을 판 자금을 달러로 바꾸어 나가는 역송금 수요가 환율을 끌어올리는 기관차가 됐다.
간밤 미국 정부가 한국에 1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점도 수출 전선에 경고등을 켜며 원화 가치 하락에 기름을 부었다.
시장에서는 이번 고환율 장기화 조짐을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 환율이 1500원을 넘어선 이후 13거래일째 버티는 현 상황은 중동 전쟁 직후(9거래일)나 2009년 금융위기(11거래일) 당시의 연속 기록을 이미 넘어선 상태다. 외환위기(1997~1998년) 당시의 49거래일 연속 기록 이후 가장 긴 기간으로, 전문가들은 1500원대 환율이 단순한 '일시적 오버슈팅(과도한 급등)'이 아니라 새로운 환율 레벨로 고착화(뉴 노멀)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3%대 물가에 주담대 금리 8% 육박…서민 경제 직격탄
더 큰 문제는 고환율 기조가 고물가와 고금리를 자극해 민생 경제를 직접 타격한다는 점이다. 원자재를 수입해 가공하는 국내 산업 구조상 환율 상승은 즉각적인 수입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소비재 가격을 밀어 올리게 된다. 실제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이미 3.1%를 기록하며 3%대에 진입한 상태다. 여기에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치를 웃돌아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할 경우 한미 금리 차가 더 벌어져 원화 약세와 물가 상승의 악순환이 깊어질 수 있다.
시중 금리는 이미 가파르게 반응하고 있다. 고정형 주택담보대출의 지표가 되는 금융채 5년물 금리는 연초 3%대 중반에서 이달 초 4.29%까지 치솟으며 2023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이 조만간 8% 선을 돌파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지배적이다.
고환율 기조가 이어지면 가계의 실질 소득이 줄어들어 중산층 이하 계층의 구매력이 급격히 하락하게 되며, 고물가와 대출 이자 부담이 동시에 얹어지는 고금리 환경까지 맞물릴 경우 사회적 양극화가 걷잡을 수 없이 심화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는 이유다.
AI부동산경제신문 | 편집부
이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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