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이른바 ‘조용한 퇴사(Quiet Quitting)’ 현상이 새로운 노동시장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실제로 회사를 그만두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의 업무만 수행하며 회사 중심의 삶에서 벗어나려는 태도를 의미한다. 과거처럼 야근과 희생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기보다 자신의 삶과 행복, 건강을 우선시하려는 직장인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특히 MZ세대를 중심으로 이러한 흐름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예전에는 높은 연봉과 대기업 입사가 성공의 기준처럼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근무환경과 조직문화, 휴식, 인간관계, 성장 가능성 등이 직장을 선택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서울의 한 IT기업에 근무하는 직장인 이모(33) 씨는 과거 승진과 성과 중심으로 생활했지만, 반복되는 야근과 스트레스로 건강에 이상이 오면서 삶의 방향을 바꾸게 됐다고 말한다. 현재는 연봉이 다소 줄더라도 재택근무와 유연근무가 가능한 회사를 선택해 개인 시간과 자기계발에 더 집중하고 있다.
또 다른 사례로 제조업체에서 근무하는 박모(41) 씨는 “예전에는 회사가 인생의 전부였지만 지금은 가족과 건강이 더 중요해졌다”고 설명한다. 그는 승진 경쟁보다 안정적인 생활과 정신적 여유를 더 가치 있게 생각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의 배경으로 코로나19 이후 달라진 가치관과 경기 불확실성, 번아웃 증가 등을 꼽는다. 실제로 많은 직장인들이 ‘열심히 일해도 삶이 크게 나아지지 않는다’는 피로감을 느끼면서 무조건적인 헌신보다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박준용 노무사는 “최근 노동시장은 단순히 돈을 많이 주는 회사보다 직원의 삶을 존중하는 회사가 인재를 확보하는 시대가 되고 있다”며 “근로자 만족도와 조직문화가 기업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고 설명한다.
기업 현장도 변화하고 있다. 일부 기업은 주 4일제 실험, 선택적 근로시간제, 재택근무 확대, 심리상담 지원, 장기휴가 제도 등을 도입하며 직원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과거의 ‘관리 중심 조직’에서 ‘공감 중심 조직’으로 변화가 시작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조용한 퇴사가 조직 생산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소한의 업무만 수행하는 문화가 확산될 경우 조직의 활력과 협업 분위기가 약화될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기업과 직원 모두 균형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적게 일하자’가 아니라 ‘지속 가능하게 일하자’는 방향이라는 것이다. 무조건 버티는 시대에서 건강하게 오래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새로운 경쟁력이 되고 있다.
이제 직장인들은 단순히 월급만 보고 회사를 선택하지 않는다. 존중받는 문화, 성장 가능성, 인간다운 삶, 심리적 안정이 함께 보장될 때 비로소 좋은 직장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노동시장의 기준이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