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솜방망이 처벌’이 낳은 비극… 밀양 성폭행 피해자 자매, 22년 만에 범법자 처지 몰려

- 2024년 유튜버 폭로전에 제공한 ‘판결문’이 화근

공적 처벌 공백이 부른 사적 제재의 역설

 

 

 

 

[기획 호외 ] 2004년 대한민국을 큰 충격에 빠뜨렸던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이 발생한 지 22년이 지난 지금, 사건의 피해자가 가해자들의 개인정보를 유출한 혐의로 형사 입건되는 또 다른 비극적 사태가 발생했다. 공적 사법 체계의 미흡한 처벌이 어떻게 사적 제재로 이어지고, 결과적으로 피해자를 다시 범법자로 내모는 악순환을 낳았는지 보여주는 뼈아픈 단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 ‘형사 처벌 0명’의 얼룩… 20년 만에 터진 사적 제재

 

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은 2004년 경남 밀양 지역의 고등학생 44명이 울산에 거주하던 여중생 1명을 약 1년간 지속해서 집단 성폭행하고 폭행한 반인륜적 범죄다. 당시 울산지검은 가해자 44명 중 10명만 기소하고 20명은 소년부 보호처분으로 송치했으나, 소년법 적용과 피해자 측과의 합의 등을 이유로 전과가 남는 형사 처벌을 받은 가해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수사 과정에서 경찰관이 피해자에게 비하 발언을 하는 등 극심한 2차 가해까지 더해지며 사법당국에 대한 불신은 극에 달했다.

 

이러한 사법 체계의 공백 속에 쌓인 대중의 분노는 2024년 유튜브 등 온라인 공간을 통해 ‘사적 제재’라는 형태로 폭발했다. 이른바 사이버 렉카 유튜버들이 가해자들의 실명, 주소, 현재 직장 등을 연이어 폭로하며 국민적 관심이 다시 집중됐다.

 

■ 피해자 자매의 입건과 검찰 송치… 화근이 된 ‘판결문’

 

그러나 2026년 5월, 이 폭로전의 불꽃이 도리어 피해자 본인에게 향하면서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인천 삼산경찰서는 당사자 동의 없이 판결문을 유튜버들에게 전달한 혐의(개인정보보호법 위반)로 피해자 A씨와 그의 동생을 불구속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 조사 결과, 피해자 자매는 2023~2024년경 신상 공개 유튜버들에게 과거 확보했던 판결문을 제공하여 가해자들의 개인정보를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무관한 제3자의 정보까지 유출된 정황이 확인되었으며, 경찰은 혐의가 인정된다고 보고 자매를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다.

 

■ 폭로 유튜버들의 실형 선고와 사적 제재의 한계

 

피해자 자매로부터 정보를 받아 폭로를 진행한 유튜버들 또한 법의 심판을 받았다. 관련 보도에 따르면 2026년 기준 '전투토끼' 운영자는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개월, '나락보관소' 운영자는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이들의 폭로 과정에서 무고한 일반인이 가해자로 오인받는 등 사적 보복의 부작용도 심각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작성 2026.06.02 19:05 수정 2026.06.02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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