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순살 직장인의 생각주머니) 달빛과 강바람에 흥겨운 춘천마임축제

춘천마임축제(사진 축제 홈페이지)



1989년에 시작된 국내 최초의 마임 전문축제인 <춘천 마임축제>에 다녀왔습니다.

춘천에는 마임 전용극장도 있고, 인형극 전용극장도 있고 애니메이션 박물관도 있습니다. 게다가 이 모든 예술 인프라가 국내 최초인 것을 보면 춘천은 호수의 도시뿐만 아니라 예술의 도시라고 해도 부족함이 없습니다.

 

대사 없이 몸짓이나 제스처만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연극기법인 마임(MIME) 축제가 열린 춘천은 일주일 동안 더욱 춘천스러웠습니다.

춘천에서 자랐고, 마임 전용극장 앞을 수없이 오갔던 저는 정작 마임극을 관람해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일종의 부채감도 있거니와 춘천스러운 유니크한 축제에 대한 호기심으로 티켓을 구매했습니다.

다양한 축제 프로그램중에서 저는 레고랜드코리아 주차장에서 열린 <예술난장 X>를 선택했습니다. 금요일 밤 8시부터 새벽 2시까지 야외에서 진행되는 것에 매력을 느꼈기 때문입니다어스름해서 축제장에 도착하니 이름 그대로 시장판처럼 예술 난장이 들어서 있습니다. 여섯 개 무대에서 제각기 프로그램이 진행되었고, 저는 함성 소리나 사람 행렬을 따라 이곳저곳을 맘껏 다녔습니다.

 

마임 공연자들은 오직 몸으로 연기하기에 몸의 긴장과 이완, 숨소리가 날것으로 전달됩니다. 이런 체험은 원시적이지만 그만큼 강렬하기에 아주 각별한 영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것이 제가 마임에서 받은 첫 번째 인상입니다 그리고 시장에서 먹거리를 사듯이 밤늦도록 편하게 예술을 소비하는 시간이 좋았습니다.

그리고 여러 공연 중에서 세 개의 작품에 깊이 공감하였습니다.

 

먼저 <우주마인드프로젝트>에서 출품한 이 멀 전시라는 작품입니다

남녀 두 명의 배우가 출연하여 지구가 직면한 여러 위기를 극복하려 안간힘을 쓰는 내용입니다. 작품에서도 언급되지만 위기의 종말은 없습니다. 하나가 사라지면 더 큰 위기가 또 닥쳐옵니다.

공연을 보면서 지구처럼 사람의 삶의 실상도 위기의 연속인 것을 알겠습니다우리는 위기 위에서 먹고 자고 사랑하며 살아가는 위태로운 존재라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지냈습니다. 위기는 고통을 수반합니다. 그러므로 고통없는 인생을 소망하는 일은 무용한 짓이기도 합니다.

 

<초록고래>에서 출품한 조형하는 파는 매우 충격적인 무대였습니다.

한 사람이 바위처럼 오랫동안 누워 웅크리고 있다가 아주 천천히 움직이며 굴러갑니다. 몸은 쇳줄처럼 바짝 긴장되어 있고, 시선은 몸이 일부가 됩니다. 출연자가 한 명에서 두 명, 네 명으로 늘어나지만 몸짓은 똑같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이 동작을 무려 4시간 동안 반복한다는 것입니다.

몸은 욕망의 그릇입니다. 그래서 몸이 움직이는 것은 욕망이 움직이는 것이기도 합니다배우의 힘겹고 처절한 몸짓은 사람의 힘겨운 욕망을 표현하려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언뜻 사람은 먹는 것을 얻으려고 평생 힘겹게 일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성욕을 채우려고 애쓰는 것도, 자기존재를 뽐내려는 욕망도 힘겹기는 마찬가지입니다그러고 보면 욕망이란 게 참 그악스럽기 그지없습니다.

 

'평범한 일상을 덖어 환희를 짓고 싶은' 함께성장인문학연구원 칼럼니스트 김황종

마지막으로 <강장군×정성환>이 출품한 얼굴과 얼굴과 얼굴들의 이야기입니다.

저에게는 가면에 자기를 맞추려는, 가면을 쫓아가는, 심지어는 가면에 가면을 덧씌우려는 인간 군상의 모습으로 읽혀졌습니다.

가면은 자기가 만든 가짜 자기입니다. 그런데도 완벽한 가짜 자기가 되려고 처절하게 안간힘을 씁니다.

 

마린이(마임 어린이)인 저도 말없이 몸짓으로 연기하는 마임을 감상하는데 불편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마임 예술인들의 무언(無言)의 메시지도 어렵지 않았습니다.

밤하늘에 뜬 달과 북한강 강바람도 예술이었던 축제의 밤이었습니다.

 

  K People Focus 김황종 칼럼니스트 (ueber3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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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26.06.01 07:10 수정 2026.06.01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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